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카니발 디자인, 산업 변화 읽힌다


[한경 머니=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l 사진 각 사 제공] 4세대 카니발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량의 성격 변화는 자율주행차량의 등장과 함께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4세대 카니발이 실내 이미지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외장은 몇 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우리나라 최초 1.5박스 구조의 미니밴 카니발은 1998년에 1세대 모델(KV-II)이 나왔고, 2001년 초에 카니발II라는 이름으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온다. 1세대 모델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팔리던 닷지(Dodge)의 캐러밴(Caravan)과 차체 이미지도 비슷하고 이름도 비슷한(?) 인상이었다. 물론 지금은 전혀 다른 모델이 됐지만….


4세대 카니발 디자인, 산업 변화 읽힌다


밴 차량에 승용차 메커니즘 적용


아무튼 그렇게 1세대 모델이 나오고 페이스 리프트 모델부터는 세도나(Sedona)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수출되기 시작한다. 2세대 모델(VQ)은 2005년에 나왔고, 2세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그랜드 카니발이 2010년에 나와 2014년까지 팔린다. 실질적으로 2세대 모델이 약 9년간 롱런한 셈이다. 그리고 3세대 모델(YP)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팔리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4세대 카니발의 크기는 전장 5155mm, 전폭 1995m, 전고 1740mm, 휠베이스 3090mm이며, 기존 모델 대비 전장은 40mm, 전폭은 10mm, 휠베이스(축거)는 30mm 늘어나 역대 카니발 중에서 가장 길다. 반면 전고는 3세대보다 15mm 낮아졌고, 가장 높았던 2세대 카니발보다는 40mm 낮다. 차체 비례가 더 날렵해 보이는 건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세대 카니발에서의 대표적 특징이 양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가진 것이었는데, 그 특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전까지는 밴 차량에서는 화물 운송이 중심이 되는 콘셉트였으므로, 슬라이딩 도어는 우측에 한 개만 존재했지만, 미니밴이 승용 중심의 콘셉트로 개발되면서 양쪽에 문을 가진 승용차의 개념이 된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승용 콘셉트의 미니밴의 원조는 크라이슬러(닷지)의 캐러밴이다. 당시 경영난에 처한 크라이슬러를 맡게 된 경영인 리 아이어코카가 전륜구동 중형 승용차 플랫폼(K-car)을 이용해 소형 미니밴을 개발해 크게 호응을 얻으며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킨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미니밴은 미국의 가족용 차량이 스테이션 웨건에서 미니밴으로 바뀌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와 비슷하게 1세대 카니발도 전륜구동 방식의 중형 승용차 크레도스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됐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은 변화가 가해졌을 것이고, 실제로 4세대 카니발은 현대기아의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했다고 한다. 중요한 부분은 화물차량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니라 승용차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일 것이다.


카니발은 2001년 이후부터는 미니밴의 본고장인 미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도 도요타의 시에나와 혼다의 오딧세이 등이 미국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4세대 카니발 디자인, 산업 변화 읽힌다


신형 카니발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밀도 높은 승용차의 디자인 감각을 보여 준다. 슬림한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를 비롯해서 A-필러를 검은색 가니시로 덮어 매우 도시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별도의 금속 질감을 더한 C-필러 가니시에 의해 측면 유리창을 C-필러에서 구분함으로써 긴 유리창을 가진 미니밴의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기보다는 가족용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실내의 좌석 구성도 1열과 2열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3열로 구성된 실내 공간을 볼 수 있지만, 공개된 실내 이미지에서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모두 중시하는 수평적 이미지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디지털 기기의 비중이 높은 운전석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슬림한 구조의 환기구를 통해 전체적으로 공간과 질감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보여 준다.


4세대 카니발 디자인, 산업 변화 읽힌다


공개된 실내 이미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미 그랜저에도 적용되고 있는 무중력 효과를 내는 자세로 만들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좌석을 적용한 것과, 어린이 탑승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미지에서는 앞쪽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키즈 테마’라는 버튼도 볼 수 있어서 단지 여러 사람을 태우기 위한 피플 무버(people mover)로서의 미니밴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족용 차량으로의 변화가 보인다. 2세대 카니발의 실내에서는 좌석 수를 늘리는 것을 중시했던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이런 것이 바로 시대의 변화를 보여 주는 요소일 것이다.

4세대 카니발 디자인, 산업 변화 읽힌다


변화된 자율주행차 시대의 서막


종합적으로 본다면 신형 카니발은 과거의 미니밴, 즉 다수의 인원을 수용하는 것이 중심이었던 성격에서, 넓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차량, 즉 레크리에이셔널 비이클(RV)로서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천후 주행 성능과 수납공간 활용성에 중점을 뒀다면, RV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심이 되는 차량이고, 과거의 스테이션 웨건이 서구에서 그런 용도로 활용됐었지만, 이제 그 역할이 미니밴으로 넘어왔다.


차량을 이동의 목적으로 쓰는 것에서, 그 공간에서 거주에 준하는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나타나게 될 변화라고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율주행차량의 등장과 함께 더더욱 강하게 나타날 특징일 것이다. 신형 카니발은 그러한 변화를 향해 가는, 시대를 보여 주는 차량이라고 할 것이다.


구상 교수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이른바 자동차디자인 교수로 유명하다. 기아자동차
미국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7년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논문으로 서울대 공업디자인에서 1호 박사학위 수여자가 됐다. <스케치&렌더링 스튜디오>.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비밀> 등을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