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 제작 에피소드

△예슬 씨가 운영 중인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 메인화면.
△예슬 씨가 운영 중인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 메인화면.
[한경잡앤조이=최예슬 하이메디 매니저]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를 촬영하면서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한복을 입고 궁궐에 가보기도 하고, 아이돌 굿즈를 사보기도 하고,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취미인 포토카드 꾸미기도 해보고 아랍 전통 악기도 배웠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라마단 체험이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도들이 행하는 금식 기간으로 약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는 음식과 물을 먹지 않고 해가 지면 금식을 중단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라마단을 기념해 단식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24시간 내내 먹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물로 못 마시니 목이 많이 마르고 배도 너무 고파서 힘들었다. 해가 지고 먹는 첫 물 한 모금은 세상을 다 가진듯한 정말 큰 행복이었다. 단 하루의 라마단 체험이었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감사히 여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깨달음을 준 경험이었다.

진정성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하지 않을 때에도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카메라 뒤에서 분명 물을 마셨을 것이다’라는 중동 시청자의 댓글이 달렸다. “저 진짜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어요!”

중동의 유퀴즈가 되고 싶어요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많아지고 조회 수가 점점 올라가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외국인 환자 유치’라는 회사의 서비스도 어느 정도 담아내고, 한국의 의료 서비스를 부담스럽지 않게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인 유퀴즈를 보다가 문득 우리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크쇼 형식으로 담아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삶을 궁금해 하기 때문에 중동에서도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콘텐츠가 'Let's talk'다. 아랍 환자들을 경험해 본 한국 의료진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콘텐츠다.

예상대로 중동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UAE(아랍에미리트)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 아랍 환자들을 치료한 물리치료사, 신경외과 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 치과 전문의, 한의사 등이 출연했고, 이들이 나온 영상은 평균 15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중동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이 한국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보였고, 전문가로부터 의학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좋아했다. 조회 수가 이렇게 높게 나오다 보니 감사하게도 지금은 꽤 많은 병원에서 하이쿠리의 Let's talk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아픈 콘텐츠는 성공의 어머니!
아픈 손가락에 마음이 더 가는 것처럼 콘텐츠도 똑같다. 정성껏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조회 수가 나오지 않는 영상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애써 만든 영상이 조회 수가 낮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

중동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템이었는지, 너무 한국인의 시각에서만 다뤘는지,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는지, 주제가 명확하지 않았는지 등을 분석해 본다.

한 번은 한국인의 시각에서만 아이템을 선정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있다. 의성어, 의태어가 잘 발달되어 있는 한국어에서 영감을 얻어 아랍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맞혀보는 챌린지 영상을 제작했다. 촬영 분위기도 좋았고, 편집에도 공을 많이 들여 잘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업로드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조회 수 1만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랍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되지 않아서 사전에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아이템을 선정할 때 하이쿠리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이집트인 직원에게 꼭 자문을 구한다.

아직도 영상을 업로드한 후에는 조회 수와 댓글 반응을 보기 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리고 '하이쿠리 때문에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한국에 가보고 싶다'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중동 전문 유튜브하면 바로 하이쿠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중동 사람들이 '한국'하면 가장 먼저 우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최예슬 씨는 우연히 시작한 아랍어에 빠져 아랍을 사랑하고, 사람 만나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5년 전 외국인 환자 유치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 현재는 구독자 18만 명의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를 기획, 촬영, 진행하고 있다.

<한경잡앤조이에서 '텍스트 브이로거'를 추가 모집합니다>

코로나19로 단절된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人, 스타트업人들의 직무와 일상에 연관된 글을 쓰실 텍스트 브이로거를 모십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사한 하루’,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치열한 몸부림’, ‘코로나19 격리일지’, ‘솔로 탈출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나 공유하고픈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텍스트 브이로거 자세한 사항은 여기 클릭!>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