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부자의 전염병 대처법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바이러스는 빈부도, 계급도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부자들의 특별한 비책을 알아봤다.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공포를 극복할 수 있지만, 어떤 이들은 보다 더 특별한 대책을 갖기를 희망한다.

엄청난 부(富)를 쌓은 억만장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쌓아 온 부와 명예를 지키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결심한다.

지하세계, 벙커로 간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가족들과 벙커로 갈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가운데 세계 곳곳의 초호화 지하벙커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지하벙커 콘도인 ‘서바이벌 콘도’는 1960년대 지어진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초호화 시설이다. 핵폭탄이 터져도 격납고 안에 있는 미사일이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도록 견고하게 지어진 이 건축물은 냉전시대가 끝난 뒤 콘도로 개조되며 일반인에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대가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는 까닭에 각종 바이러스 공포나 전쟁 위협에 대비하려는 억만장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왔다. 이 콘도는 각종 오락시설과 자체 식량 조달을 위한 유기농 시설, 자체 발전 등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수년간 생존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 콘도를 분양받은 존 스톡은 “지금 상황이 정확히 종말을 대비해 준비해 왔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슈퍼부자의 전염병 대처법
문의가 빗발치자 서바이벌 콘도 측은 아예 코로나19에 따른 질의사항 페이지를 마련했다. 서바이벌 콘도 관계자는 “감염된 사람이나 물체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순 없지만 바이러스와 접촉할 가능성을 최소화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인디언 크릭 아일랜드(Indian Creek Island)는 대표적인 벙커 섬이다. 300에이커 규모로, 서울 여의도 7분의 1 정도 면적인 이 섬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사적이며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높은 수준의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은 인디언 크릭 주민들에게 최우선 순위이며, 플로리다주 경찰청과 섬 주변을 관리하는 무장 순찰대를 통해 유지 관리된다. 뭍으로 나가는 통로는 다리 하나뿐. 미국 시사경제지 포브스는 이곳을 ‘요새(fortress)’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부자들도 아프면 찾아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병원이다. 병원 응급실은 긴급 상황 시 필수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북적대는 환자들로 감염 위험 또한 상존한다. 이에 부유층들은 ‘개인 응급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솔리스 헬스’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응급 서비스 시설로 최근 회원 가입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이곳은 개인 전용 룸을 갖추고 있으며 가정 방문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환자와의 접촉을 철저히 배제한다.

이동을 위해 또는 이주를 위해 개인 전용기 이용도 급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개인 전용기회사인 서던 제트의 비행편 예약은 무려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에서 뉴욕을 오가는 항공편 가격은 2만 달러 수준이다. 공항이나 비행기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개별 이동이 가능한 개인 제트기 사용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지는 대개 낯선 이들로부터 안전한 사적인 장소다. 코로나19가 뉴욕주까지 상륙하자 억만장자인 찰스 스티븐슨은 뉴욕의 파크 애비뉴의 집을 떠나 뉴욕주 사우스햄프턴에 머물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걱정되지 않지만 이 마을까지 바이러스가 퍼지면 아이다호로 날아가 그곳 별장에 머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호에게는 마스크마저 특별하다. 유명 모델인 나오미 캠벨은 공기 중 떠다니는 1.0마이크로 이상의 미세과립 95%를 걸러 주는 ‘3M N95’ 마스크를 쓰고, 방진복을 착용한 채로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명품 마스크로 알려진 에어리넘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 마스크는 개당 7만~11만 원대로 현재 전 상품 품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