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콘서트 암표 판매 여전히 성행 중
기획사 및 티켓판매처, 대응법 내놓지만 암표상 근절은 어려워

취재원 ㄱ씨 제공
취재원 ㄱ씨 제공
가수의 콘서트나 프로스포츠 경기 등의 암표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 및 티켓 판매처 등에서 암표 근절 캠페인을 실시하지만 현실에서는 뿌리째 뽑기 힘든 모양이다. 매크로 등을 이용해 여전히 암표 거래를 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일 국민체육진흥법 및 공연법 위반 혐의로 30대 ㅇ씨 등 일당 3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ㅇ씨 등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기 트로트 가수 공연 입장권 및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 등을 되팔아 6,4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한 번의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제작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암표거래를 막기 위해 가수 아이유와 임영웅 등의 소속사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하고, 불법 거래 적발 시 해당 티켓을 강제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또 부정 거래자를 팬클럽에서 제명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이어갔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암표는 몇 배의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다.
티켓베이 캡처
티켓베이 캡처
이달 29일과 30일에 열린 '2025 지드래곤 월드투어 콘서트'의 예매에서도 암표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콘서트 예매처 측에선 티켓 부정 거래를 막기 위해 입장 팔찌 등의 본인 확인 절차로 암표를 근절하겠다는 입장까지 발표했으나, 여전히 정가 10만 원대 티켓이 70만 원 선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예매처와 기획사에서는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입장 팔찌'를 부여해 암표 거래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암표상들은 입장 팔찌를 제거제를 이용해 떼어낸 후 접착제로 재부착하는 ‘팔옮’ 즉, '팔찌 옮기기' 방법을 활용했다.
이에 엔터사와 예매처에서는 접합 부분에 사인펜으로 선을 긋거나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사인펜 모양과 스티커를 완벽하게 맞춰 재부착하는 방법이 퍼지고 있다.
예매내역과 VIP카드 (ㄱ 씨 제공)
예매내역과 VIP카드 (ㄱ 씨 제공)
한 아이돌 팬 ㄱ 씨는 암표를 사서 '팔찌 옮기기' 방법으로 콘서트장에 입장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암표 거래 시장 활성화로 인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기시간도 길고, 대기열도 줄어들지 않지만 대기 후 사이트에 들어갔더라도 원하는 자리가 없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ㄱ씨는 설명했다.
매크로 구매연락과 매크로 실사
매크로 구매연락과 매크로 실사
게다가 개인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정상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매크로는 대기열을 무시하고 입장하거나 빈자리를 자동으로 선점하는 기능을 갖췄으며 가격은 보통 2만 원대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매크로 파일은 포스타입이나 X(트위터) 같은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사용방법이 간단하다고 ㄱ씨는 설명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예매한 경험이 많다는 ㄱ씨는 "워낙 쉽게 살 수 있고, 다들 이 프로그램을 써서 예매하니까 결국 너도나도 구매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매크로는 X(트위터)에 '매크로 구매'라고 검색하기만 해도 다양한 판매처를 확인할 수 있다. 오픈채팅을 통해 구매하고 싶은 매크로의 종류와 이름을 전달하고 입금하면 링크로 간단히 받을 수 있으며, 구매 시 제공되는 간단한 사용법만 따라 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티켓 거래 연락 (ㄱ 씨 제공)
티켓 거래 연락 (ㄱ 씨 제공)
그러면서 ㄱ 씨는 이 매크로를 통해 얻은 티켓을 직접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티켓베이' 같은 중개 사이트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보통은 X(트위터)를 이용해 직접 거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돌 팬 ㄴ씨도 암표를 직접 팔아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티켓베이, 트위터 등의 사이트를 통해 티켓을 판매했으며, 인기 아이돌의 경우 정가 대비 최대 80만 원까지 프리미엄을 붙여 판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ㄴ씨는 팬들끼리도 서로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파는 암표상들 때문에 콘서트에 가고 싶은 팬들은 암표 이외의 방법이 없다며, 가고 싶은 팬에게 팔기도 하고 직접 구매한 경험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직한 방법으로 예매한 팬들도 의심받는 상황이 생겨 불편할 때가 많다며, 간절한 팬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매크로를 통해 티켓을 싹쓸이해 비싼 가격에 파는 암표상들을 강력히 처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GD도 당했다···'매크로'에 '팔옮'으로 웃돈 얹어 파는 암표상들
그렇다면 기획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각 회사는 암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인증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SM은 매크로 차단, 신분증 본인 인증, 입장 팔찌 시스템을 도입했다. JYP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암표 거래를 막고 있으며, YG는 매크로 차단과 본인 인증으로 암표 거래에 대응 중이다.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 캡처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 캡처
하이브는 인터파크, 토스와 협력해 '얼굴 패스'라는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얼굴 패스는 티켓 구매자가 공연 전 토스 앱을 통해 본인의 얼굴을 미리 등록하면, 공연장 입장 시 카메라로 등록된 얼굴을 자동 인식해 신분증이나 별도의 티켓 확인 없이 입장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다. 이 '얼굴 패스' 시스템을 통해 암표 근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재 암표 거래는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처벌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2024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처벌 수준을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이 이뤄지면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또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입장권을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행위'와 공정한 입장권 구매를 방해하거나 우회해 입장권을 구매하는 행위인 ‘부정 구매'까지 모두 처벌 대상으로 포함할 예정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서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