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투명한 학교 예산 공개 이뤄지지 않아…대학의 어려움이라는 변명만 들어야 하느냐” 호소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중앙대가 지난 4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 등록금 실납부액 기준 1.3%에 해당하는 7억8000만원 규모다. 지급 대상은 2020학년도 2학기에 등록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어서 ‘특별 장학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중앙대 대학본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프로젝트 탈곡기)
지난 2월 15일 중앙대 대학본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프로젝트 탈곡기)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코로나 장학금 1.3%의 기준이 궁금하다”, “등록금 450만원 납부했는데 겨우 5만원을 받았다. 하루 알바를 해도 이보다 많겠다”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2월 25일 중앙대 등록금환불협의체 4차 회의에서 대학본부와 학생대표는 7억8000만원 규모의 특별 장학금 보편적 지급 방식에 최종 합의했다. 논의 과정에서 학생대표는 추가 가용예산을 확보해 등록금 환불에 관한 재정 마련을 요구했지만 대학본부는 재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대학본부는 선별적으로 특별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들은 특별 장학금 선별적 지급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대신문에 따르면 2월 15일에는 인문대 학생회 ‘걸음’과 사회과학대 학생회 ‘RE:ACT’ 주최로 등록금 환불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기자회견에서 학생회는 △6% 이상의 등록금 환불 보장 △2020년도 가결산안 공개 △2021년 예산안에 대한 대학 회계관리 정보 확대 공개 등을 대학본부에 요구했다.

김민정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사회학과 4)은 기자회견에서 “대학본부가 7억8000만원 규모의 특별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주장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비대면 학사운영에 대한 이해가 미흡함을 증명한 것”이라며 “투명한 학교 예산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왜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재정상 어려움이라는 변명만 들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민 인문대 학생회장(역사학과 4)은 “대학본부의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인식하고 등록금 6% 이상 환불해야 한다”며 “인문대 학생회는 학생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 대학본부를 계속 규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록금 반환을 의제로 중앙대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활동하는 움직임도 있다. ‘프로젝트 탈곡기’는 학교의 회계정보 공개와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윤호 프로젝트 탈곡기 의장은 19일 한경잡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앙대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500명 학우의 연서명을 모아 학생총회 소집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발의하려는 안건은 2020학년도 추정결산, 임의장학기금, 임의특정목적기금 등 세부 집행 내역 공개와 정보 비공개 관행을 중단하고 학생과의 협의를 통해 정보 비공개의 세부 기준을 세워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등록금 문제는 다른 모든 대학들이 경험하고 있으며 여전히 1%도 반환되지 않은 곳도 있다. 최근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이 가진 불만과 억울함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등록금 반환의 배경에는 학생들이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고 학교 시설의 미이용에 대한 대학본부의 고통분담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학본부가 특별 장학금을 선별적 재난지원금 형태로 지급하려고 한 것은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대학이 책임을 통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교성 기획처장은 23일 “학교본부는 앞서 학생대표와 등록금환불협의체를 구성해 4차례 논의를 거쳤으며 학생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며 “이번에 특별 장학금 보편적 지급을 결정도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2020학년도 1학기에는 성적장학금 비중을 상위 10%에서 3%로 축소하고 약 17억원을 가용해 특별 장학금 재원을 마련했다. 당초 축소된 성적장학금 3%를 유지하고 아낀 비용을 이번 특별 장학금으로 가용하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성적장학금 10%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가용 가능한 예산이 7억8000만원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회계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김 처장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 구성원들에게는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 쓰임새에 대해 다 설명했다”며 “2021학년도 회계정보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세부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중앙대는 2020학년도 1학기에 등록한 재학생 대상으로 38억3000만원 규모의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는 등록금 실납부액의 6% 수준으로 21억7000만원은 교내 경상비 등 예산 절감액과 기존에 적립한 장학기금 등을 활용해 충당했으며, 16억6000만원은 성적장학금을 일부 조정해 재원을 마련했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