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브이로그]

[한경잡앤조이=김정훈 인코타 대표] 2020년 12월부터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한달에 2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 한국이 이제 모범적인 코로나 방역국가에서 코로나 확산에 중심이 되었다.

다시 한번 해보겠다며 국내 여행 상품을 추가하고, 프로모션을 준비하던 것들이 멈춰버렸다. 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세상을 멈춰버려야 한다는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갔다.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새 사라지고 모래지옥에 빠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너질 순 없다. 다시한번 버텨 봐야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버텨야 한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일이니까.
△올 초 설 명절 정훈 씨가 배달했던 택배물품들이다.
△올 초 설 명절 정훈 씨가 배달했던 택배물품들이다.
오늘은 배송 알바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진 듯 하지만 다가오는 설 명절에 선물배송은 대목이다. 이번 알바는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함께했다. 새벽 4시 기상, 5시 물류 창고 도착, 아직 많은 이들이 단꿈에 빠져 있을 6시경 우리는 차량에 물건을 싣고 배송을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배송할 물건을 배송지에 전달하는 단순한 일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부터 물건 상하차, 목적지 찾기 등등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더더욱 힘들기도 했겠지만 새삼 택배기사님들이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순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가 본 동네의 새로움을 찾았다. ‘이 동네는 이렇게 생겼구나’, ‘여기엔 저런 것도 있네’ 하면서 말이다.

올해따라 유독 매서운 추위가 조금씩 지나간다. 계절의 봄이 내 인생에서의 봄으로 와주면 좋으련만. 누군가 나의 기도를 들었는지 봄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절의 탓인지 확진자가 조금씩 감소해갔다. 해외에서는 백신이 개발돼 일부 국가에서는 서둘러 자국민들에게 백신접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백신예약접수가 시작됐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예약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서둘러 해야 할 해외출장 때문에 예약을 서둘렀다.

그 무렵 많은 이들이 그동안 눌러 놨던 여행 욕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관광비행(면세비행)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제주도, 강원도 등 사람이 적은 곳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고, 호텔 숙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예약이 서서히 증가했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사업을 재개할 타이밍은 아니다.
△김정훈 씨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별진료소에서 지원 업무 알바를 선택했다.
△김정훈 씨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별진료소에서 지원 업무 알바를 선택했다.
나는 1차 백신을 접종하고 새로운 일에 들어갔다. 이번 알바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지원 업무다. 내가 맡은 업무는 코로나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하는 이들의 개인정보 기록하거나 현장 통제를 하는 일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방호복을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다.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간호사나 선별진료소 직원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코로나 검사 방법은 코 속에 면봉을 넣어 DNA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성인들이야 어느정도 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검사소 앞부터 울기 시작한다. 우는 아이에게 괜찮다며 달래면서 검사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마스크와 방호복 뒤에 가려진 따뜻함을 느꼈다.

사실 선별진료소에서 일을 하겠노라 맘을 먹었을 때 ‘혹시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두려움과 긴장감을 안고 갔지만 나를 지켜주는 방호복이 있어 든든했다. 지원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더 자주 손 소독을 하고, 외부 활동도 자제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린다면 뉴스에 나올 만한 일 아닌가. 그렇게 한 달여 간의 선별진료소 알바도 끝이 났다. 평소 해볼 일 없던 경험을 코로나19 덕분에 해보면서 새로운 분야에서의 배움도 있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선 듯 여행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간다.

이제 절반쯤 왔을까. 아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을까. 데스밸리는 언제쯤 끝이 날까. 누구 하나 정답을 던져 주는 이는 없지만 피니쉬 라인(Finish Line)에 곧 다다를 날을 기약하며 나는 오늘도 달린다.

김정훈 씨는 여행을 좋아하다 직접 창업한 6년 차 여행 스타트업 대표다. 현재 여행 정보사이트 트래블맵 운영 중인 그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