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도 거리도 마음대로… 내가 달리는 길이 곧 마라톤 코스
내 손으로 메달에 직접 새기는 기록
코로나19 시대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
스스로 코스의 거리를 정할 수 있는 것도 언택트 레이스의 특징 중 하나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즈 부문은 ‘10km 코스’나 ‘하프 코스’(21.0975km) 같은 부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코스를 원하는 만큼 달리면 된다. 마라톤 최종 기록은 4월 한 달간 누적해서 달린 기록을 합산한 것이다. 따라서 꼭 한번에 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참가자들의 달린 거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오프라인 마라톤 대회처럼 본인의 등수를 알 수는 없다. 마라톤 주최 측에서는 이번 언택트 레이스의 취지를 “경쟁이 아닌 마라톤을 통한 코로나 19를 극복에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누적 거리가 10km 이상인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5월 1~2일 양일간 대구 금호강 자전거 도로 코스에서 달릴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게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서울에서 참여하게 됐다. 코스는 한강을 따라 옥수에서 출발해 반포대교를 건너 영동대교까지 달리는 10km로 정했다. 어색하게 가슴팍에 번호판을 달고 한강 산책로 위에 올랐다. 출발선 앞에 우르르 몰린 인파와 경적소리는 없었지만, 앱을 실행시키고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반포대교에 다다르자 거칠어진 숨이 KF94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손으로 핸드폰을 눌러가며 남은 거리를 확인할 때마다 좌절감이 몰려왔다. 갑자기 멈추고 싶은 충동이 몰아쳤다. 그러나 어딘가의 누군가도 나처럼 번호판을 달고 뛰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km를 완주했다. 언택트 마라톤 대회가 아니었다면 10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었을까 싶었다. 언택트 마라톤의 특성상 메달을 미리 받게 됐다. 메달 뒷면에는 이름과 기록을 적을 수 있는 칸이 있었다. 달리기 전에 메달부터 받은 것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나의 기록을 매달에 새기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메달과 함께 다른 기념품들도 배송됐다. 기념품은 메달, 번호판, KF-94마스크, 기능성 티셔츠, 양말, 안내 책자, 에너지바, 카보젤로 구성돼있었다. 대회 참여비가 2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알찬 구성이다.
5월에도 많은 언택트 마라톤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언택트 마라톤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제약받는 상황 속에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유산소운동이 면역기능을 높여 준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언택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건강도 챙기고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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