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만지고 보고 검진하라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여성의 가슴은 여성미의 상징이자 남성에게 성욕을 도발하는 매력적인 부위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 여성 암 중 세계 1위가 유방암이라는 대목은 아프다. 무엇보다 폐경 전후 자가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나리자>, <삼손과 데릴라>, <헤라와 아프로디테> 같은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서양의 명화를 보노라면 동그란 고무공을 반으로 자른 듯한, 탐스럽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젖가슴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하얀 젖가슴과 분홍색의 봉긋 고개를 든 유두는 그림 속이라 해도 너무 고혹적이다. 기능적으로는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기관이지만, 그 기능만으로 한정하기엔 그릇의 모양이 지나치게(?) 유혹적이다.

유전자의 98%를 공유하고 있다는 인간과 유인원인 침팬지 암컷의 가슴 생김새는 다르다. 암컷 침팬지의 가슴은 납작하고 젖꼭지만 돌출돼 있는 데 반해 인간 암컷(?)의 젖가슴은 더 크고 눈에 띄게 돌출돼 있다. 충분한 영양이 들어 있는 모유수유 때문에 인간의 아기는 더 작고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젖가슴의 크기와 젖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젖가슴은 지방의 정도에 따라 크기가 좌우된다. 살이 찌면 가슴이 커지고 살이 빠지면 가슴도 작아진다. 여성 몸의 지방은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을 만들고,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젖가슴을 부풀게 한다. 그래서 젖가슴은 지방 축적의 반영인 것이다. 하지만 가슴이 빈약한 여성도 젖이 충분히 나올 수 있으며, D컵 가슴이라도 젖이 적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풍만한 가슴과 아기의 건강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러한 여성의 젖가슴 생김새가 오히려 젖을 빠는 아기를 질식하게 할 위험이 높은 모양으로 진화한 데는 여성들이 젖가슴으로 남성들을 유혹하고, 남성들의 심미안적 요구에 부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성들의 젖가슴이 그토록 눈에 띄게 커진 이유는 남성들이 자신의 상대를 찾을 때 (여성도 마찬가지지만) ‘젊음’과 ‘번식 가능성’을 가장 높은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고 건강함, 임신 가능성을 더 잘 보여 주기 위해서 여성의 젖가슴은 그렇게 탄탄하고 커다랗게 발달해 왔다. 재미있는 것은 식당에서도 가슴이 더 큰 여성 종업원이 팁을 더 많이 받고, 차를 얻어 탈 때도 기회가 더 많으며, 데이트 요청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남성이 그렇게 인식하듯이 여성에게 젖가슴은 성기이기도 하다. 남성에게는 음경과 고환이 들어 있는 음낭이 유일한 성기 이지만, 여성은 클리토리스, 질이 포함된 외음부와 함께 젖가슴도 성기에 속한다. 그만큼 여성의 젖가슴과 유두는 성감에 예민하다.

많은 여성들이 삽입과 관계없이 유두를 애무 받는 것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고, 삽입을 할 때도 유두를 같이 애무할 때 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오르가슴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또 상대인 남성에게도 여성의 젖가슴은 가장 성욕을 도발하는 매력 넘치는 부위다. 그래서 남성들이 음경의 생김새와 크기에 예민한 것만큼이나 여성들은 자신의 가슴 모양과 크기에 민감하다.

◆유방 암 빠른 증가…자가 검진 필수

최근 이란, 브라질, 영국 등의 다국적 연구팀이 전 세계 여성 1만8500명에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2명은 자기 가슴 크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렇게 자기 가슴에 불만인 여성들은 외모 불만족률이 높고, 자기존중감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의 48%는 가슴이 더 크길 바랐고, 23%는 가슴이 더 작길 바랐으며, 겨우 29%만이 자기 가슴 크기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의 젖가슴은 자신의 보디 이미지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여성미의 상징이며, 남성들의 열광과 예찬이 집중되는 곳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여성의 젖가슴은 환경의 내력을 담고 있는 신체 부위이면서 여성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척도다. 이 젖가슴의 건강 면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유방암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여성 암 중 세계 1위는 유방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암의 2위가 유방암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 증가율은 90.7%에 이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젖가슴은 혈액을 젖으로 변화시켜서 젖을 생산하는 유엽과 젖을 유두로 운반하는 유관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을 유방실질이라고 한다. 이 유방실질 사이를 지방 성분이 채우고 있는데, 젖가슴에 지방이 많으면 말랑말랑하게 느껴지고, 실질 조직이 많으면 단단하게 느껴진다. 우리 한국 여성들은 대개 실질 조직이 많은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다. 단단한 젖가슴은 매혹적이지만, 유방암을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

유방암은 실제로 유전적인 요인이 5~10% 정도이고, 90%가 생활습관에서 생긴다고 한다. 예전보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고지방 저섬유질의 서구식 식습관에서 비롯된 비만, 과체중과 빠른 초경, 출산과 수유를 경험하지 않음, 늦은 첫아이 출산, 잦은 음주습관과 함께 운동을 너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경을 12세 이전에 너무 일찍 하거나, 폐경이 55세 넘어서 너무 늦게 되거나, 오랫동안 호르몬 대체요법을 한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유방암이 조기에 발견만 되면 치료가 어렵지 않고 수술 후 생존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방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가 검진을 자주 하는 게 가장 유용하다.

평상시 자기 유방의 생김새를 알아 두고, 정기적인 자가 검진을 하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샤워를 하면서, 보디로션을 바르면서, 침대에 누워서, 거울 앞에 서서 유두 주변부터 쇄골, 겨드랑이까지 자기의 유방을 만지고 검진하는 버릇을 들인다.

폐경 전에는 매달 생리가 끝나고 2~7일 후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폐경 후에는 매월 일정한 날짜를 정해서 자가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소, 통곡물 같은 섬유질이 많은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여성의 유방암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만지고(touch), 보고(look), 검진(check)하라.” 남편이 도와주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