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기업으로 인식되던 ‘삼양’의 변화 이끈 양웅규 삼양식품 HR부문장

K-Food 저력 보여준 삼양식품, 구태 버리고 기업문화 싹 바꾼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년 간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투입됐다. 낮밤을 가리지 않은 연구의 결실로 탄생한 불닭브랜드는 출시되자마자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삼양식품은 이 불닭브랜드로 2017년 1억불, 2018년 2억불, 코로나19가 전세계를 위협했던 2021년에도 3억불의 해외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식품제조사 중 수출액 1위에 오른 삼양식품은 미주, 유럽 등 전세계 90여 개국에 수출하며, K-Food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삼양라면을 시작으로 불닭볶음면까지 꾸준히 스테디셀러 제품을 선보인 삼양식품은 이러한 성장을 발판삼아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기업문화다. 삼양은 식품제조업 특유의 보수적 문화를 탈피하고 기업과 임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 중이다. 여기에 식품업계 대표로 ESG경영을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젊고 트렌디한 기업문화 조성을 덧입히기 위해 올 1월, 37세의 나이에 HR부문장에 오른 양웅규 이사를 만나 변화하는 삼양식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양식품을 떠올리면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많이들 생각하실 텐데, 그 이외의 기업정보에 대해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삼양식품그룹은 말씀하신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만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입니다. 그룹 계열사인 삼양냉동, 지주사인 내츄럴스의 중앙연구소를 확장해 더 좋은 품질의 식품을 개발 중이죠. 최근엔 밀양공장 준공을 하면서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을 증대시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둔 콘텐츠 커머스 기업 삼양애니를 설립하기도 했고요.”

GS SHOP,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인사팀을 거쳐 지난해 삼양식품으로 이직해 올 1월부터 그룹 HR부문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품제조업계가 보수적인 문화로 알고 있는데, 삼양은 어떤가요.
“식품기업 전체를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식품 제조사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처음 삼양에 왔을 땐 솔직히 좀 놀랐어요. 과거에는 나이와 연차에 의한 연공제도 중심이고, 성과에 대한 차등보상제도가 전혀 없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직원들이 업무에 동기부여를 받기가 힘든 구조였어요.”



“오래된 연공·연차제도 폐지···평가제도 및 능력중심의 성과급 제도 도입
수평적 문화를 지향 위해 임직원 매니저로 호칭 동일”




조직문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겠군요.
“제가 바꿨다기보다 회사나 직원들도 변화의 시점이란 걸 감지하고 있었고, 새로운 문화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제도 한 두 개를 도입한다고 해서 기업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조금씩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우선 기존의 연공·연차 중심의 인사제도를 폐지하고, 평가제도 및 성과급 제도와 같은 기본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어요. 그리고 사원·주임·대리·과장으로 불리던 직급을 폐지하고,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했습니다.”
K-Food 저력 보여준 삼양식품, 구태 버리고 기업문화 싹 바꾼다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성과급 제도는 어떤 구조로 설계했나요.
“타사와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라면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재원을 산정하게 구조화 했습니다. 팀별로 더 많은 매출 및 영업이익, 성과 등을 내게 되면 각 팀별, 직원별로 받게 되는 성과급이 달라지는 거죠. 이 제도를 만들기 전에 수 십 명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거쳤는데, 대다수가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굳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동일한 성과급에, 연봉 인상도 비슷했으니까요. 사실 직원들의 잘못이라기보다 회사가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서라고 판단해 가장 먼저 손을 댄 거죠.”

성과주의제도를 도입했군요. 재미있는 제도도 도입했던데, ‘쉼 포차’는 뭔가요.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인사팀에 대한 내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인사팀이라고 하면 직원들과 거리가 멀고, 만나자고 연락하면 뭘 잘못했나부터 떠올리잖아요. 직원들 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만든 게 ‘쉼 포차’예요. 각 팀에서 사연을 보내면 저희가 한 팀을 선정해 저녁을 대접하는 이벤트인데요. 팀 직원들 간 회포도 풀면서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거죠.”


“신규 입사자 빠른 시일 내 회사 적응할 수 있도록 웰컴키트·미션 제공
임직원, 분야별 전문가 양성 위해 직원 교육프로그램에 집중”




한 마디로 회사에서 회식비용과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거네요. 꽤 인기있겠는데요.
“반응이 꽤 괜찮아요. 아직 많은 팀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쉼 포차는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또 하나 말씀드리면, 저도 경력직이지만 처음 회사에 들어오면 아주 어색하거든요.(웃음) 그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입사 첫 날 삼양식품만의 가치와 진심이 담긴 ‘웰컴키트’ 제공하고, 팀원 전체가 참여하는 웰컴 미션을 하기도 합니다.”
K-Food 저력 보여준 삼양식품, 구태 버리고 기업문화 싹 바꾼다
△삼양식품의 웰컴키트.
△삼양식품의 웰컴키트.
어떤 미션인가요.
“미션 중에는 신규 입사자와 팀장 또는 팀원이 함께 1층에 있는 역사관을 탐방하거나 삼양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미션도 있어요. 미션은 일주일 간 진행되는데 80% 이상 성공한 팀에는 HR팀에서 피자 쿠폰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군요. 그럼 외부인은 잘 모르는 삼양의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저희는 자율복장이고요.(웃음) 직원들이 자율좌석제를 통해 근무에 보다 집중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스마트오피스를 운영 중입니다. 또 임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심리상담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직원 당 5회 전문가 상담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저희 삼양은 인재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입니다. 인재 교육은 故전중윤 명예회장님의 유훈이기도 한 부분인데요. 기업의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는 말을 기반으로 임직원 대상 교육에 주력을 다하고 있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내에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가요.
“올 초부터 삼양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를 비롯해 팀장 리더십 교육, 직무 전문가 교육을 운영하고 있어요. 직무 전문가 교육은 재무, 영업·마케팅, 생산·품질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인데, 1인당 평균 70시간의 이론·실무 교육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인재사관학교가 되는 것 아니냐’, ‘직원들의 몸값만 높여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게 삼양의 목표이기 때문에 직원 교육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K-Food 저력 보여준 삼양식품, 구태 버리고 기업문화 싹 바꾼다
사실 수평적인 문화를 비롯해 최근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조직 문화도 그 기업의 색깔을 반영해야 성공한 문화로 안착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새로운 제도가 삼양식품에 왜 필요하고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수직적 구조가 지속된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수평적 문화와 새로운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도입되고 있는 HR제도는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직원들 그리고 저희 팀원들이 고민하고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회사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나 제도라 하더라도 안착되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새로운 삼양의 문화가 잘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저희 기업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직원들의 연령대는 아주 젊습니다. 그래서 참여도도 높고 확산 속도도 아주 빠릅니다.”

삼양식품은 코로나19에 큰 영향 없이 채용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비결은 뭔가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연간 두 번의 신입공채와 계열사별 경력직 수시채용은 늘 이뤄지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삼양식품은 너무 자주 채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이유는 매년 해외 매출이 상승해 곳곳에 인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1400여 명이었는데, 4년 새 1,800여 명으로 늘어났어요. 앞으로도 저희는 좋은 인재가 있다면 확보할 계획입니다.”


삼양식품그룹 임직원 수(생산직 포함)
2018년 12월 기준1469명
2019년 12월 기준1624명
2020년 12월 기준1764명
2021년 12월 기준1826명
2022년 3월 기준1836명
*전자공시 기준


올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하나요.
“신입공채는 올 10월에 예정돼 있고, 경력직은 계열사별 수시 채용 중입니다. 신입공채의 경우 두 달 간 인턴기간을 거쳐 최종 선발하는데, 절대평가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매년 상·하반기 공채, 계열사별 경력직 수시 채용···해외매출 60% 이상, 글로벌 마인드 갖춘 인재 지향”
△삼양식품의 채용연계형 인턴 교육 현장.
△삼양식품의 채용연계형 인턴 교육 현장.
채용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서류전형-1차 면접(그룹면접, PT면접)-임원면접-인턴십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1차 면접은 실무면접이기 때문에 지원한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공부를 했는지가 중요한데요. 저도 취준생 시절에는 100여 곳이 넘는 기업에 원서를 쓴 경험이 있는데, 사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정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어 지원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지원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사전에 미리 지원한 직무를 공부하고, 회사 사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지원한 직무와 연관되지 않는 자격증이나 경험이 있더라도 직무와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해서 면접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겠죠.”

취준생 입장에서는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팁을 주신다면요.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이 뭔지, 해외진출을 했다면 어느 나라에 진출해 있는지, 최근 이슈와 기사를 찾아보는 정도는 기본이겠죠.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영역을 확장해 나갈지를 고민하는데, 지원자는 미국 진출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말한다면 준비를 잘못한 거겠죠. 이 기본을 놓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기본만 잘 지켜도 승부를 걸어 볼 만 해요.”
K-Food 저력 보여준 삼양식품, 구태 버리고 기업문화 싹 바꾼다
삼양식품의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말씀드렸듯이 삼양식품 매출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됩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는 필수예요. 해외 경험이 있거나 해외 대학을 나와야 유리하다기 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해외시장에 어떻게 접근시킬 것인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죠. 그리고 삼양은 성장욕구가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교육이 특화돼 있는 회사의 방향과 맞게 스스로 성장하려는 욕심이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를 빨리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시 삼양식품 직원들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뭘까요.
“사실 신입·인턴사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하는 건 공장투어와 삼양목장 방문이에요.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는 라면과 과자 공정 과정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고, 삼양목장 견학을 통해 삼양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느낌은 아마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조만간 삼양목장을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는 중입니다.(웃음)”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