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진학을 위해 거제에서 서울로 상경한 대학생 김민재(가명)씨는 고교시절부터 서울행을 꿈꿨다. 그는 "당시 거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엔 너무 좁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로 가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거제에서 서울로 상경한 윤정원(국민대 정치외교학·2)씨는 “서울의 교통이나 생활,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서울 상경 이유를 밝혔다.
유준혁(동국대 로봇에너지공학·3)씨 역시 “로봇을 배우는 학과 중 현재 대학이 가장 위에 있었기에 선택했다”며 서울로 상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원지현 씨(동국대 사회학·3)는 다른 지역과 교류할 기회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는 지역이 제주다 보니 다른 지역과 교류할 일이 적어 성인이 되면 제주를 떠나 다른 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꼭 서울에 오고 싶었다기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전했다.

"서울서 다양한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서울 생활은 확실히 지방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 윤 씨는 “서울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며 지적으로 성장하고 시각을 확장했던 것 같다”며 “양질의 교육 환경 또한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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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또한 비수도권의 기업 수 증가율인 3.8%보다 높은 4.7% 수준으로 서울에 기업이 편중되는 현상이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같은 해 대기업 본사의 75%가량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등 서울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회를 만들어 낸다.
서울에 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언급한 원 씨는 “제주에 살 때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볼 수 있는 작품의 수도 제한적이었다”며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문화생활을 여가로 즐긴다는 게 처음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968개의 공연 시설 가운데 319개의 시설이 서울에 위치하며 전국의 공연단체 4,261개 중 서울에 1,826개로 42.9%의 공연단체가 활동 중이다. 일자리뿐 아니라 문화 활동까지 모두 서울에 편중돼 있어 청년들은 더욱 서울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서울 생활의 그림자
하지만 막연한 기대로 서울에 눌러앉은 청년들은 화려함 뒤에 무한 경쟁의 압박과 더불어 금전문제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윤 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만큼 경쟁과 비교 대상이 많아졌다”며 “서울의 빠른 속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계속 느꼈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는 대부분의 상경한 대학생이 필연적으로 겪는 문제다. 원 씨는 “서울살이의 어려움 중 비용 문제가 가장 컸다”며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늘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의 인프라는 뛰어나지만 사람이 밀집된 도시다 보니 통학이나 일상에서 답답함을 자주 느낀다”고 덧붙였다. 유 씨 또한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 서울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윤 씨는 “취업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다른 지역을 선택지로 고려할 정도로 서울살이가 최악이진 않다”며 서울에 계속 머무를 계획을 밝혔다.
반면 원 씨는 “현재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있고, 서울 생활의 답답함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서울 외 지역에서 삶을 꾸려갈 생각을 전했다. 김 씨 또한 이런 입장을 정했다. 그는 “졸업하면 연고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며 “서울에 아는 친척 하나 없다는 사실이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큰 어려움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유 씨는 “진학할 대학원에 따라 서울에 남을지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서울살이에 대해 확신을 내리지 않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들이 바라본 서울은 기회와 가능성이 넘치는 도시였다. 하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높은 비용이라는 현실도 마주해야 했다. 이들은 오늘도 서울이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각자의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권구봉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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