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신도시 거쳐가는 유일 지하철 하남 5호선, 이용객 늘지만 대책 없어
평균 12분, 심하면 20분 넘는 긴 배차간격에 하남시민 한숨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김보라(47⦁가명)씨는 지하철만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과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 씨는 중요한 미팅이 있었는데 지하철을 놓쳐 결국 미팅 시간을 늦추기도 했다. 최정현(27⦁가명)씨 역시 들쭉날쭉한 지하철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매번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2020년 8월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 하남 구간의 차량 배차 간격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로 인한 시민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기존에도 5호선은 강동에서 종점이 나눠지는 Y자 분기와 이로 인한 긴 배차 간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후 5호선에 하남 구간이 신설되며 배차간격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시민들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구조적 문제와 운행 시스템 미비로 인해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호선 수송인원 중상위권인 미사역과 상일동역, 긴 배차 시간에 승객들은 발만 동동
5호선 구간 지역은 미사 신도시 개발과 상일동 재건축으로 인해 몇 해 사이 인구가 대폭 늘어났다. 이전에 비해 출퇴근 인구가 상승했지만 시민들의 주 출퇴근 대중교통인 지하철 5호선 배차가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지난달 18일 김혜지 서울시 의원에 따르면 하남 연장선 인근 주민은 미사동은 7000명에서 약 10만 명으로, 상일동은 2만 6000명에서 4만 900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마천행 인근 주민은 둔촌동이 4만 8천명에서 2만 4천명, 거여동이 4만 2천 명에서 3만 1천명으로, 마천동이 5만명에서 3만 7천 명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평균 12분에 달하는 하남 구간 배차 간격이다. 5호선은 강동역에서 지선이 나눠져 하남검단산행과 마천행으로 갈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5호선은 2개의 하행선 종점이 있지만 상행선 종점은 방화역뿐이다. 때문에 방화로 가는 상행선은 주로 하남검단산과 마천에서 나눠 출발한다. 여기에 5호선에는 상일동에서 출발⦁도착하는 열차가 첨두시간(하루 중 차량의 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시간)에 일부 편성돼 있다. 평일 기준 상일동에서 방화로 가는 상행선에는 총 8회, 방화에서 상일동으로 가는 하행선에는 총 6회 운행한다. 5호선은 하남검단산역 출발, 상일동역 출발, 마천역 출발 등 총 3개의 출발지에서 1개의 도착지로 향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하남검단산에서 출발하는 차량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이유다.
5호선 배차 시간표에 따르면 하남검단산에서 방화로 가는 열차 중 배차 간격이 20분이나 걸리는 열차가 존재했다. 배차가 증가하는 평일 출근 시간대(오전 7시~오전 9시)와 퇴근 시간대(오후 5시~오후 7시)에도 배차 간격은 평균 8.7분이 걸렸다. 하남과 비슷한 경기도 베드타운인 의정부(1호선), 일산(3호선)과 부천, 광명(7호선)과 비교했을 때 하남시 주민들은 첨두시간대 이동에 더 많이 영향을 받았다.
5호선 배차 시간표를 확인한 결과 7시에서 8시 사이 하남검단산에서 방화로 가는 열차는 7회에 불과했다. 1호선, 3호선, 7호선이 첨두시간(7시에서 8시 기준)에 10회~11회로 배차를 늘려 이용객들의 빠른 이동을 돕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사역의 경우 07시 01분 차량을 놓치면 다음 차량이 도착하는 시각은 07시 17분이었다. 다른 첨두시간에도 배차 간격이 13분가량 소요되는 시간대가 존재했다.
“혼잡한 건 사실이지만”… 진퇴양난 빠진 서울교통공사
상황이 이러하지만 5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사정도 난감하다. 최초 5호선 설계상으로는 차량 증편이나 마천지선 분리 계획 등 대처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호선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를 조사한 결과 미사역 상행선은 7시엔 51.7%, 7시 30분에는 76.5%의 내부 혼잡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상일동 상행선 역시 7시 40.6%, 7시 30분엔 57.2%를, 08시에는 94.5%의 혼잡도를 기록했다.
미사역뿐만 아니라 상일동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건축 사업으로 ‘고덕 그라시움’, ‘고덕 아르테온’ 등 총 1만 2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상일동역도 적지 않은 승하차 인원을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역별 수송 실적 자료에 따르면 미사역의 승⦁하차 인원은 일평균 2만 8693명으로 5호선 55개 역 중 승객 수 12위를 기록했다. 상일동역의 승⦁하차 인원은 일평균 2만 4779명으로 5호선 55개 역 중 16위였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는 “강동역 내부 선로 문제와 열차 간 거리 유지 등의 이유로 차량 증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고덕차량기지 관계자는 “차량 증편의 경우 주로 협상에 의해 이뤄진다”며 “단순히 차량을 더 투입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와 하남시가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지 관계자는 “미리 계산된 운전 시격을 맞춰야 하는 문제 때문에 고덕차량기지에서 빠르게 나갈 수 있는 상일동행이 중간에 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운전 시격은 열차 간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배차하는 시간 간격을 의미한다.
하남검단산행과 마천행 운행 비율 조정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라며 “열차 운행 비율 조정은 지자체 간 협의 및 이용 시민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마천지선 분리 계획엔 “마찬가지로 송파나 마천 승객 의견 수렴과 합의가 전제가 돼야 하는 사안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5호선 강동역의 선로 한계, 시스템 등 운전 설비 미비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바 없다”고 말했다.
5호선 배차 해답 없나? 강동,하남 시의원들 “배차 간격 좁혀야” 이구동성
5호선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지역 정치인들이 서울교통공사를 대상으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은 지난 7월 열린 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울교통공사를 대상으로 배차 시간 단축과 운영 비율 현실화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하남검단산행 구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평일 열차 운행 횟수는 하남검단산과 마천행이 1대1”이라며 “거주 인구 등 4배 이상 수요가 많은 하남검단산행 운행 횟수를 더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5호선 혼잡도에 대해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라며 “출근 시간대 길동역 혼잡도는 100을 기준으로 142 수준으로 매우 혼잡하다. 베드타운(주로 주택지구만 대단위로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면 오히려 출퇴근을 용이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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