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정혜선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호황이 찾아왔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산업의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통찰력 있는 투자 안목이 필요한 지금 최광욱 제이앤제이(J&J)자산운용 대표를 만났다.
49일이라는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진 지난 8월 11일 주식시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코스피 지수가 연고점을 경신하며 24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넘어선 것은 2018년 6월 15일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주식시장의 상승 소식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들려왔다. 미국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국내보다 앞선 지난 8월 7일 1만1000선을 넘어섰다. 이는 1971년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주식시장의 호황이지만, 이 순간을 마냥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주변 환경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여전히 병들어 있고, 이로 인해 침체된 세계 경제의 회복 역시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홀로 호황을 맞이한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얼마나 더 이어질까.
“최소 2년.” 주식시장의 향방에 관해 묻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강세론자답게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 시대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함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최 대표가 지금의 증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유동성이며, 둘째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주도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유동성장은 제가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이래 겪은 지난 두 번의 유동성장(1997년 외환위기, 2005년 적립식 펀드 열풍)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력합니다.” 그는 “자신이 펀드매니저를 은퇴하기 전 만나는 마지막 유동성장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지금의 주식시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주워 담은 개인투자자…“옳은 선택”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초유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100% 주식자산을 운용하는 저희는 매일 눈만 뜨면 수익률이 급감하는 현상을 경험했죠. 그 상황을 이겨 낼 수 있었던 역대급 유동성장이 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만큼 이를 부양하기 위한 각국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7% 수준인 132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으며, 미국과 일본은 각각 2조 달러(약 2500조 원), 234조 엔(약 260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8조2500억 위안(약 1400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을 위한 유동성 기반의 경기부양책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현재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논의 중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이나 채권 대비 거품이 덜 끼었다고 판단되는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 대표가 운용하는 J&J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연초 이후 13% 성과를 내고 있다.
최 대표가 무거워진 국내 증시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데는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부상한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43조 원을 순매수했다. 이들의 무서운 매수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최 대표는 ‘증시 주권 회복운동’이라는 표현을 썼다).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는 국내 주식시장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어요. 지난 3월 외국인의 순매도세에 코스피 지수가 맥없이 고꾸라졌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증시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사면 오르고, 외국인투자자가 팔면 빠진다는 국내 주식시장의 오래된 공식이 깨진 순간이었다. 최 대표는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사건이다”라고 표현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삼성전자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순매수액은 7조8000억 원이 달했다. 최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이러한 선택에 대해 “옳았다”고 평가했다. 기업에 대한 분석 방법을 모르거나 투자 전략이 없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는 게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반도체회사가 아닙니다. 꾸준히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고 있는 데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나가고 있어 기업의 가치가 매년 상향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코로나19 이전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데다, 반도체 시장의 회복 속도가 늦어 잠시 쉬고 있지만, 이 유동성장의 끝에서는 삼성전자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10일 기준 주식시장의 투자를 기다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51조 원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의 투자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LG화학,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대표주
최 대표는 유동성만큼이나 지금의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강력한 주도주를 꼽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주식시장에는 상승세를 이끌 뚜렷한 주도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과 그린 뉴딜(green new deal) 관련 기업이 그들이다. 이는 각국의 경기부양책과도 맞물린다. 대표적인 게 우리나라다. 정부는 지난 8월 17일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5세대(5G), 미래자동차(전기자동차) 등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초대형 뉴딜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뉴딜의 핵심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그린 뉴딜에는 삼성SDI와 LG화학이 대장주로 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untact)이 중요해지면서 대표적인 언택트 기업으로 꼽히며 연초 이후 각각 약 72%, 약 132%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최 대표는 “플랫폼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쟁 기업으로 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서로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쇼핑을 기반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카카오는 비대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2차전지 배터리 기업인 LG화학은 미래차인 전기차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그린 뉴딜의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기차의 대표주자인 미국 테슬라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에 대한 수요 증가는 LG화학의 2분기 실적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전지 부문에서만 매출 2조8230억 원과 영업이익 1555억 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전체 매출액 6조9352억 원, 영업이익 5716억 원으로 증권사의 전망을 웃돌았다. 이 덕분에 LG화학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3만 원까지 빠졌던 주가는 지난 8월 12일 74만 원을 넘었다.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이들의 주가는 개인투자자들에겐 부담스럽다. 최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전 세계 온라인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규제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늦었으나, 지난해부터 규제가 완화되며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했던 주가가 최근 분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이들이 확장해 나가는 영역 속에서 구경제 산업의 가치를 흡수해 가는 역사가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주가의 상단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등극했지만, 시가총액에서는 경쟁사인 중국 CATL에 이어 2위다.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80조 원대로 50조 원대인 LG화학의 1.5배 수준”이라며 “전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이 CATL보다 낮다는 것은 앞으로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주도주의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관련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라고 했다. 어느 산업이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 1위 기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그 분야의 일등 기업인 테슬라를 사면 된다.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를 앞으로 잘 만들 것이란 기대감으로 현대차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으로 1위를 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한다. 이미 샀다면 그 투자자는 성공했을 것이다.”
주도주와 테마주에 대한 구분 필요
최 대표는 최근 주도주와 더불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 제약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다면 바로 바이오와 제약 분야일 것입니다.” 뚜렷한 성과 없이 개발이나 투자에 대한 희망만 가지고 관련 기업에 대한 주가가 연초 대비 3~4배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현혹되지 말고, 주도주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배당수익이 높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배당수익률 5% 이상 나오는 기업들이 많은데, 특히 증권주와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의 배당수익이 높습니다.”
그는 “업황에 따라 배당 비율이 변동되는 경우가 있으니 투자 전 확인이 필요하다”며 “배당수익을 기반으로 한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는 손실 가능성은 낮고 기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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