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분기 신촌ㆍ이대 공실률 18.6%
SNS, 온라인 구매 늘면서 대학가 상권 발길 끊겨
온라인 쇼핑 대신할 대학가 상권만의 차별화 전략 필요해
2학기 개강을 일주일 넘긴 9월 둘째 주 수요일. 신촌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박수환(가명) 씨가 이와 같이 말했다. 열 개가 넘는 상가 매물을 갖고 있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공실 상태라며 부동산 운영도 곧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대학생들로 북적였던 거리에 빛바랜 간판들만 남았다. 이제는 신촌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 문의'가 붙여진 공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촌ㆍ이대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분기 18.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5%였다.
대학생이 대학가를 떠났다
1990년대까지 대표 대학가 상권으로 꼽혔던 신촌ㆍ이대 상권은 2000년대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 시작은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소규모 매장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결정했고, 일부는 홍대나 합정 같은 인근 상권으로 이동했다.
이화여대 앞은 옷 가게와 화장품 매장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였지만 온라인 쇼핑 시대가 시작되고 코로나까지 합세하면서 발길이 끊겼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만 자리를 지켰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사라져갔다.
필수 소비재 위주의 소비도 주를 이뤘다. 20대 소비자가 올해 하반기 지출 규모를 늘릴 생각이 있는 품목은 신선, 가공 등 식료품이 49.7%, 건강기능식품 및 건강관리용품 (33.6%), 위생, 세제, 가정용품 등 생활용품(25.1%)이 가장 많았다. 반대로 비필수재는 소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는데, 1위는 의류, 신발 등 패션용품(42.8%), 2위 가구 및 홈 인테리어 용품(32.3%), 3위 뷰티용품이었다.
2014년, 서울시는 신촌ㆍ이대 상권을 되살리려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교통 정체를 완화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가 불편함 없이 신촌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서대문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상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2025년 1월 1일 부로 11년 만에 해제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상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시기 신촌을 둘러싸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2014년부터 신입생들이 모두 송도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도록 해 신촌에 머무는 대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호황기에 형성됐던 임대료가 줄지 않았고, 인근 상권인 홍대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캠퍼스 내부 시설이 대학생들의 소비를 잡고 있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하는 김종섭 씨(82)는 “코로나 지나고 나니 유동 인구,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며 “캠퍼스 내부에도 웬만한 시설이 다 있으니, 근처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 신촌캠퍼스, 이화여대 캠퍼스 내부에는 식당, 카페와 같은 식음료점부터 미용실, 서점, 영화관 등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학가의 살길, 차별화된 상권 조성에 있다
전 세대에서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니 신규 개발 시에는 상가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신촌ㆍ이대처럼 호황기에 상권이 형성되었다가 침체해 공실이 발생한다면 접근이 다르다. 조 교수는 “상권에 같은 업종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니 업종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봤다.
높은 임대료에 대한 질문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와 조건이 경직되어 있어, 공실이더라도 한 번 임대료를 낮추면 10년간 임대료 인상이 불가해 상권이 살아나기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 임대, 매출 연동 임대, 공용 공간 공유와 같은 유연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결국 대학가 상권은 온라인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여야 한다며 “현장성과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상권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호 기자/이채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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