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한국시니어연구소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나가는 방법
![스타트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려면 꼭 갖춰야할 것들 [이진열의 스타트업 경영 전략]](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1.30527864.1.jpg)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목표 궤도에 올라가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수를 둘 수 있을까. 많은 투자금을 모으면 가능할까? 좋은 인력을 모으면 가능할까? 예를 들어 보자. 로켓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자본이 많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들을 감내할 수 있게 해 주는 자본은 곧 스타트업의 체력과 같다. 그렇지만 자본‘만’으로는 절대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없는데, 자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켓이라는 하드웨어를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뿐 아니라, 궤도를 설계하고 예측하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도 필요하다. 또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보하고, 예산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충분한 돈과 멋진 팀을 갖추면 성공의 확률이 대폭 증가하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큰 자본과 좋은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하는 비즈니스와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에 대한 쉬운 반증이 될 수 있겠다. 그럼 무엇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개인적으로, 그리고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는 바로 조직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하는 ‘사고의 틀’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자원으로, 좋은 전문가들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는 우리가 ‘달’에 가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자는 민간인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팔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수도 있겠다. 슬프게도, 이 모습이 우리 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트업, 더 나아가서는 기업이 직면하는 조직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되면 로켓을 잘 만들어 발사대에 오를 수는 있지만, 궤도에 성공적으로 오를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궤도’ 자체를 조직 내에서 각자 다르게 생각하며 설계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목표’ 그 자체로 이야기하지 않고 ‘사고의 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목표 그 자체보다 팀 내에 그 목표를 공유하고 체득하게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수와 상황을 겪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목표는 운명적으로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시시각각 바뀌는 목표들을 조직 모두가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 훨씬 중요한 요소다. 게다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특정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스타트업들과 달리 사업의 영역이 넓고,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들을 직면하면서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는 팀원이 모여 일을 하고 있어 조직의 ‘변화하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궤도를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고의 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OKR(Objective Key Results)이다. 여기서 OKR이란 인텔,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반으로 퍼져 나간 성과관리 기법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KPI와 유사한 개념인데, 회사 혹은 팀이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Objective)와 그 목표를 달성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핵심 지표(Key Results)를 설정해 팀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해주는 성과관리 프레임워크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의 경우 이 ‘목표’가 생각보다 짧은 단위에서 바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 스타트업 일수록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보다 PMF(Product Market Fit)를 무한히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특정 시점에 잡은 목표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지표들이 쉽게 바뀌고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주 흔들리고 바뀌는 목표와 핵심 지표를 매주마다 관리하고, 회고하고, 변경해가는 과정들이 되려 조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에서 목표 달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큰 조직이나 이미 일정 궤도를 달성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이미 순항하고 있는 특정 영역이나 지표들이 마련돼 있다. 이를 테면, 직장인들이 “우리 회사는 일을 이렇게 안 하는데 돈을 이렇게 벌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회사들은 이미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돈을 버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단기간에도 크고 작은 핵심 지표의 변화나 개선들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초기일수록 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 해도 단기간에 더 나은 방향으로의 ‘지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짧은 호흡으로 핵심 지표들의 변화를 따라가는 방법론이 조직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에도 명확히 존재한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재가요양서비스(방문요양서비스, 주간보호서비스 등)의 경우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선택하고, 경험하고, 지불하기까지 여러 허들이 존재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지표 개선들을 이뤄내기가 더더욱 어려운 환경에 있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1년만에 조직이 10명대에서 50명 대로 갑자기 빠르게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조직이 새로 생겨나면서 OKR을 전사에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상황도 있었다. 스스로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반성하는 바이지만, OKR을 회사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오랫동안 갖고 있었음에도 이를 팀 내에 잘 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글은 결코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성공적인 목표달성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OKR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궁금하시거나 성공한 스타트업의 목표 달성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수백번, 수천번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달까지 로켓을 발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운명이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고민과 실패, 시도들을 담은 글에 가깝다. 우리의 이런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알 수 없지만, 이 과정을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우리 팀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많은 스타트업들도 더 확고하고 단단한 목표와, 이에 대한 조직의 ‘사고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진열 씨는 '마이돌'이라는 팬덤서비스를 운영하다 매각했으며, 현재는 마이돌의 CTO였던 김선중 님과 함께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해 실버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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