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희 기자 l 참고 도서 <2020 국내 교육 산업 트렌드 분석을 통한 2050 미래 교육 산업 전략>] 대면 교육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교육 산업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을 융합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인 에듀테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이 기대되는 ‘핫’한 시장에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춘추전국에 접어든 교육 산업을 들여다봤다.

[big story] 에듀테크 산업,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2030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은 교육 관련 기업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의 말이다. 전 세계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발전된 기술이 교육에 접목되는 에듀테크(edutech) 산업의 급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역성장이 예견됐던 교육 산업이 모두가 주목하는 ‘블루오션’이 된 것이다.

교육 산업 경제지형도 ①
학령 시장에서 ‘성인’ 시장으로

교육 산업 지형의 첫째 변화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시장의 급성장이다. 한국교육산업연구소가 펴낸 책 <2020 국내 교육 산업 트렌드 분석을 통한 2050 미래 교육 산업 전략>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교육 산업을 분석한 결과, 10년간 학원 시장은 8.0% 하락했으며, 학습지 시장과 고등재수학원도 각각 22.2%, 9.6% 감소했다. 반면 성인 대상 교육 산업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52.3%, 온라인 교육 산업 또한 52.7% 상승했다.

차승욱 한국교육산업연구소장은 “초·중·고 시장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 기간 온라인과 성인 교육이 지속 성장하며 전체 교육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반면 성인의 평생학습 시장이 커지며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성인 대상 교육 시장의 가장 큰 축은 영어교육 시장이다. 토익, 토스 등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문법 중심에서 최근에는 영어회화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하면서 시원스쿨, 야나두, 되새김 등 영어의 평생학습을 표방하는 신생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 중 카카오 계열사인 야나두는 지난 9월 초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4개 사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3000억 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영어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맞춤형 강의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종합 교육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영어회화 전문 플랫폼인 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이하 링글) 또한 머스트자산운용 주도로 19억 원 규모의 보통주 투자를 유치했다. 링글은 미국 스탠퍼드 경영학 석사학위(MBA) 출신들이 모여 2015년 창업한 온라인 영어 교육 스타트업으로, 해외 명문대 출신 강사와의 1대1 화상영어 수업과 실시간 구글독스 첨삭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8월 말 기준으로 2018년 1월 대비 유료 수강생 수가 약 6배 증가하고 3~4배가 넘는 결제액을 기록했다.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취미학습 시장도 나날이 성장세를 더하고 있다. 설문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2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3시간 내외 시간을 들여 특정 분야에 대해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본 사람들의 평균 참여 횟수는 3.6회, 1회 평균 지출금액은 2만8000원가량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문화센터 등을 통해 이용하는데, 2030대 사이에서는 원데이클래스 전문 사이트나 탈잉, 솜씨당, 프립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활용한다.

서핑, 베이킹, DIY(Do It Yourself), 요가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어 성인들의 교육 놀이터로 주목받는다. 이 중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을 운영하는 프렌트립은 최근 6개 투자사로부터 추가 투자 60억 원을 유치했다. 투자를 주도한 김정수 TS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여가 액티비티 시장의 확대가 명확한 상황 속에서 호스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이 무궁무진하게 개발될 수 있는 프립의 비즈니스 모델은 타사가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이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여가 액티비티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평생학습 플랫폼의 인기가 뜨겁다. 온라인 평생학습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클래스101’은 지난해 11월 1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를 주도한 최지현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은 “클래스101은 주52시간 근무제 등 점차 자신의 삶과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2030대를 중심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뛰어난 콘텐츠 기획력과 플랫폼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또한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교육 전문 기업 휴넷 역시 올해 6월 기준 월간 학습자 수 65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상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으로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다.

성인의 취미학습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픈서베이의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19’를 보면 정기적으로 취미생활, 자기계발을 하는 이들은 추후 지불 의향 1순위 분야로 어학, 스포츠, 재테크, 요리, 음악, 공예, 사진 등을 톱7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추후 시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카테고리에는 컴퓨터·디자인 툴, 미술, 코딩·프로그래밍 등이 거론됐다.

[big story] 에듀테크 산업,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교육 산업 경제지형도 ②
교육에 기술을 더한 에듀테크로

교육 산업 지형의 둘째 변화는 비대면 시장, 그중에서도 교육에 정보기술(IT)을 더한 에듀테크의 성장이다. 최근 비대면 산업의 대표 키워드로 주목받는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 가상현실(VR)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교육에 접목해 맞춤형·실감형 학습을 제공한다.

에듀테크는 단계별로 교육 산업에 적용되고 있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 원격수업, 재택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비대면 학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학교와 기업에 실시간 화상회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 A사의 경우 가입자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본, 스페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성공적 코로나19 방역 사례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의 에듀테크 서비스 모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산업에서 현재 에듀테크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통한다. 미국 데이터 연구 기업 홀론(Holon)IQ는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가 2018년 1530억 달러(178조 원)에서 2025년 3420억 달러(398조 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 기기 보급 확대와 이에 친숙한 Z세대의 증가가 에듀테크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중국, 영국 등 에듀테크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에듀테크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5월 발간한 ‘에듀테크 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듀테크 투자액은 2019년 16억6000만 달러(약 2조 원)를 기록해 5년 만에 최고액을 달성했고, 경력 개발 부문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대표 기업 구글은 5년 전부터 에듀테크 시장을 이끌면서 온라인 수업 플랫폼 ‘클래스룸’과 유료고객 600만 명을 돌파한 ‘지스위트(G Suite)’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에듀테크 투자액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은 전 세계 에듀테크 유니콘기업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국 에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인 위엔푸다오도 ‘위엔티쿠’, ‘샤오위엔소티’, ‘제브라 AI’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4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영국도 에듀테크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바탕으로 영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에듀테크 기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지런히 선두 국가들을 좇고 있다. IT 강국으로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에듀테크를 도입했지만 보수적인 공교육 환경과 소극적인 투자로 발전 속도가 뒤처진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기반 원격교육 지원 플랫폼(AI 원격교육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온라인 개학에 이용 중인 공공 학습관리시스템 ‘EBS 온라인클래스’, ‘한국교육학술정보 e학습터’나 외국산 영상회의 서비스 ‘줌’, ‘팀즈’(마이크로소프트), ‘행아웃 미트’(구글)를 뛰어넘는 통합 AI 원격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고 원격 공·사교육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를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업계에서도 에듀테크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국내 교육 서비스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협력해 자사 서비스에 에듀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 학습지 기업인 교원, 재능교육, 천재교육 등은 학습지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AI 오답노트, AI 가정교사 등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에듀테크 플랫폼을 선보인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주목된다. 디지털 교과서와 연동된 학습 커뮤니티인 ‘위두랑’은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초대해 과제나 영상, 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클래스팅’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AI 기반 맞춤 학교 플랫폼으로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수준별 맞춤형 문제와 동영상 콘텐츠를 추천하며, 선생님은 아이들의 학습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배우, 예술가, 작가 등 저명인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마스터클래스’,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는 ‘뉴턴’ 등 다양한 에듀테크 플랫폼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big story] 에듀테크 산업,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전문가들은 교육 산업의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길호 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온라인 개학으로 에듀테크 기업에 큰 무대가 열렸다”고 했으며, 조영탁 휴넷 대표는
“세계 경제 주도권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교육산업전문팀은 “글로벌 교육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기반으로 미래 인적 자원에 투자해 나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며 “머지않은 2025년에 글로벌 선진국으로서 앞서나가기 위해 교육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