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오피스 자산관리의 디지털 소통

[한경 머니 기고=미국 패밀리오피스협회(FOX)]과거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네트워크 관계에 기반한 산업이며 결코 디지털화될 수 없을 것이다’ 또는 ‘패밀리오피스는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므로 기술로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자산관리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필연적인 변곡점이 되고 있다.

이 글은 북미 최대의 패밀리오피스협회인 Family Office Exchange(FOX)에 기고된 FOX Foresight의 내용을 FOX의 승인을 얻어 Wealthy&Wise에서 재편집한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산관리 산업 종사자들은 디지털화된 서비스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2005년에 유럽의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임원은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은행과 소통하게 될 것이고, 은행은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은행은 ‘뉴노멀(new normal)’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많은 자금이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있으며 고액자산가들은 정기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자산 보고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제 유럽 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언급한 “우리는 항상 향후 2년 동안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향후 10년 동안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한다”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자산관리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업계도 변화를 위해 매우 노력 중이다. 패밀리오피스는 아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변화는 곧 일어날 것이다. 아무도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나, 패밀리오피스의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변화를 가속시키는 거시적 요소

역사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는 보험업계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적응하는 데 느린 편에 속했다. 변혁이 더딘 이유로는 수익성,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기술력 부족, 변화를 거부하는 직원들의 성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통계, 기술 발전, 경쟁사 유입 이렇게 세 가지 큰 거시적 요소로 인해 전례 없는 혼란을 겪으며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신세대의 신규 수요, 기술 발전의 가속화, 대기업(빅테크)·중소기업(핀테크)과 같은 경쟁사들의 유입으로 자산관리 산업은 급속한 변화의 시대를 겪고 있다.

◆변화하는 인구통계와 성향

자산관리 산업은 전통적으로 주로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성세대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은 재무상담사를 통해서만 은행과 소통할 수 있었다. 아직도 이런 소통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학구열이 높은 밀레니얼 Y세대는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전 세계 노동인력 중 35%인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밀레니얼 Y세대와 기존 X세대 모두 삶과 부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과 같이 디지털기업들이 제공하는 최신 기술에 능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하며, 소유욕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기성세대들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접속할 수 있는 솔루션과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고 투명하고 맞춤형으로 제작된 서비스를 원한다.

앞으로 사업과 가문을 운영하는 분야에서 수많은 리더십의 교체가 예상되므로 자산관리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발을 맞추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단지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Y세대 이후의 세대이자 오늘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Z세대는 또 다른 부류라고 할 수 있다.

Z세대의 43%는 독립적인 자기주도 학습을 선호한다. 그리고 디지털이 최우선 순위인 세상에서 성장했음에도 Z세대의 90%는 직장에서의 사회적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을 보인다. Z세대의 61%는 관리자와 주중에 수시로 미팅을 가지며 업무를 점검하기를 원하고 있고, 40%는 상사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 참여에 대한 고객의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도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재무상담사를 위한 신규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바로 수용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력, 문화,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속화된 기술의 발전 속도

자산관리 사업과 마찬가지로 은행에서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제 막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캡제미나이(Capgemini)의 컨설팅 연구 보고에 따르면 은행 종사자 임원들 중 72%가 디지털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거나 디자인을 개편하는 것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50% 이상은 데이터 분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사용자 경험 이외에도 인공지능(AI, 73.3%)과 지능형 자동화(66.7%)가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도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는 현상은 있었다. ‘무어의 법칙’은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프로세서의 속도가 2배로 빨라져 같은 하드웨어 비용에 대한 성능이 2배로 향상되는 법칙이다. 2012년까지 AI는 ‘무어의 법칙’의 속도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매킨지앤드컴퍼니, 구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오픈AI, 젠팩트, AI21랩스의 컨소시엄은 AI 계산 능력이 전통적인 프로세서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I 컴퓨팅 기술은 2012년부터 3, 4개월에 2배씩 향상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자산관리 사업과 패밀리오피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산관리 서비스 중에서 특히 패밀리오피스 기술의 발전은 다른 금융서비스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관계에 기반한 산업의 특성은 소매업보다 고객 수가 더 적어 기술 투자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낮아 기술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한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과 재무상담사 사이에는 개선된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고객들은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와 디지털 소통을 원한다. 재무상담사들은 불필요한 작업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상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길 원한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의 자산관리 사업은 재무상담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개선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산관리 사업은 이러한 도전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대응하기 위한 시간 및 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비단 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은행 예산의 50%는 대부분 전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물론, 패밀리오피스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은행들과 자산관리회사들은 이러한 기술을 선점하지 못했으며, 이는 새로운 경쟁자들의 유입을 촉진시켰다.

◆신규 경쟁자의 등장과 협력

기존 은행과 자산관리 사업들이 신규 인프라 구축 시기를 놓치는 사이에 ‘로빈후드’와 같이 작고 민첩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 텐센트, 위챗과 같은 빅테크들도 기존 은행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이미 비금융 사업에서 플랫폼을 운영 중이므로 전체적인 생태계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훨씬 더 능숙할 수 있었다.

금융업계는 사실 핀테크의 경쟁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규제 요건을 갖추고 신규 브랜드를 구축해 기존 은행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핀테크기업들이 점차 성공을 거두고 더욱 공격적으로 바뀌면서부터 기존 은행은 ‘핀테크가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기존 은행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이제 은행 임원들은 은행의 온라인 상품과 서비스들이 여러 핀테크 브랜드로 도배되는 것을 보게 됐다. 이런 스타트업들은 기존 은행들의 보수적인 문화와 다르게 민첩하고 디지털화됐으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실행 전략을 도출할 수도 있었다. 도대체 기존 은행들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해야만 하는가.

경쟁의 단계도 이미 지나갔다. 핀테크들은 기존 은행의 틈새시장에 접근해 매우 유용한 고객 경험과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은행이 보유한 광범위한 고객에게 접근해 신규 브랜드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금융업계가 처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는 그들 스스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미 세력을 확장한 전통적인 금융기업들은 스타트업과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서로의 필요로 인해 핀테크와 전통적인 금융기관 간 협력은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협업 추세는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웰스테크(wealthtech) 부문에 대한 투자는 연평균 50%씩 성장해 총 17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물론 이 수치에는 기존 자산관리회사들이 기존에 투자해 왔던 내부 기술 개발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2019년에 JP모건은 약 114억 달러의 기술 예산을 소진했었다.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자산관리회사들은 제3자와 협력을 통하지 않고는 미래를 선도하기 힘들 것이다. 고객의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자산관리사가 강력한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

FOX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도블린그룹(Doblin Group)의 래리 킬리(Larry Keeley) 회장은 ‘플랫폼 대 상품’ 접근법을 통한 혁신이 어떻게 사회 발전을 촉진시키고 투자수익률의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통찰력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21세기 들어 공유경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리바바, 우버,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분류된다.

알리바바는 재고는 없지만 가장 큰 소매업체다. 우버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가장 큰 택시회사가 됐다.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소유하고 않고 가장 큰 미디어회사가 됐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호텔을 소유하지 않고도 가장 큰 호텔업체가 됐다.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은 외부 협력사들과 협력해 앤트파이낸셜 자산관리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며 토털 금융서비스업체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오픈뱅킹’ 개념이 등장하면서 은행 조직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고 조직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과 외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을 재분류하기 시작했다. 금융서비스기업들은 내부 혁신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기 위해 외부 협력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다가오는 10년 동안의 새로운 역할

고도의 노동집약적인 투자 산업은 점점 자동화되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돼 가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도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직원들과 가치 제안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싱글 패밀리오피스는 기술 개발과 규모 확장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다. 멀티 패밀리오피스도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는 면에서 패밀리오피스가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준비해 더 나은 서비스 제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