가을의 무게

추석을 시작으로 먹었지 아마. 가을 참 핑계 대기 좋은 계절이야. 날이 좋아 그런 건지 무엇을 먹어도 맛이 좋다.

천고마비.

살찌는 건 말(馬)뿐이 아니더라. 지난 주말에는 동창들을 만나 오랜만에 공을 찼는데 몸에 ‘마비’가 온 듯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거야. 금방 숨이 차서 헉헉거리느라 혼만 났지. 매일같이 입던 청바지가 작아지고 옆구리에 벨트 아닌 벨트가 만져지고 나서야 알았다.

‘아… 살쪘구나.’
[마싣구론(論)] 제철 음식 먹기 - 가을의 무게
그래도 할 말은 있는 게 이 계절, 음식의 유혹을 피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거야. 알다시피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잖아? 사과·배·감… 땅에서 자라는 것들 열매를 맺고, 꽃게·새우·굴·낙지·전어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 통통하게 제대로 살이 오르지. 제철 음식이라는 말도 이 가을에서 낳았는데 어찌 자연이 주는 특혜를 마다할 수 있겠어.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맞지.

근래 제철 음식으로 식도락 즐기며 풍족하고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좋긴 좋았는데 막막하게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니 문뜩 다른 생각도 들더라.

나도 어찌 보면 계절을 사는 하나의 생물이고 자연의 피조물일 터인데 꽃게, 새우가 제철을 만나 살이 오른다고 나까지 덩달아 몸무게가 늘고 있으니 놈들이랑 다른 게 무엇이냐는 생각이 스친 것.

지금 내 몸의 무게가 합당한 것인지 반문하게 되더라. 그런 생각이 들자 이 계절, 가을의 무게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고 순식간에 슬퍼졌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어. 하늘이 높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낮은 곳에 서 있다는 걸 알았지.

잠이 오지 않아 다이어리 꺼내놓고 올 1월부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끼적여 보는데 점밖에 찍을 게 없는 거야. ‘헉’ 하고 다시 한 번 놀랐어. 체중의 무게 많이 늘었지만 올봄과 비교해 내 경험의 무게, 나아가 영혼의 무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해졌어.

바라건대 포동포동 살 오른 제철 음식들처럼 나도 조금은 성장했기를. 내년 가을에는 한 해를 추수할 수 있는 좀 더 멋진 어른이 되자고 다짐해봐. 그때는 가을 하늘을 가을 하늘답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마싣구론(論)] 제철 음식 먹기 - 가을의 무게
올 가을에 꼭 먹어보자!

가을 꽃게

여자가 봄을 탄다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꽃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암놈은 봄에 산란을 마친 뒤라 비교적 살이 적은 반면, 수놈 꽃게는 산란기를 준비하기 위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가을을 맞이한다.

올여름은 크고 작은 태풍이 많아 서해안의 플랑크톤 수가 급증하면서 꽃게가 풍년을 맞았다는 풍문이 들린다. 가격이 그만큼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니 제철 맞은 싱싱한 꽃게를 올해 원없이 먹어두자. 꽃게 맛 제대로 느끼려면 찜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고, 탕에 넣어 먹으면 국물이 진국이다. 물론 밥도둑 게장도 빠질 수 없다.
[마싣구론(論)] 제철 음식 먹기 - 가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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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대하

살면서 새우 싫어하는 사람은 못 만나봤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새우! 소금구이로 잘 알려져 있는 대하 역시 이 가을에 제철을 맞이한다.

파닥파닥 살아 있는 생새우를 소금구이 해 먹을 때면 뜨겁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새우의 맛을 너무나도 알고 있기에 불쌍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새우 껍질 까먹는 것도 좋지만 껍질에는 키토산과 칼슘이 다량 함유돼 있어 바삭하게 익혀서 껍질째 먹는 것이 몸에는 더 좋다. 뭐, 버터 두르고 새우 머리 따로 구워 먹는 맛은 다들 알고 있겠지?
[마싣구론(論)] 제철 음식 먹기 - 가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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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지
[마싣구론(論)] 제철 음식 먹기 - 가을의 무게
우리 조상들이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속담까지 만들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 섭취를 가장 활발히 하는 이 가을에 녀석들의 맛 또한 가장 좋다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좋은 낙지는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남성들 스태미나에도 좋은 식품으로 이름이 나있다.

소가 괜히 낙지를 먹고 싸움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낙지 잘게 다져 참기름 두르고 고소하게 회로 먹는 것도 맛있고, 매콤~한 양념으로 낙지볶음을 만들어 밥과 비벼 먹는 것도 좋다.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면 낙지 한 마리 넣고 시원하게 끓인 연포탕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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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김필범)
맛있는 일상을 블로그로 전하는 남자. 2010, 2011 NATE(싸이월드) 선정 파워블로거, 2011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KBBA) TOP100 블로거. 제철음식 농수산물 커뮤니티 '삿갓유통(www.sgmarket.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