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범죄 소식에 사형 촉구하는 여론↑···사형제의 실효성 입증한 연구결과 아직까지 없어

[기로에 놓인 사형제도②] OECD 중 사형제 실시하는 美·日, 사형제 반대 목소리 높은 까닭은?
지난 여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을 시작으로 동시다발적인 강력 범죄가 발생 또는 예고됐다. 전국을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보도되자 1997년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은 사형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유사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제도의 부활을 논의할 때마다 범죄예방의 실효성은 사형제 추진과 폐지 사이에서 멈춰져 있다.

사형집행 전후 국내의 범죄발생률은?
[기로에 놓인 사형제도②] OECD 중 사형제 실시하는 美·日, 사형제 반대 목소리 높은 까닭은?
대검찰청에서 대한민국의 주요 사건 범죄자 사형집행 전후의 살인 및 강도범죄 건수를 나타낸 범죄분석표에 따르면, 1975년 4월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이 사형당한 3개월 뒤 살인범죄 건수가 증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가 1980년 사형당한 뒤에도 오히려 살인범죄가 늘어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강력사범 등을 대상의 주요 사형집행 후 살인범죄 건수가 대부분 줄어들었고 강도범죄 건수는 증가했다. 사회적 배경의 차이로 인해 당시 행해진 사형과 범죄율을 직접 연관 짓는 것은 다소 비약적일 수 있지만 반사회적 범죄자에 대해 전면적으로 사형을 집행했음에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결과다.


학계·국제적으로도 사형제의 효과에 회의적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열린 사형제 위헌심판에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요청에 따라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력을 분석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고 교수는 해당 자료를 통해 사형제가 범죄 억제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사형제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외 다수의 연구 역시 사형제의 범죄 억제력에 대해 회의적인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형제 관련 미국 내의 초기 자료인 1961년 셀린의 연구와 국가연구평의회(NRC)의 1978년, 2012년 각각의 보고서에서도 사형제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결론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고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 비교서도 뚜렷한 효과 찾기 어려워
THE WORLD BANK
THE WORLD BANK
OECD가 공개한 주요 국가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에 따르면 2022년까지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일본과 미국뿐인데, 해당 자료에서는 사형집행 여부가 국가의 범죄율과 직접적 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주마다 사형제 시행 여부가 다른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사형제가 시행되고 있는 주에서의 범죄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미국 내 사형제에 대한 찬반 여론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도에 대한 긍정‧부정 여론 차이가 64%로 극대화됐던 1994년에 비해 2022년에는 두 의견 간 13%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美 Gallup
美 Gallup
또한, 2020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5차 UN 총회 제3 위원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에 대한 회원국의 표결이 찬성 120, 반대 39, 기권 24표라는 압도적 결과로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이 채택됐다. 대한민국 법무부는 해당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져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UN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의 회원국들이 대한민국의 인권실태에 대한 검토를 거친 뒤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기도 한 바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추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형 집행 시 외교문제가 발생한다?
사형제도 부활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외교 문제’다. 대한민국이 23년 만에 다시 사형을 집행하게 될 경우, 타국에 인권 후퇴국가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외교적 관계에서 자국의 입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7월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사형집행 결정권자로서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라는 명맥을 지켜나갈 생각이 있느냐”라는 조정훈 의원의 질문에 “사형을 시행할 경우 EU와 외교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며 사형제를 두고 단순 법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렇듯 외교적 영역과 법이 상충하는 상황에 대해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도 미국, 일본이 사형제를 유지 및 집행하고 있기에 한국의 사법적인 변화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개 여부를 결정할 시 외교적 문제를 지나치게 고려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조정현 한국외대 교수(본인 제공)
조정현 한국외대 교수(본인 제공)
조 교수는 “다만 지금껏 형성된 대한민국의 선진적 관행이 일시적 사회 현상으로 인해 갑자기 뒤집힌다면 그것 또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확실한 처벌이 꼭 필요하다면 한순간의 고통과 함께 사형수를 사라지게 하는 방식보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반성하며 지내도록 하는 처벌제도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 사형제에 대한 일반론적인 찬반 논쟁에 대한 질문에 “사형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 관점 중, 응보적 정의 측면에서 사형제는 타당한 제도”라 답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재판이라는 과정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오심이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과 더불어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는 사형이라는 수단이 최선의 수단이 아닐 것”이라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범죄예방 효과가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형제 논쟁’에 대해 이성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