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최적의 삶을 위해 지출을 줄여야 했다

창업 후 내 월급은 136만원이 됐다 [양이천의 기사회생]
“Co-founder 양이천 파트너입니다.”
내 소개를 들은 친구들은 항상 내 월급을 물어본다. 내 급여는 136만원. 식대와 차량 지원비를 합친 금액이다. 진짜 월급은 사실 120만원 정도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매출이 없는 시기를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의 특성상 매출이 없는 기간이 최소한 6개월 이상 길게는1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후 회사 입장에서 보니 고정비를 줄여야 했다.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임대료와 인건비, 두 가지였다.

나를 포함한 창업멤버들과 월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각자가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터놓고 이야기한 자리였다. 당시 내가 살던 용산 아파트의 전세 대출 이자가 한 달에 127만원이었다. 최초 50만원도 안하던 대출 이자가 금리 상승과 함께 2.5배 넘게 늘어났다. 나는 최소한 주거비는 댈 수 있는 정도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올 2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간 내 월급은 136만원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부부의 수입이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줄여야할 부분과 추가적인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다. 미시건 대학교 MBA 교수인 수잔 애쉬포드는 책 ‘유연함의 힘’에서 환경의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기 보다 기회로 인식하는 사람이 훨씬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상황은 기회가 될 수 있고, 기회로 만들어야만 했다.

기본 원칙 :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여라
가장 먼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울산이나 파주 등 전국 각지에서 금융 강연이나 금융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다녔다. 몇몇 기업들과 금융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면서 사업을 확장시키려고도 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연봉을 올리는 것이다. 다만, 내가 연봉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내의 연봉이 오르는 것을 기대해야만 했다. 마침 아내에게 여러 제안이 왔고, 그 중 가장 핏이 맞는 곳으로 이직했다. 이런 노력에도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지출을 줄여야 했다. 특히 6% 후반대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전세 대출 이자가 부담이었다. 게다가 대출 외에 전세금에 있는 원금의 기회비용도 고려해야 했다. 사실상 매달 250만원을 넘게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었다. 자연스럽게 월세로 눈을 돌렸다. 같은 아파트 단지여도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총비용은 월세가 훨씬 저렴했다.

아내의 새로운 직장은 수원에 있었기에 서울 뿐만 아니라 수원까지 이사를 고려했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공급 물량이 많은 수원은 용산에 비해 낮은 가격대로 전월세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이제 막 입주하기 시작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 단지들은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입주할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를 선택한 다음 집의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5군데를 돌아봤다. 같은 타입이라면 구조가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후에는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다. 가장 저렴한 매물이 나오면,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만 확인하고 바로 가계약금을 넣고 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3군데와 협상한 끝에 74m2를 59m2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 우위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시 한번 삶을 점검했다. 핸드폰 비용을 더 낮출 수는 없는지, 잘 안보거나 안 쓰고 있는 구독 서비스가 있진 않은지 확인했다. 분기에 한 번 이상 데이트삼아 가던 영화관은 올해 들어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다. 점심은 보통 두부 한 모와 달걀후라이, 또는 삶은 달걀을 싸갔다. 매일 한잔 이상 마시던 커피는 잠시 끊었다. 재밌는 사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첫 1주일 동안 계속 두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지곤 했다. 내 몸이 카페인에 얼마나 중독됐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지금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에는 점심을 사먹기도 하고, 회사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기회는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잡는다
책 ‘인생은 실전이다’의 저자인 신영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썼다.
“괴짜 CEO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은 ‘사업 기회는 버스와 같다. 다음 기회는 언제나 다가온다.’라는 탁월한 통찰을 우리와 공유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망하지 않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아 사업하고 있다.“

이미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삶을 최적화했다. 사업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어려운 시기에 망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버스 정류장을 떠나려고 하는가? 당신이 떠난다면 다음에 오는 버스는 당신이 떠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탑승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버스 정류장에서 계속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해두자.

양이천 님은 금융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터로, LG전자와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지만, 퇴근 후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창업한 케이스다. 5천만명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오늘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한경잡앤조이에서 '텍스트 브이로거'를 추가 모집합니다>

코로나19로 단절된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人, 스타트업人들의 직무와 일상에 연관된 글을 쓰실 텍스트 브이로거를 모십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사한 하루’,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치열한 몸부림’, ‘코로나19 격리일지’, ‘솔로 탈출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나 공유하고픈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텍스트 브이로거 자세한 사항은 여기 클릭!>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