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던 분야의 멘토를 만나거나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을 돌아볼 기회를 주기 때문. 단기간의 여행으로 관심 분야의 견문을 넓히기에 해외탐방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각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서 치열한 전형을 수차례 거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해외탐방 공모전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곳은 최장수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다. 매년 4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하기 시작해 총 30팀(120명)을 선발한다. LG 글로벌 챌린저는 자신이 정한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해외 기업 및 기관, 대학, NGO단체 등을 탐방할 수 있다.
상반기에 LG 글로벌 챌린저가 있다면 하반기에는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가 있다. 10~11월에 진행되는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 모집에선 최종 15팀(45명)을 탐방대원으로 선발한다.팀별로 제출한 탐방 계획서를 토대로 서류 전형과 두 차례의 PT 심사를 거치게 된다.
LG 글로벌 챌린저와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의 특징은 참가자들에게 탐방 국가 및 지역뿐 아니라, 탐방 일정 및 재정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탐방 주제도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아 자신이 진출하기 원하는 분야로 탐방을 진행하기에 적절하다.
탐방 기간은 1~2주가량으로 길지 않지만 준비과정은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반년 이상 소요된다. 탐방팀으로 선발된 이후에도 팀끼리 경쟁을 거쳐 최종 수상팀을 선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관심 분야 시각 넓힐 절호의 찬스
특정 분야에 집중된 해외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넥슨 글로벌 인턴십은 게임 산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도전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한 30여 명을 대상으로 미션을 부여해 12~14명의 해외탐방단을 최종 선발한다.
한 달간 국내에서 ‘인턴십’ 형태의 과제 수행 과정을 거치지만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해외에 있는 글로벌 기업 탐방. 2010년의 경우 일본과 중국 지사, 2011년엔 미국 지사를 방문해 현지의 게임 산업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투어 투어 챌린저는 관광업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4~5월 모집을 시작해 25명을 최종 선발하는데 관광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올해부턴 관련 전공자들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 해외의 관광 인프라를 돌아보고 국내 관광 산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올해는 국제선이 신설된 미개척 관광지인 중국 은천 지역을 찾아가 테마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제시했다. 현장에서 직접 관광 상품을 만들어보며 수업에서 배운 지식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퀄컴코리아 IT 투어는 IT 업계에 진출하려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다. 3~4월에 모집을 시작해 30여 명의 탐방단을 선발한 뒤 여름방학 기간 중 일주일간 퀄컴 미국 본사를 방문하는 것이 주요 탐방 내용이다. 견학 중 조별로 무선통신 기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과제를 부여받게 되는데, 우수팀에 한해 CEO 앞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 전시 참관단은 건설·기계 산업으로 발을 들이고자 하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방학기간 중 일주일간의 유럽 탐방 기회를 제공, 세계적인 건설기계 박람회를 참관하며 관련 산업에 대한 시각을 키우도록 돕는다.
해외에서 진로 찾고 취업까지
해외탐방 프로그램은 높은 인기만큼 치열한 선발 과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 ‘공모전’ 또는 ‘서바이벌 인턴십’ 형태로 진행되므로 여러 차례 경쟁을 거쳐야 한다.
LG 글로벌 챌린저와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 넥슨 글로벌 인턴십은 모두 탐방 동기와 목적, 탐방에 대한 세부 계획 및 포부를 담은 ‘탐방 계획서’ 형태의 지원서를 받아 참가자들이 해외탐방에서 어떤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퀄컴코리아 IT 투어의 경우 교수 추천서를 받아 1차 단계부터 검증된 인재를 선발하기도 한다.
빡빡한 선발 전형에도 매년 수십 배의 지원자가 몰려들 만큼 해외탐방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찾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탐방을 입사로 연결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하나투어 투어 챌린저를 거친 참가자들은 여행사 입사의 꿈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이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공정여행’에 대해 알게 된 한 참가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여행 기업에 입사하기도 했다. 퀄컴코리아 IT 투어 역시 탐방을 마친 뒤 미국 샌디에이고 본사에 취업된 사례가 있다.
한국의 이공계 학생들에게 꿈과 기회를 준다는 도입 취지가 미국 본사 취업이라는 현실로 이어진 셈이다. 그 밖에 넥슨 글로벌 인턴십 참가자는 공채 지원 시 서류 전형 합격의 특혜가 있고, LG 글로벌 챌린저 우수 탐방팀에겐 서류 전형 통과 및 인턴십 기회가 주어지는 등 참가자들에게 입사 혜택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탐방 공모전 참가자 인터뷰
“스스로 만든 해외탐방 취업문 여는 열쇠 됐죠”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 7기 참가자 김한솔 씨
- 서경대 미용예술학·경영학과 졸업
- 2010년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 7기(우수상팀 ‘It’s 美’)
- 2011년 10월 에이블씨엔씨(미샤) 마케팅본부 온라인 사업팀 입사
“포스터에 적힌 ‘글로벌 인재’라는 문구를 본 순간 도전을 결심했어요.”
2년 전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에 참가한 김한솔 씨는 그때의 경험을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가 해외탐방에 대해 알게 된 건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4학년 1학기.
대학 시절 메이크업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색조 화장품 회사의 창업 멤버로 참여하는 등 화장품 회사 입사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막상 대기업 취업을 앞두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런 김 씨에게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는 불안을 해소시켜줄 마지막 기회였다.
“입사하고 싶은 많은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문항이 ‘글로벌 경험’에 대해 쓰는 것이었어요. 전 해외 경험이 없었거든요. 처음엔 자소서에 쓸 얘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돌아보니 훨씬 많은 것을 얻었네요.”
김 씨가 해외탐방 공모전을 준비하며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해서 실행할 수 있다는 점. “대부분의 대외활동은 이미 정해진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돼 있는데 해외탐방은 제가 원하는 대로 기획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는 ‘화장품’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인도 시장 진출 방안’을 주제로 계획을 세웠다. 대학생 신분으로 쉽게 만날 수 없던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이 기회를 빌려 만남을 요청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을 위해 우리가 나서서 인도 시장을 살펴보고 오겠다”고 맹랑한 제안을 내놓는 그들에게 업계의 아낌없는 관심과 응원이 쏟아졌다. “그저 평범한 대학생인데 사회에 계신 선배들이 화장품도 지원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함과 부담감이 함께 생겼죠. 탐방 팀으로 최종 합격한 이후에도 그분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풀 수 없었어요.”
생애 첫 인도 여행은 생각과 다른 부분도 많았다. 외국인인 그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도둑에게 숙박비를 빼앗기기도 했다. 좌충우돌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델리와 아그라 지역을 오고가며 준비해온 상권 및 트렌드 분석, 소비자 분석 프로젝트를 빈틈없이 해내려고 노력했다. 두 달간 밤샘을 거듭하며 준비해온 열흘간의 탐방은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해외탐방을 마치고 최종보고서를 내기까지 또 한 달이 걸렸어요. 반년 가까이 이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은 거죠. 나중에 돌아보니 이 업계에 수많은 네트워크가 생겨 있더라고요. 해외탐방을 준비하면서 찾아갔던 몇몇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고요.” 입사 면접 날, 김 씨는 그동안 모아온 명함을 면접장에 가져갔다. “제가 해외탐방을 준비하며 만난 분들입니다.”
명함 꾸러미를 펼쳐 보이며 자기소개를 시작한 그가 면접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는 당당히 합격했고 현재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 마케팅본부의 신입사원으로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미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예전엔 세상이 원하는 일만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해외탐방은 내가 원하는 일을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알려줬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 이 교훈이 제가 해외탐방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에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퀄컴코리아·LG·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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