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꿈①] 어렵게 선택한 전공, 포기하는 청춘들 왜?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을 살려 직업까지 이어지는 이들도 있는 반면, 사회에서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2021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공-직업 불일치율은 약 50%로 조사 대상 22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3년 4년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전공이 희망 취업 직무와 ‘매우 관련 있다’고 답한 학생은 31.9%, ‘관련 있다’는 31.6%에 그쳤다. 반면 ‘보통’ 이하로 응답한 학생은 36.5%로, 약 3명 중 1명은 전공이 실제 진로와 크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채원(연세대 아동가족학과 3)씨는 전공과 다른 진로를 희망하고 있는 대학생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아이들을 좋아해 아동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해당 전공을 선택했지만, 지난 3년간 과외와 조교 활동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꿈을 만났다. 바로 중·고등학교 국어 강사다.

정 씨는 고교시절 꿈이 많은 학생이었다. 아동학을 공부하며 아동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정 씨는 지난해 두 학기에 걸쳐 사회정서발달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으로 활동하며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

또 강사가 아닌 교사의 길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때문에 교직 이수와 임용고시 응시 여부도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임용고시는 합격이 쉽지 않고, 저출산의 영향으로 합격해도 취직이 쉽지 않다는 현실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여러 진로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정 씨는 결국 국어 강사라는 진로를 선택했고 국어국문학과를 복수 전공하며 국어 과외와 학원 조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정 씨와 달리 전공분야에 한계를 느껴 진로를 바꾼 이도 있다. 응용생물화학을 전공한 이미현(가명)씨는 입학 당시 생명공학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전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4학년으로 올라오면서 연구자가 아닌 변리사를 꿈꾸며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 씨가 진로를 바꾼 계기는 연구직의 근무 환경과 처우 문제였다.

이 씨는 "하고 싶은 건 연구원이지만 현실적으로 연구자로서의 삶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졌다"며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에 한계를 느껴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길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다.

‘뼛속까지 이과생’이었던 이 씨에게 법학 공부는 매우 낯선 학문이었다.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하는 문언주의 해석 체계는 이전의 수치 중심의 공부와 전혀 달랐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정이다.

특히 이 씨는 지식재산권 분야에 자신의 전공 지식을 접목시키기 위해 전공 관련 랩 인턴 활동을 병행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이 씨는 “비록 전공과는 다른 길이지만, 대학에서 익힌 지식이 다른 분야에서도 나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진로 고민을 해결해 줄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그 중 대표적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전국 100여 개 대학에 설치되어 있으며, 진로 상담, 직무 분석, 이력서 및 면접 클리닉까지 통합적인 취업·진로 지원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에서 융합전공, 복수 전공, 부전공 제도를 운용 중인데, 대학생이라면 학교 내 진로상담 센터나 경력개발센터를 통해 자신의 진로계획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서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