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소개팅, 랜선소개팅으로 적극적 자기PR 하는 관계 선호
동네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도 앱으로 만나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전누리 대학생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2년 째,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웃픈 별명을 가진 20학번과 21학번들은 관계를 맺는 법도, 관계에 대한 접근법도 다르다. ‘온라인 친구도 친구다’, ‘맥주 함께 마실 친구도 앱으로 구할 수 있죠’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코로나 학번들을 만나봤다.
[코로나학번의 관계론③] 온라인 새터, 랜선 소개팅, 동네 친구앱… 관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비대면이지만 친해지는데는 문제 없죠” 언택트 적응 마친 학교와 학생들
밤 10시가 넘는 시각까지 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대성리로 2박 3일 단체 MT를 갔다는 이야기는 20, 21학번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학교는 다른 방향으로 코로나19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했다.

한국외대는 2월 17일부터 3월 5일까지 약 3주 동안 새내기 맞이 프로젝트 ‘인트로: 이공이일, 이곳이길’을 진행했다. 조별로 줌(Zoom)을 통해 데일리 미션을 수행하고, 수행하면 코인을 지급해준다. 모은 코인으로 훕스토어(HUFStore)에서 학교 마스코트 인형, 치킨, 커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경인교대는 새내기들에게 새터 물품을 택배로 제공했다. 블루투스 키보드, 독서대, 보조배터리, 각종 음식과 과자 등으로 구성됐다. 2월 25·26일 총 이틀 간 진행된 경인교대 온라인 새터는 그림 자기소개 시간, 새터에 등록할 때 적어낸 관심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조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무작위로 선정된 파트너 동기와 인터뷰 등으로 진행됐다. 경인교대 새내기 김 씨는 “새내기 물품에 감동했다. 프로그램도 알차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앞으로 학교생활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로나학번의 관계론③] 온라인 새터, 랜선 소개팅, 동네 친구앱… 관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내 스펙은 이래,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랜선 소개팅 열풍
박 씨는 최근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매칭’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된다. 매칭은 일종의 셀프 소개팅, 랜선 소개팅이다. 매칭을 원하는 지원자는 자신의 정보와 함께 원하는 상대의 조건들을 적어서 주선자에게 보낸다. 매칭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글을 올린 주선자는 지원자들이 적어낸 사항들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을 두 명씩 이어준다. 주선자가 이어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프로필 등을 제공함으로써 매칭이 종료되는 방식이다.

박 씨는 그렇게 동갑내기 남자친구를 만들게 됐다. 박 씨는 “솔직히 처음에 매칭을 신청할 때는 이렇게까지 해서 연애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칭에 대한 박 씨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박 씨는 “각자가 적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맞는 사람끼리 만나서 그런지 성격, 취향 등 전부 맘에 든다. 대화가 잘 통한다”고 말했다. 주선자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온라인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것이 총평이다.

주선자들의 매칭뿐만 아니라 셀프 소개팅도 유행이다. 말 그대로 자신이 자신의 주선자가 돼 소개팅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이나 캠퍼스픽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이상형을 적는다. 이를 보고 글쓴이와 소개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소개팅이 진행되는 것이다. 지인이 주선하는 소개팅의 경우 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 부담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학번의 관계론③] 온라인 새터, 랜선 소개팅, 동네 친구앱… 관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밤에 집 앞에서 맥주 한 잔 같이 할 사람?” 동네 친구 선호하는 코로나 학번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새내기 조 씨는 수업이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돼서 경기도 본가에 거주 중이다. 조 씨는 중·고등학교를 본가와 다른 지역에서 다니는 바람에 동네 친구가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조 씨는 최근 데이팅 앱 ‘심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심쿵은 위치 기반 동네 이성친구 만들기 앱이다. ‘내 근처 이성’, ‘접속 중 이성’ 등의 기능을 통해 간편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다.

MZ세대 코로나 학번은 부담 없는 관계를 선호한다. 거창하게 약속을 잡고 멀리 이동해서 만나기보다는 가까이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로 나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네 기반의 데이팅 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모바일 현황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유료 결제를 많이 한 데이팅 앱은 위피였다. 위피는 위치기반 동네 친구 만들기 앱이다. 이어 글램이 2위, 심쿵이 3위를 차지했다. 세 앱 모두 위치 기반 매칭 시스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데이팅 앱들의 공통점인 이성 간의 만남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동네 친구 컨셉의 데이팅 앱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일한 보고서 내에서 순위가 떨어진 데이팅앱 아만다의 소개문구는 ‘눈 높아도 괜찮은 프리미엄 소개팅’이다. ‘동네 친구가 필요할 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모임을 원할 때’와 같은 편안한 문구를 내세운 위피와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온라인 친구도 당연히 친구죠” 관계 정의도 바뀌고 있는 코로나학번
온라인 친구가 실제 친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지난해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25~39세)’는 14.3%가, ‘Z세대(15~24세)’는 22.3%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40~50세)의 10.7%, 86세대(51~59세)의 11.3%보다 훨씬 높다.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20학번 강 씨는 몇 달 전 커넥팅이라는 앱을 접하게 됐다. 커넥팅은 취향과 성향을 기반으로 본인과 잘 맞는 상대와 통화할 수 있는 소셜 통화 서비스이다. 코로나19 전에는 이런 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강 씨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싶어 앱을 찾아보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강 씨는 원래 온라인에서의 소통으로 관계가 시작되는, 소위 말하는 ‘랜선 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강 씨는 “현실에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사람들이 랜선 친구를 만든다는 편견이 있었다”며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여러 온라인 관계를 맺어본 강 씨는 “온라인 친구도 당연히 친구다. 부정적인 시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여니 어느새 온라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나 요즘은 여러 SNS 채널이나 플랫폼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어서 온라인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더욱 편하고 즐겁다고 한다. 강 씨는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나와 비슷한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 것 같더라”며 “현실에서의 친구도 물론 자주 만나지만 온라인 친구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한 상황을 만들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이란 관계를 맺는 존재이며, 행복의 90%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좋지만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과 유지도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만날 수 있는 관계를 새로 형성하는 코로나 학번들의 방식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