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도 저작권 위반
과제물 짜깁기했다간 유사도 검색에 들통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희연 대학생 기자] 패션의 돌고 도는 유행처럼 유명인들의 논문 표절 의혹은 해마다 밝혀지곤 한다. 누군가의 논문 표절이 불거지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지는 꺾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글을 작성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연구윤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인재 연구윤리정보센터 센터장과 박채란 카피킬러 프로에게 자문해봤다.

“데이터의 진실성에 금이 간다면, 상대에게 치부를 드러내는 것”
이인재 연구윤리정보센터 센터장
△이인재 연구윤리정보센터장.
△이인재 연구윤리정보센터장.
연구윤리는 연구자로서 지녀야 할 올바른 태도나 연구 습관에 따라 본인과 타인을 해칠 수 있다.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나 신뢰도를 침해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황우석 사태 당시 전 세계 연구자가 모두 충격을 받았다. 2007년 제1회 세계 연구 진실성에 관한 국제회의가 리스본에서 열렸을 때, 다수 발표자가 ‘황우석 사태는 연구윤리에 관한 위반사항이 모두 포함돼 있어 연구 부정행위의 백화점과 같다’고 비유했다. 결국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고, 한국의 과학자들은 다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을 받았다. 따라서 크고 작은 유혹에서도 자기를 지켜낼 수 있는 강한 의지, 그리고 예방주사와 같은 연구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과제와 관련된 문서 파일을 구매해서 짜깁기를 많이 한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의 리포트를 읽다 보면 여러 곳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읽기 전에 유사도 검색을 통해서 유사도가 높게 나온 것은 제쳐두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끼는 행위가 심각하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학위논문을 썼던 당사자가 일차적으로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도 교수나 심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논문은 전업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 못지않게 꼼꼼하고 오류가 없도록 써야 한다. ‘전문 연구자가 아닌데 봐주겠지’라는 마음가짐은 옳지 않다. 학위 논문은 그 사람이 앞으로 독자적인 연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다는 증표와 같기에 헌신을 다해 쓸 필요가 있다.

연구재단에서는 매년 대학을 대상으로 연구윤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작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구 부정행위 의혹 사건 판정 유형 중 ‘부당한 저자 표시’(210건, 36.9%)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표절’(174건, 30.6%)의 비중이 컸다. 따라서 데이터의 진실성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내 연구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때, 그렇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여기에는 연구나 과제 수행에 도움을 줬던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가 출처 표시된 부분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할 때, 정확하게 알려줘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속 자료를 많이 활용하는데, 꼭 URL을 표시하면서 확인한 날짜까지 작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상의 자료는 언제든지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내가 공부하는 동안 생긴 관심이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를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또는 진실성에 금이 간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글을 써야 한다. 연구윤리정보센터는 연구자의 연구윤리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국내·외 흩어져있는 다양한 연구윤리 관련 자료를 모아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구윤리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길 바란다.

“반드시 출처와 인용을 활용해 내 주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박채란 카피킬러 프로
△박채란 카피킬러 프로.
△박채란 카피킬러 프로.
카피킬러는 사용자가 문서를 올렸을 때, 해당 글과 동일한 문장을 쓰고 있는 문서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주로 6어절 한 문장을 기준으로 표절 검사를 진행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사용자에 따라 3어절, 15절 등 다양하게 변경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서 표절 검사 정확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사실 카피킬러는 표절 검사 서비스만 제공했는데, 사용자들이 개념을 잘 알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연구윤리 교육까지 진행하게 됐다.

그럼에도 연이어 터지는 논문 표절 의혹 사건을 접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글을 쓸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논문을 작성할 때 반드시 인용과 출처에 대해 숙지했으면 좋겠다. 논문은 학술적인 글쓰기이므로 내 주장에 대한 바탕이 어떻게 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타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인데, 누구의 말을 인용할 것인지 잘 판단하면서 인용의 필요성을 알고 글을 작성하길 바란다. 그뿐만 아니라 출처 표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독자가 인용된 글에 대한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표기하는 방법이 어렵다면 출처 생성기를 이용해 실수를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학생들이 과제물을 제출하면, 교수가 해당 과제물에 대한 표절률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확인했을 때, 표절률이 50%가 넘는 문서가 전체 학기 제출된 문서의 30%를 차지한다. 이는 인터넷에서 가져오는 문장이 50%가 넘는다는 것인데, 99%와 100%도 있었다. 특히 아는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족보’가 큰 이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의 편법이 더 도드라졌고, 족보 또한 표절임에도 문제 인식이 낮은 것 같다.
△표절의 7가지 유형.
△표절의 7가지 유형.
따라서 표절의 유형 7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저작권 위반 행위는 저작물을 가지고 판단하는 반면에, 표절은 아이디어와 논리 사고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글과 그림 등을 내 것처럼 사용하는 것도 표절이다. 세 번째는 모자이크 표절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것을 편집 및 변형해 사용하는 경우이다. 네 번째는 타인의 글을 요약해 마치 내가 작성한 것처럼 말을 바꿔 쓰는 경우인데, 직접 인용 시 큰따옴표를 누락하면 표절에 해당된다. 의도치 않았지만 실수한 것도 표절로 보고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출처 표기를 했더라도 본인 글에서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타인의 글이 주가 되면 표절로 본다. 마지막으로 원문과 번역본이 있는데, 마치 본인이 원문을 보고 번역한 것처럼 작성하는 경우에도 2차 문헌 표절에 해당한다.

앞서 말했듯이 의도치 않게 표절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문서의 종류에 상관없이 제출하기 전, 카피킬러를 이용해 표절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논문 작성 후에 참고했던 문헌과 본인의 글을 상호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문서는 글을 읽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100% 창작의 글이 나오기 힘들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교와 카피킬러가 더 좋은 글쓰기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학생이 누리길 바란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