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1인 가구, 코리빙으로 해법 찾다
-코리빙의 장점은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높은 월세, 비용 대비 만족도는 충분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1층 로비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1층 로비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계약이 간편하고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는 코리빙하우스를 알아보는 중이에요.”

이화여대 재학생 A 씨(22)는 최근 SK디앤디가 오픈한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혼자 사는 원룸은 외롭고 관리도 힘들 것 같다”며 “코리빙은 커뮤니티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 코리빙하우스 누적 공급 추이 (사진: 알스퀘어)
서울시 코리빙하우스 누적 공급 추이 (사진: 알스퀘어)
코리빙(co-living)은 ‘함께(co) + 살다(living)’라는 뜻으로,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방식이다. 보통의 원룸처럼 개인 침실은 제공되지만, 거실·주방·라운지 등은 여러 사람이 공유한다. 청년 1인 가구와 대학생, 유학생 등 다양한 수요층이 늘면서 코리빙하우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의 ‘2025 서울시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코리빙 주거는 2016년 대비 9년 만에 4.7배 성장해 2025년 2월 기준 총 7,371가구를 기록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혼자’에서 ‘함께’로

이와 같은 공급 확대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주요 배경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1000만 가구를 처음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42%에 달하는 수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낳았다. 혼자 살지만 ‘완전한 고립’은 피하고 싶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리빙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전공 이석현 교수는 “최근 개인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고립 해소와 생활 안전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코리빙은 혼자 거주하는 것보다 비슷한 사회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할 기회를 제공하며, 업무 공간과 택배 대행 등 생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리빙하우스는 기존 셰어하우스에 비해 개인의 활용성이 보다 높은 공간으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다소 고시원에 가까웠던 셰어하우스에 비해 프라이버시가 강화되고 사용성이 높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빙의 장점, 편의성과 안전성

서강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 B 씨(21)는 6개월째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여자 입장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피트니스 공간,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원룸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신촌 외관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맹그로브 신촌 외관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코리빙하우스의 핵심 매력은 한 건물 내에서 다양한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장, 카페, 커뮤니티 공간, 도서관 등을 건물 내에서 이용할 수 있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 또, 주방, 세탁실 등 사는 데 필수적인 가전과 가구가 이미 갖춰져 있어 혼자 사는 청년들이나 유학생에게는 최적화된 주거 형태로 꼽힌다.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B1층 헬스장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B1층 헬스장 (사진: 이윤진 대학생 기자)
신촌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C 씨는 “유학생 입장에서 자취를 위해 여러 가전이나 가구를 모두 구비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웬만한 것이 갖춰진 곳에서 단기 계약으로 거주할 생각으로 코리빙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자의 90% 이상이 대학생이고, 그중 7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높은 월세에도 충분한 가치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리빙하우스의 월세는 대체로 100만 원 안팎으로, 일반 원룸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특히, 1인실의 경우 더 큰 비용이 든다. 청년층 입주자들에게는 금전적 부담이 가장 큰 현실적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시설 수준과 입지, 원룸 시세를 고려하면 결코 비싸기만 한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서강대 재학생 B 씨는 “월세가 비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고, 주변 친구들도 이 때문에 입주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점에서 가성비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가격을 감안해도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이며, 앞으로도 연장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역시 “지난달 서울 원룸의 평균 월세가 73만 원으로 집계됐다”며, “관리비까지 합해 월 80만 원을 내며 원룸에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30여만 원 더 지불하고 코리빙하우스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류는 되기 어려워도, 새로운 주거 형태로는 의미”

코리빙하우스는 청년층 사이에서 점차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이 교수는 “코리빙은 거주 비용이 다소 높지만, 개인 공간이 넓고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화돼 젊은 층의 만족도가 높다”며, “향후에는 더 수준 높은 개인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코리빙하우스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코리빙하우스의 한계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코리빙은 주류 주거 형태로 자리 잡기보다는 특정한 기호와 조건을 가진 청년층을 중심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최근 청년층의 혼인율 증가 등으로 가족 단위 주거 선호가 다시 커지는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진 대학생 기자/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