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한국경제DB·각자 제공] 매일 숲속으로 찾아갈 수는 없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도시에 자기만의 나무를 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인의 백 투 그린 라이프, 기본은 도심에 ‘그린’을 심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린 하우스
코로나19로 집은 집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심 속 그린을 심는 노력 또한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식물과 함께 하는 초록의 일상. 집 안에 정원을 들이는 일이다.
-홈가드닝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안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기 정화 효과는 물론 인테리어 효과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정KPMG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홈퍼니싱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확대됐다. 전국 20~64세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홈퍼니싱 관련 소비자 인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 ‘홈가드닝 시설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이들이 23%로 집계됐다.
식물은 공간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고,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간에 따라 배치하는 종류도 다양하다. 홈가드닝의 고수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부엌, 사무공간, 침실, 베란다, 현관 등 실내공간에 따라 맞춤 식물, 그리고 관리법이 있다고 전한다.
우선 해가 잘 들어오는 실내공간에는 화사하게 꽃이 피는 식물이나 한 공간에 크기가 큰 식물을 두어 포인트를 주기 좋은 식물들을 추천한다. 몬스테라, 극락조화, 옥살리스, 브레이니아, 제라늄, 삭소롬, 시클라멘, 히아신스 등이다.
사무공간이나 부엌, 현관처럼 해가 잘 들지 않는 실내공간에는 식물이 웃자라고, 통풍이 잘되지 않는 탓에 병충해가 생기기 쉽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에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생명력이 강하고 병충해가 잘 생기지 않는 식물을 키워야 한다. 블루스타펀, 상록넉줄고사리, 베고니아, 아이비, 산세베리아, 싱고니움,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이 대표적이다.
-베란다 텃밭
최근 MBC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박세리 편에서 ‘베란다 텃밭’이 화제를 모았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베란다에서 텃밭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베란다를 이용한 채소정원은 신선한 먹을거리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환경 개선, 정서적 안정, 교육적 효과 등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다.
베란다는 집 안에서 텃밭을 가꾸기에 좋은 공간이다. 물과 흙, 햇빛과 화분만 있다면 베란다 어디에서나 채소를 키울 수 있다. 상추와 같은 간단한 잎채소부터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등과 같은 열매채소까지 다양한 채소들이 베란다 텃밭의 주재료가 된다. 베란다 채소는 계속 열리기 때문에 언제든 원할 때 신선한 채소를 따서 요리를 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도 얻을 수 있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우리 집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아파트의 방위, 층수, 유리창 등 집 환경에 맞는 작물을 선택해야 한다. 베란다에 햇볕이 많이 들어온다면 상추, 케일, 쑥갓, 시금치 재배가 가능하고, 반대로 햇볕 들어오는 양이 많지 않다면 부추와 미나리, 쪽파 등과 같이 햇빛이 약해도 생육이 무난한 채소가 좋다.
겨자채나 적근대와 같이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은 생육이 불량하기 때문에 베란다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마당이나 밭에 있는 흙을 옮겨 담아 사용하면 잡초 종자와 벌레가 같이 옮겨질 수 있으므로 원예용 상토를 화원이나 농자재 마트 등에서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무실 안에 비닐하우스를 만든 디자인M4_2019년 오피스 인테리어 이미지)
그린 오피스
영국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에 화초를 배치하면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업무 만족도와 동시에 직무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는 식물이 내부 공기를 정화함으로써 직원들이 청결한 사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보다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M4
인테리어업체인 디자인M4의 그린 오피스는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혁신적이다. 씨를 뿌리며 논밭을 일구는 사계절 농사의 과정을 사무실 안에 담아냄으로써 그린 오피스의 절정에 도전했다.
먼저 농사의 상징을 대표하는 ‘비닐하우스’를 사무실 안에 설치해 공간을 나눴다. 공간의 목적에 따라 ‘설계부서’, ‘시공부서’, ‘라운지’로 나눠 총 3개 동의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회사 업무를 농사의 과정에 대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표현했고,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 요소들을 사무실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에자이
헬스케어 서비스기업인 한국에자이는 옥상정원을 가진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사무실 전체의 약 15%를 식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식물이 배치돼 있다. 특히 회의실과 함께 자리한 11층의 옥상정원이 하이라이트다. 회의실을 끼고 디귿(ㄷ)자로 자리한 정원은 고목나무, 벤저민, 행운목은 물론 다양한 식물로 가득 차 있다. 연못이 있으며 그 안에는 물고기도 키워 심리적인 편안함까지 준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옥상정원에 땅을 파서 해바라기도 심는 등 정원 속 정원을 가꾸고 있다고 하니 임직원 모두 그린 오피스에 참여하는 셈이다.
-한전KDN
전력IT 전문 공기업인 한전KDN은 그린 오피스의 선두주자다. 올해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그린힐링오피스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력을 보유했다. 그린힐링오피스 경진대회는 식물을 사무공간에 활용해 쾌적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모델을 발굴해 실내원예 사업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식물 수요 등을 높이기 위한 경진대회다.
한전KDN은 ‘공기정화식물을 활용한 사무 환경 조성’이라는 주제로 사무실 벽면에 대나무 숲을 실사로 제작하고, 다양한 식물들을 함께 배치해 실내 정원을 연출한 점이 심사위원단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한전KDN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그린힐링오피스는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실내원예 시장과 식물 수요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여수 해양도시숲.
그린 시티
도시에도 그린을 심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린 시티는 국가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지하철, 학교, 공원 등 도시 공간에 스며든 그린 시티 사례들을 알아봤다.
-메트로팜
칙칙한 지하공간은 옛말이다. 지하철이 도심 속 시민들에게 푸름을 전하고 청정 채소까지 제공한다. 서울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에는 유리칸막이 너머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받으며 성장하는 채소들을 볼 수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지하철역에 설치한 ‘메트로팜’이다.
바질, 루콜라 등 이자벨 허브류와 카이피라 등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샐러드 재료들이 재배되는 메트로팜의 ‘실내수직농장’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3無(무농약, 무GMO, 무병충해)를 실천하며, 미세먼지 걱정 없는 환경에서 청정 채소를 24시간 연중 생산하고 있다. 메트로팜은 자동으로 온·습도를 조절하고 작물에 물을 주는 등 기존 스마트팜과 동일한 시스템이다. 지하에 설치돼 있다 보니 지상보다 온도 변화가 적어 항온 관리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습도가 항상 65~67%로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일부 시설은 씨 뿌리기부터 로봇이 대체하는 ‘오토 팜’으로 조성돼 있다. 파종부터 재배, 수확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오토 팜에서는 재배 기간이 짧은 작물을 주로 재배하며, 수확한 채소들을 샐러드와 주스로 만들어 바로 맛볼 수 있는 ‘팜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생산은 곧 판매로도 이어지는데, 메트로팜 바로 옆에 이곳에서 생산된 샐러드 재료들로 만든 ‘샐러드’ 자판기가 있다. 생산과 소비가 연결된 셈이다. 충정로역뿐만이 아니다. 연면적 395㎡로 규모의 상도역을 시작으로 답십리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등 5곳에 메트로팜이 조성돼 있다.
메트로팜은 시민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도시농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미래형 농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설립됐다. 보다 다양한 미래 도시농업의 실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장기적으로는 차량기지에 스마트팜을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지하철역 차량기지에서 작물이 재배되면 지하철로 실어 나를 수 있기에 물류비가 크게 감소하고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숲
환경문제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으며 주목받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도시숲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이 미세먼지의 이동을 막아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도시숲이란 국민의 보건 휴양, 정서 함양 및 체험 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 학교숲, 산림공원, 가로수(숲) 등을 말한다. 주거 시설 주변의 숲과 공원녹지는 물론 길거리의 가로수나 관엽수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이러한 도시숲은 도시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90%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생활권 주변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시숲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특·광역시의 경우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이 평균 7.1㎡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 등 선진 도시와 많은 차이가 있다. 이에 자연적인 도시숲 대신 인공적인 도시숲을 만들기도 한다. 명상숲, 마을숲, 가로숲, 특수 공간숲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방자치단체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숲 가꾸기에 적극적이다. 서울시 마포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일자리 사업 ‘그린 뉴딜 도시숲 가꾸기’의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그린 뉴딜 도시숲 가꾸기’ 사업은 5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역점 사업으로 도심 내에 풍성한 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 뉴딜
코로나19 위기에 ‘그린’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7월 14일 ‘그린 뉴딜’ 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함께 코로나19를 불러온 기후·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이 기후변화 대응의 절박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며 “그린 뉴딜은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린 뉴딜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2022년까지 재정투자 5조8000억 원, 일자리 8만9000개),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재정투자 1조7000억 원, 일자리 1만1000개),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재정투자 5조4000억 원, 일자리 3만3000개)이다.
그린 뉴딜 계획에 따르면 우선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이 이뤄진다. 노후한 공공건축물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단열재 보강, 친환경 자재 시공 등을 통해 주택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더불어 미세먼지 차단 숲 723헥타르(ha), 생활밀착형 숲 228개소 등 도시숲을 확충한다. 먹는 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물과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기 위한 스마트 상·하수도 사업도 추진한다.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그린에너지 사업이 대표 과제다.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난해 3배 이상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도심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초대형 풍력터빈,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기술 등 혁신적 연구·개발(R&D)과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한다.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113만 대, 수소자동차 20만 대를 보급하고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전국 주유소 수주는 1만5000대, 수소 충전소는 450개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분야에서는 제조 생산에 약 70%를 담당하며 산업 부문 온실가스의 77%를 배출하는 산업단지를 혁신한다. 2025년까지 10개의 산업단지를 첨단 디지털 기술과 고효율 에너지 인프라를 갖춘 스마트 그린산단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그린 뉴딜로 미세먼지 해결 등 삶의 질 개선은 물론 녹색 산업의 성장으로 경제 성장도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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