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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마음에 안 드네요’ ‘아버지 직급은 뭐지?’

취준생 울리는 기업 甲질



“성격이 마음에 안 드네요” 취준생 울리는 기업 甲질

취업준비생들이 한 기업 면접장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한경DB(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합니다.)



대기업 채용이 한층 수그러드는 5월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직무에 맞는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비교적 채용전형의 틀이 고정화 돼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서류전형이나 면접전형은 채용담당자의 성향이나 의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면접장 분위기나 면접유형도 각양각색이다.


문제는, 체계 없는 진행, 비신사적인 행동 등으로 구직자를 힘들게 하는 면접관도 있다는 것. 면접 때 인신공격성 질문을 던진다든가 구인사이트에 올린 공고와 실제 기업의 현황이 천차만별인 경우도 있다.


면접 후 감감무소식


취업준비생 인모씨는 얼마 전 한 중소기업에 1차 실무진 면접을 치르고 2차 면접안내 소식을 기다리다 ‘2차 면접 및 채용 자체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채용이 취소된 것보다 더 억울한 건 기업이 사전에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


채용 취소 연락도 인씨가 계속 기업 담당자에게 연락해 문의한 끝에 알아낸 사실이었다. 먼저 묻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


“1차 면접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채용담당자가 곧 다음 전형을 안내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는 거예요. 전화를 걸어도 받지도 않고… 며칠 뒤 문자메시지로 채용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리고 곧 구인사이트에 같은 직무의 채용공고가 또 올라왔죠. 정말 황당하고 속상했어요. 차라리 소식이라도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


가장 흔한 경우다. 합격자에게만 소식을 안내하고 불합격 지원자에게는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 대개 면접 후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에게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하는데 채용 계획이 없을 경우에는 연락을 주지 않는 곳이 많다.



“성격이 마음에 안 드네요” 취준생 울리는 기업 甲질

구직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SNS 대화 화면.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 발달로 인해 메신저로 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등장했다. 지원자가 이력서에 기재한 전화번호를 활용해 SNS계정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한모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최근 모르는 번호 이용자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았다. 그가 지원했던 한 중소기업의 채용 담당자였다. 이 담당자는 “대면 면접 전 1차로 SNS 면접을 진행한다”며 그의 학점, 취미 등을 메시지로 물었다.


조금 께름칙했지만 면접의 일부라 생각하고 묻는 데 답을 달았던 한씨는 그 후 이 담당자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SNS로 몇 가지를 물은 뒤 다음 전형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별 걸 다 묻는 면접관


면접 질문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다보니 경우에 따라 지원자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질문을 하는 곳도 있다.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면접장을 나오는 길에 눈물을 한바탕 쏟아야 했다. 면접관이 그의 성격을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성격이 내성적이라 마음에 안 든다.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그 자리에서 불합격 통보를 전했다.


“요즘 압박면접이라며 곤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에 따라 지원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해요. 전 이 면접 후 면접 공포증까지 생겼죠. 직원을 채용하는 건 기업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지원자의 약점이나 개인정보를 들춰서 지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곳도 있다. 한 취업준비생은 면접 때 연애경험, 아버지 직업, 재산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사장님 한 분이 직접 면접을 진행했는데 대뜸 ‘남자친구가 데려다 줬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더니 아버지 직업은 무엇이냐, ‘나랑 나이가 비슷한데 아직 그 정도 직급이냐’ ‘지금 사는 곳은 자가냐 전세냐’고 계속 황당한 질문을 하더라고요. 업무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너무 기분 나빠서 죄송하다고 하고 그냥 나와 버렸어요.”


취업준비생 B씨는 최근 한 면접관의 태도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 다리를 꼬고 앉은 채 B씨를 맞은 이 면접관은 연신 반말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며 20분이 넘게 자리를 비웠다.


“아무리 취업준비생이 기업에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힘들게 면접을 준비했을 저희를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



#박스. 취준생들이 전하는 당부의 말


“이력서는 꼭 읽어주세요”

한 땀 한 땀, 컴퓨터 앞에 몇날 며칠 매달려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지원동기부터 장단점까지 모두 꾹꾹 눌러 담았다. 하지만 정작 면접관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반응. 힘들게 썼는데 이러시면 곤란해요.

- 소녀808 -


“면접자를 배려해주세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제시간에 맞춰, 아니 조금 빨리 면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담당자는 보이지 않는다. 건네받은 녹차를 호로록호로록 마시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 후에 나타난 담당자는 알고 보니 면접 존재를 잊어버렸던 것. 심지어는 담당자 부재로 면접이 취소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 keai66 -


“공고엔 그렇게 써놨지만 사실은…”

직원 수 30명, 연봉 2500만원. 적당한 조건이라 생각하고 이력서를 넣어 면접기회까지 얻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찾으니 책상은 5개 남짓, 연봉도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란다. 심지어 몇 개월 동안 근무태도를 지켜본 뒤 연봉을 재협상하겠다는 설명. 앞뒤가 안.맞.짜.나!

- 탱양탱양 -


“결과는 알려 주세요”

“조만간 연락 드릴게요” 면접장을 나올 때 채용담당자가 백이면 백 지원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다. 그렇게 구직자는 하염없이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결국 전화는 울리지 않는다. 떨어져도 좋으니 문자메시지로라도 결과를 알려 주세요.

- studyforever -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