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미션,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포레스트’ 창간···투자부터 경영, 기업문화까지 깊고 넓은 콘텐츠 제작
김성훈 대표 변호사 “법률 자문 비롯해 지배구조, 투자 등 창업자들 몰라서 불이익 당하는 일 없게 만드는 게 목표”
김성훈(38)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는 스타트업의 장벽으로 불리는 오래된 규제를 없애자는 취지로 2021년 법무법인 미션을 설립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게 오래된 규제는 풀어야할 숙제이자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김 변호사는 세상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로 도전장을 내민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을 보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래된 규제는 현실적으로 바꾸고, 법률지식이 부족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초기·예비 창업자들의 친구를 자처하고 나섰다.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타이틀로 법률·투자 자문은 물론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에 이어 또 다른 행보도 준비 중인 김성훈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
前 법무법인 로고스 스타트업 센터장
연세대 로스쿨 1기
스타트업의 친구라고 소개를 하셨어요. ‘미션’은 스타트업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요.
“10년 간 로펌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지난해 법무법인 미션을 설립했습니다. 저도 창업을 한 셈이죠. 로펌에 있을 때부터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한두 명씩 만나다 보니 그들의 고충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미션을 통해 친구가 되기로 했죠.”
그래서 미션은 스타트업과 어떤 걸 하나요.
“스타트업과 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스타트업의 법무 영역을 크게 투자와 규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벤처 투자분야도 법무적으로 볼 때 아주 변동성이 큰 영역이죠. 예를 들어, 2~3년 전만 해도 투자계약서에 들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빠져 있는 조항이 굉장히 많아요. 이유는 시대의 흐름도 있겠지만 잘못된 관행으로 넣어 두었던 계약 조항이 법정 다툼으로 가면서 무효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죠. 주변 스타트업에서 법적 분쟁을 겪는 걸 보면서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아보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최근 들어 대기업과 M&A를 하는 스타트업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요.
“맞습니다. 스타트업 설립 당시 지배구조를 잘 못 설정해 둔 곳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설립할 때부터 체계를 설정해주거나 M&A나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법적 문제가 없게끔 다시 규정하는 것도 저희가 맡고 있죠.”
요즘 규제에 대해서도 스타트업의 관심이 높은데요. 몇몇 스타트업 중에서는 몰랐던 규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도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규제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에서도 오래된 규제로 인해 성장발목을 잡히는 곳이 많습니다. 국내 규제 형태를 살펴보면 OMR 카드처럼 돼 있는 게 많아요. 쉽게 말하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 O/X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은 현재 규제법령이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 규제에 맞춰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으로 스타트업 그리고 창업자들은 많이 만나는 편인가요.
“작년 투자 계약 자문이 약 300건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트업이 투자받을 때마다 개별 계약서를 쓰는데, 그 계약서마다 리뷰를 하기 때문에 하루 평균 23건 정도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투자 계약으로 피해를 보는 스타트업이 종종 있는데, 자문을 통해 미연에 방지를 해주는 거군요.
“다 그렇진 않지만 보통 투자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 기업에 맞게 쓰는 게 아니라 예전에 쓰던 계약서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죠. 대표적으로 ‘청산 간주 조항(Liquidation Preference)'인데요. 기업이 청산하는 과정에서 우선 주주들이 잔여 재산 분배 청구권을 행사해 보통주보다 우선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 조항은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해 50% 이상 지분이 제3자한테 가게 되는 경우를 청산으로 간주하는데, 이 경우에도 우선주주권을 잔여 재산 분배 청구권을 인정하는 내용이에요. 2019년까지 투자사, 피투자사 간 투자계약서에 약 80%정도는 들어가 있었는데 최근 계약서에서는 이 내용이 빠지게 됐죠.”
계약서에서 빠진 이유는 뭔가요.
“이 조항은 무효거든요. 상법적으로 기업이 청산하는 과정에서 잔여 재산 분배는 상법에 예정돼 있는 권리이고. 그렇게 되면 사실 주식이 소멸해 없어집니다. 근데 대주주가 바뀌는 건 기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이런 부분을 투자사나 피투자사가 인식을 잘 못하거나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때 이해관계인 창업자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조항이 과거엔 아주 일반적이었어요. 회사가 문 닫을 상황이 되면 이론적으론 이해관계인에게 연대해서 책임을 묻게 하는 내용인데, 전 중요한 조항으로 제한하거나 귀책사유가 있을 시 제한해야 한다는 코멘트를 꾸준히 했지만 당시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2021년 기준으로 모태펀드 표준 규약에서 연대책임을 지지 않게 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투자 계약서에서 이해관계자의 연대 책임 조항은 빠지게 됐죠.”
아주 중요한 사항인데, 이런 상황은 왜 발생하는 건가요.
“그동안 잘 몰랐던 거죠. 투자사 내부에서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예전에 쓰던 계약서를 그대로 쓰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투자사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별다른 검토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포레스트’라는 미디어도 창간했습니다.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미션을 설립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지식 서비스를 콘텐츠로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들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포레스트’에서는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 두 번째는 현실에 맞지 않은 진입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 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저를 포함한 변호사들이 함께 글을 기고 중이고, 나중에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성장시킬 계획도 있습니다.”
시작은 법무법인이지만 미디어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나가고 있으시군요. 앞으로 또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스타트업은 아주 뛰어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집단입니다. 근데 뛰어난 사람들을 어떻게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에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제가 아는 스타트업 중에 투자도 잘 받고 비즈니스도 아주 잘 되고 있어 최근에 30명을 채용했다고 해요. 근데 그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리즈 A의 함정’이라는 건데요. 예를 들어, 한 3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팀을 만들고 채용을 하기 시작하죠. 그러다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게 되면 매출에 영향이 생기고 고정비인 인건비는 매달 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죠. 그게 몇 번 반복되면 그곳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타트업의 HR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의 C레벨, 팀장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그 레벨들을 소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미션에서 만들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법을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미션의 사명이라 생각해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통해 로펌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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