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이승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살아남는 기업이 있다. 한경 머니는 언택트 시대,
더 주목해야 할 기업을 연재한다. 이달의 언택트 리더는 ‘원격’으로 세상을 바꾸는 솔루션 기업 알서포트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화상회의 이어 원격근무 솔루션 수요 급증”

뉴스 속 이야기였던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지금, 재택근무를 가능케 하는 원격제어,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수혜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지사. 국내 비대면 소프트웨어(SW) 솔루션 선도 업체인 알서포트는 지난 8월 28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 원을 넘어섰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4% 급증했다.

알서포트는 원격접속·제어, 원격지원, 원격회의 등 비대면 솔루션 3종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IDC 리포트에 따르면 2001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원격 지원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뒤 원격지원 시장 점유율 국내 1위, 일본 시장 1위, 아시아 시장 1위를 차지해 세계 시장 5위를 기록할 만큼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예산 부족과 인프라 미비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대상 비대면 솔루션 무상 지원’ 캠페인을 진행하며 비대면 솔루션의 인식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화상회의 서비스인 '리모트미팅'을 비롯해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접속·제어 서비스 '리모트뷰', 재택근무 시 문제 해결을 위한 원격지원 서비스 '리모트콜'을 공급한다.

비대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알서포트의 서형수 대표를 만나 비대면 솔루션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요즘 알서포트의 인기를 실감하십니까.

“B2B 기업은 전문 솔루션을 개발하다 보니 일반인에게 알려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알서포트’를 들어봤다거나 회사의 화상회의 서비스인 ‘리모트미팅’을 써 봤다고 하는 분들이 꽤나 많아졌습니다. 비대면 솔루션 서비스들이 이전에는 국소 시장으로 여겨졌는데 코로나19 이후 필수 솔루션이 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특히 비대면 솔루션들 중 ‘줌’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거의 유일한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알서포트에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습니까.

“1월 초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 화상회의 솔루션인 ‘리모트미팅’ 서버를 약 40배나 증설했습니다. 그 시기에 원격접속, 원격제어 솔루션인 ‘리모트뷰’ 서비스에 대한 이용 건수도 44배나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1분기에 예산이나 인프라 부족으로 재택근무 전환을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재택근무 솔루션 무상 지원 캠페인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긴급 상황에 대처하도록 도왔습니다. 이후 무료 서비스 종료 후 상당수 이용자들이 유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리모트뷰와 리모트미팅을 사용한 4500여 기업 가운데 1000여 개 기업이 유료 서비스로 계속 이용하기로 결정해 유료 고객 전환율도 22%에 달합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을 예상했나요.

“원래 B2B는 천천히 성장합니다. 전년 대비 최대 20% 이상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죠. 앞으로 5년간 성장할 것을 단 몇 개월 만에 이루었을 정도로 비대면 소프트웨어 시장이 갑자기 커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활용’의 변화가 시장을 키운 것입니다. 그럼 내년에는 성장세가 멈출 것인가. 저는 앞으로 비대면 소프트웨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용도’ 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원격제어는 재택근무의 용도보다는 전산관리자가 회사 서버를 관리하는 용도로써 사용됐습니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재택근무를 위해 사용하죠. 용도 변경이 명확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격 솔루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면 비대면 수요도 다시 줄어들 거란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경험했습니다. 알서포트 해외영업 담당자들은 9개월째 아무도 나가지 못했지만, 실적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법인장을 겸하고 있는 저조차 못간 지 9개월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 않아도 일본법인에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고, 외려 매출은 더 오르고 있습니다. ‘해외영업을 위해 꼭 해외에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최고경영자(CEO)인 저조차 이렇게 생각의 변화를 느끼게 됐습니다. 다수의 CEO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당연시했던 것들에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해외영업뿐 아니라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 오프라인 시장이 활성화돼도 온라인 시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온라인이란 추가 시장을 이번에 발견했을 뿐입니다. 비즈니스는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국산 솔루션의 경우 외국산 솔루션엔 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리모트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을 소개한다면.

“원격 화상회의 서비스에서 글로벌 최고의 서비스로 평가받는 것은 역시 ‘줌’입니다. 기능으로 단순 비교하자면, ‘줌’은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소프트웨어이고, 알서포트의 화상회의 서비스인 ‘리모트미팅’은 웹브라우저 기반의 화상회의 서비스입니다.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웹브라우저에 접속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리모트미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원격 화상회의의 가장 큰 문제는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화상회의를 열어야 하는 사람들이 서버에 장애가 있지는 않을지, 실수는 없을지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리모트미팅은 99개 가상 미팅룸이 만들어져 있어 마치 오프라인에서 회의실에 입장하듯이 간단하게 접속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비어 있는 회의실을 선택해 회의를 시작하면 되죠.”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화상회의 이어 원격근무 솔루션 수요 급증”

최근 국내 최초 조립식 화상회의실도 만들었는데,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나요.

“상반기 갑작스러운 재택근무가 이뤄지며 화상회의를 위한 물리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외부 업체들과의 화상회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회의 공간은 부족해졌고, 개인 자리에서 화상회의를 할 경우에는 주변 소음으로 집중하기 어렵거나 회의 중 기밀 정보가 노출되는 등의 문제도 뒤따랐습니다. 별도의 화상회의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민원이 제기돼 고민하던 중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콜라박스’는 빈 공간에 조립해 쓰는 이동식 화상회의 부스로, 독립된 회의 공간 구성부터 화상회의 전용 장비 설치까지 화상회의실 구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당일 구축이 가능합니다. 회의실 부족 문제를 즉시 해소하는 것은 물론 주변 소음 차단, 보안 유지, 업무 집중도 향상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화상회의 솔루션이 각광받았지만 일본에서는 원격지원 솔루션의 인기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상반기에는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가 진행되며 학교와 기업들이 급하게 화상회의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원격근무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이죠. 이제는 재택근무가 안정화되고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원격근무에 필요한 솔루션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화상회의는 하루 1시간 이용하지만, 재택근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용컴퓨터(PC)입니다. 일일 8시간을 생산성 저하 없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작업해야 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원격접속·제어 솔루션입니다. 회사에 가지 않아도 회사에서 일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주는 것이죠.

실제 사례가 일본의 경우입니다. 화상회의가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원격접속·제어 솔루션인 ‘리모트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일본 내에서 리모트뷰 사용 시간 증가율은 코로나19 이전인 1월 대비 5월 2285.2%에 달합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장려해 왔습니다. 2017년에는 매년 7월 24일을 ‘텔레워크 데이’로 정하고 전국 기업에 일제히 재택근무 실시를 장려할 만큼 재택근무가 보편화돼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반기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원격접속·제어 솔루션인 ‘리모트뷰’에 대한 주문이 늘고 있습니다. 화상회의가 1차 웨이브였다면 원격제어는 2차 웨이브인 셈입니다.”

국내의 상황에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입니다. 모든 정책이 하드웨어가 우선하고 있죠. 이번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도 태블릿을 몇 만 대 지원한다 등의 하드웨어 관련 예산은 명확하게 명시돼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 분야는 어디에 얼마만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태블릿은 1년만 지나도 구형이 되지만 소프트웨어는 유지보수만 잘 하면 사용 기간이 훨씬 긴 편입니다. 비대면 교육 환경, 근무 환경으로의 전환을 위해 원격근무 소프트웨어 지원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래의 서비스는 어느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화상회의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잘 들리나요’입니다. 이제는 이런 말이 필요하지 않도록 인공지능(AI)이 솔루션에 도입돼 화상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할 것입니다. 마치 회의관리자 한 명이 회의실에 들어와 보조하는 것처럼 AI로봇이 화상회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것이지요. AI로봇은 화상회의 시간에 누군가 기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찾아내 도와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PC에서 잡음이 들리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화면에 장애가 생긴다면 이를 바로 잡아내 해결하는 등 모든 기술적 고민에 AI가 투입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영상배경을 고민하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AI가 사진(영상)을 계속 학습하면 사람만 가려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줌에는 이 기능이 일부 적용돼 있는데, 자사 리모트미팅에도 다음 업데이트에 ‘백그라운드’ 제거 기술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AI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선진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 주십시오.”

중소벤처기업부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공급업체로 선정,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사업 테마인 화상회의, 원격근무 모두 알서포트가 단연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업의 공급업체로 선정돼 무한한 영광이며, 이 기회를 발판 삼아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의 관심과 사랑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간 역점 사업으로 진행해 온 해외 비즈니스를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국산 솔루션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서형수 대표는…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전문가로, 화창정보통신 개발팀장과 하우리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이후 지난 2001년 말 알서포트를 설립, 2005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