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사람이 전부’ Man power가 핵심자산인 스타트업

‘매버릭(탑건)’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유니콘을 만들지 않았을까? [영화로 풀어보는 스타트업 이야기]
[한경잡앤조이=이희용 와디즈 생태계육성팀장]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 풍부한 자원도, 검증된 시스템도 없이 자칫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이어간다. 치밀한 전략과 기술력 등 스타트업 성공에 필요한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행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고 투자 검토 업무를 하면서, 스타트업에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많이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형 인재’는 어떤 사람들일까. 나 역시 업계 경력 7년차가 되면서 종종 스타트업 내외에 있는 지인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도전적인 / 창업 아이템(아이디어)에 몰입한 / 자기주도적인 /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 루틴하고 정해진 것보다는 새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

이런 이미지들이 통상적으로 ‘스타트업형 인재’를 떠올릴 때 이야기되는 것 같다. 아마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도 떠올린 인재상이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짜여진 시스템보다는 팀워크를 중심으로 각 개인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창업자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멤버 개인에게도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인재상이 요구된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매버릭(Maverick)
Samuel A. Maverick(1803~1870)은 1800년대 미국에서 소를 키우던 사람이다. 그의 농장은 다른 농장과 차이점이 있었는데, 바로 키우던 소들에게 소유주를 표시하는 낙인을 찍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목장에서 낙인을 찍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낙인이 찍히지 않고 돌아다니던 소들은 ‘Maverick’ 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매버릭(탑건)’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유니콘을 만들지 않았을까? [영화로 풀어보는 스타트업 이야기]
낙인 없는 가축을 지칭하던 단어에서 파생되어 ‘이단아’,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사람’ 등의 의미를 가진 Maverick. 영화 ‘탑건’의 주인공인 Pete Mitchell의 콜사인*이다.(*콜사인(call sign) - 호출 부호. 항공기와 관제소 간에 교신을 할 때 그 항공기의 소속 항공사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호출명. 파일럿들의 ‘제 2의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탑건 : 매버릭’은 2022년 6월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1986년 개봉했던 탑건의 후속작이다. 1편 개봉 이후 36년 만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한 달여 만에 전세계에서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8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최고의 파일럿이자 전설인 매버릭이 자신이 졸업한 비행학교 교관으로 발탁되고, 믿기 힘든 조종 실력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과 위험천만한 작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영화 흥행과 동시에, 톰 크루즈가 열연한 ‘매버릭’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반항아 캐릭터로서 권위에 도전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비행)에 몰입해 희열을 느끼는 모습이 많은 관람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돌발변수로 가득한 스타트업에 필요한 매버릭형 인재
앞서 생각해봤던 ‘스타트업형 인재’의 모습과 ‘탑건’의 매버릭 캐릭터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에 해왔던 전통과 권위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는 성향. 경험을 바탕으로 고도의 인사이트를 키우고, 문제에 몰입해 목표를 달성해 내는 역량이 비슷하게 닮아 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임무에 도전하고 결과로서 직접 증명해 보이는 모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시장에서 입증해내는 스타트업의 모습과 비슷하다. 또한,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팀원들을 생각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 역시 스타트업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ENFP 기질의 매버릭, 스타트업 CEO들의 MBTI와도 닮아있어
최근 유행하는 MBTI를 기준으로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탑건:매버릭’에서 보여진 모습을 기준으로 보면, 미첼 대령의 MBTI는 ‘ENFP’로 추정된다.

매버릭은 일촉즉발의 순간에 고도의 직관(N)을 발휘해 판단한단. 또 과거 자신의 동료였던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를 대하는 모습이나 팀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 감정형(F)으로 볼 수 있다. 규칙과 권위를 따르기 보다는 마이웨이를 개척해가는 모습은 인식형(P)의 자유로운 성격이 반영된 듯 하다.

ENFP는 ‘활동가’형 성격으로 구분된다. ENFP 유형의 특징에 대한 온라인 리서치에 따르면, ENFP의 일반적인 특징은 아래와 같다.

● 솔직해서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 생각과 행동이 독특하다.
●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 사람을 쉽게 밀쳐내지 못한다.
●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안한다.

‘탑건’을 본 사람이라면 매버릭의 모습과 꽤 일치한다고 느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매버릭의 MBTI가 스타트업계 CEO들의 MBTI와도 닮아있다는 것이다.

2021년 한 주간지에서 스타트업 CEO 107명의 MBTI를 분석한 기사를 발표했다. 야놀자, 당근마켓, 마켓컬리, 토스, 직방, 와디즈 등 유니콘 기업을 포함한 국내 100여개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CEO의 MBTI를 조사한 결과, ‘타고난 사업가’, ‘대담한 통솔자’로 알려진 ENTJ형이 가장 많았다. MBTI 전체 유형 중에서는 16개 중 하나이지만, 당시 조사 대상 중에서는 5분의 1이 넘는 분포를 보여 주목 받았다. 아이디어가 많고, 성취욕과 추진력이 강한 ENTJ형이 창업가 기질과 부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ENTP(18명), ENFP(15명) 순으로 파악되었다. 매버릭이 속한 ENFP 유형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성향과 공통점이 발견되는 부분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ENTJ로 파악된 창업가와 CEO들의 유형이 창업 초기에는 달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와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창업 전에는 매버릭과 같은 ENFP였다.

김슬아 대표는 처음에는 ENFP였으나, 중간에는 ENFJ, 최근에는 ENTJ 순으로 MBTI가 변화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이상주의적인 ENFP 성향 덕분에 조금 무모해 보이는 사업에 도전했다가,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선 TJ(사고, 계획형)으로 변한 것 같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러 이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해 직관이나 이상보다는 분석과 데이터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조종대를 잡은 파일럿처럼 비즈니스 최일선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통점
‘탑건:매버릭’의 캐릭터와 MBTI 유형을 바탕으로 ‘스타트업형 인재’에 대해 고민해봤다.
적진에 침투하여 아슬아슬한 교전 현장처럼, 스타트업 역시 매 순간 돌발변수가 발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당황하기도 하고 (거의) 모든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이던 미션을 달성하고 최고의 탑건으로 인정 받는 순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정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직접 조종대를 잡고 돌파해간다면, 그 짜릿한 승리의 순간은 그 어떤 보상보다 클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가 ‘스타트업형 인재’인지 고민하고 있는 당신 앞에 조종대가 놓여있다. 여러분들은 조종대를 잡고 이륙할 준비가 되었는가. ‘NEXT 탑건’을 꿈꾸는 당신의 멋진 비행을 기대한다.

이희용 님은 와디즈파트너스에서 투자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새로움’과 만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시장,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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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탑건 : 매버릭’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