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꿈②] '열정으로 달린다'···특종 찾아 나선 대학생 기자들
캠퍼스에는 대학 내 이모저모를 알리는 학보사가 존재한다. 학보사는 교내·외 다양한 소식을 대학생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 신문을 발행하는 학내 공식 언론 기구다. 학보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기자들은 그 누구보다 학교와 가깝게 지내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학교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작은 발걸음
세종대학교 학내 소식을 알리는 세종대신문사는 대학생 기자들의 취재열기로 365일 내내 뜨겁다.
세종대 배포대에 놓인 학보사 신문(허준희 대학생 기자 제공)
세종대 배포대에 놓인 학보사 신문(허준희 대학생 기자 제공)
특히 이들의 취재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많은 변수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그 중 하나는 취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줄 취재원을 만나는 것이다. 학내 이슈를 다루는 보도 기사에서 취재원 인터뷰는 필수이며,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사의 생명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학내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질지라도 그 관심을 실제 인터뷰로 이끌어내 기사에 담는 것은 쉽지 않다.
얼마 전 세종대 군자관 외벽 도장 및 승강기 공사와 내부 환경 개선과 관련한 사안(세종대신문 698호, ‘군자관 변화를 맞이하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감 6일 전까지 인터뷰에 응하는 학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24시간 내내 휴대전화를 분신처럼 들고 다니며 인터뷰하겠다는 연락이 왔는지 수없이 확인한다. 취재원 한 명의 작은 목소리라도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취재원을 확보해 인터뷰를 성사시켰지만 매 호수 발행을 앞두고 취재원 섭외는 항상 가장 큰 난관으로 작용한다.

취재 과정 중 많은 어려움을 맞닥뜨리지만 학보사가 학내 이슈를 공식화해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바쁜 학업 속에서 학보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례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출석체크만 하고 수업을 듣지 않는, 이른바 ‘출튀’를 다루는 사안(세종대신문 701호, ‘출석은 체크, 강의는 스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출결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이 아이템은 출튀 외 본인이 아닌 다른 학생이 출석을 대신 하는 ‘대리 출석’도 문제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서 취재 기자들은 교직원을 만나 인터뷰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사가 발행되기도 전에 단말기 변경 신청에 대한 승인을 일부 지연해 대리 출석이 제한되며 출결 관리 시스템 일부가 변경됐다. 이를 통해 더 공정한 출결 관리가 이뤄졌고 학생들은 출결에 대해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학보사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서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신문 제작 중인 학보사(사진=중대신문 제공)
신문 제작 중인 학보사(사진=중대신문 제공)
파도의 물살에도 흔들리지 않는 학보사의 기둥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의 학보사인 중대신문의 제작총괄 편집장 임영진(중앙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21)씨와 편집총괄 편집장 오윤수(중앙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21)씨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 대학생 기자로서 삶의 이야기를 편집장 시선에서 전했다.

임 씨와 오 씨는 학보사에서 발행하는 모든 기사를 총괄하는 편집장으로서 취재 과정 중 가장 큰 돌발 사고로 마감이 촉박한 상황에서 취재가 부족했을 때를 꼽았다.

임 편집장은 “취재 중 변경 사안이 생길 경우에는 취재 방향을 수정하거나 아이템을 변경하지만 이와 달리 마감 과정에서 이를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오 편집장은 “부족한 기사라도 기사의 방향이나 성격을 바꿔 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로 인해 기사가 가지는 효용은 감소하겠지만 일부의 효용이라도 공동체 내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콘텐츠 서비스 이용 2019~2023. (사진=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제공)
미디어·콘텐츠 서비스 이용 2019~2023. (사진=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제공)
온라인 뉴스가 자리를 잡은 시대 흐름 속에서 종이신문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이 좀 더 종이신문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 학보사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5,202명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콘텐츠·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18종 이용률’ 결과에 따르면 종이신문 유료 구독률은 지난 2000년 53%에서 급감해 2021년부터는 5% 내외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건국대학교의 건대신문 ▲숙명여자대학교의 숙대신보 ▲홍익대학교의 홍대신문 등 여러 대학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사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중대신문 또한 유튜브에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인스타그램으로 카드뉴스를 업로드 하는 등 종이신문이 위기를 맞은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편집장은 “그럼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보사를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독자들을 종이신문으로 가게 하는 가교로서 뉴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기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학과, 다양한 꿈을 가졌지만 한 호수를 발행하기 위해 모두가 공통된 한 가지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노력이 만든 학보사는 공동체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이 아닐까. 과거 수십 년 전 선배들이 뛰었던 것처럼 말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허준희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