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꿈의 천연 소재’로 불리는 CNF(Cellulose Nano Fibers)의 폭발적인 잠재력에 주목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 천연소재를 주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노 셀룰로오스 전문 기업을 이끄는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을 만났다.

코팅재와 강화재, 접착재와 포장재, 첨가제와 탄소섬유 대체재, 2차전지 소재와 흡수제까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 물품들이 재생 가능성과 생분해성이 보장된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조금 더 나은 삶의 터전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천연 고분자 화합물인 나노 셀룰로오스(CNF)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회사가 있다. CNF 소재를 응용해 상업화를 추진한 유일한 국내 기업 아시아나노텍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CNF 소재인 O-CNF를 개발함으로써 북유럽, 북미,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CNF 시장에서 세계 선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환경 바이오소재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다음은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 “꿈의 천연 소재 CNF로 세계 시장 두드릴 것”


CNF란 무엇인가요.


“식물에 있는 셀룰로오스를 나노사이즈로 해섬한 물질이에요. 경제성, 친환경성, 생분해성, 재생 가능성으로 지속 가능성이 높은 미래 소재로 불립니다. 섬유, 제지, 시멘트, 화장품, 의약품, 전기전자, 바이오, 자동차, 항공(우주)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물질이지요.

저희 아시아나노텍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초소형 CNF’는 말레이시아 특정 원료에서 생산된 구형과 선형이 혼재한 물질입니다. ‘O-CNF’라고 명명했어요. 이 초소형 CNF는 선진국이 생산하는 기존의 선형(막대형) CNF에 비해 크기가 10분의 1 수준인 5~50나노미터(nm)로 선형보다 정제된 CNF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O-CNF’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사업차 인도네시아를 찾았다가 인도네시아산 특정 수목이 다량의 수분을 흡수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를 대전 대덕에 있는 에너지기술연구소에 분석 의뢰한 결과 셀룰로오스의 특성임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천연소재에 주목해 이 천연고분자화합물을 바이오 소재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을 때였어요. 특정 수목을 나노사이즈(초미립자)로 만들면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산 특정 수목은 염분을 다량 함유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고, 방법을 찾던 중 말레이시아에서 나오는 특정 수목에서는 염분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충북대 연구팀과 집중 연구해 기존의 CNF와 성상이 다른 초소형 CNF를 발견하고 2015년 4월 특허출원에 이르게 된 거죠.”

O-CNF를 통해 개발한 제품이 궁금해요.

“세계 CNF 관련 산업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이 소재를 화장품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집니다. O-CNF는 보다 정제된 소재로 피부 침투력과 보습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체에 적합한 친환경 천연 물질이에요. 충북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O-CNF와 콜라겐 및 히알루론산을 비교한 결과 두 물질보다 O-CNF에서 물질 중량감소율이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했어요. 이는 O-CNF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기에 최적화된 초소형 물질전달체이고, 피부 내 수분 유지에서 장시간의 지속성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입니다. 가장 먼저 독자 개발한 제품은 O-CNF를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인 ‘내추럴프렌드(Natural-Friend)’예요. 수분의 피부침투력이 우수하고, 보습력이 기존의 보습제보다 3배 정도 강하죠. 화장품 외에도 생리대의 핵심인 고흡수성소재(SAC) 등을 생산해 시판 중입니다.”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 “꿈의 천연 소재 CNF로 세계 시장 두드릴 것”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 “꿈의 천연 소재 CNF로 세계 시장 두드릴 것”

화장품과 생리대 모두에 CNF가 적용되나요.

"CNF에 가교제를 혼합한 후 이를 분말화하면 흡수력을 극대화한 물질로 변화합니다. 분말 1.5g이 물 150~ 200cc를 흡수합니다. 이 물질을 ‘SAC (Super Absorbent Cellulose)’라고 이름 붙였는데, SAC는 아시아나노텍이 개발한 천연 고흡수제로 세계적으로 동일한 제품이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화학적 고흡수제인 SAP(Super Absorbent Polymer)의 대항마 격입니다. 화학적 고흡수제의 경우 생리대, 기저귀, 푸드시트, 애완동물용 배변시트 등에 쓰이는데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등 상당한 환경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천연 고흡수제인 SAC가 쓰인다면 친환경, 천연 제품으로서 생분해성이 있어 사용 후 폐기에 따른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생리대나 기저귀의 경우 기존에도 천연흡수제가 있지 않나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존의 천연 흡수제는 펄프, 면 등으로 흡수율이 화학 SAP의 10~20% 수준에 불과합니다. 환경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흡수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있었죠. 천연 SAC의 흡수율은 화학 SAP의 50~70%로 매우 우수한 흡수율을 보입니다. 즉, 기존 천연 흡수제의 낮은 흡수력과 화학 흡수제의 인체 유해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아시아나노텍이 개발한 SAC입니다. 이 SAC를 적용한 생리대의 시판을 현재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기저귀, 애완견 배변시트, 항균시트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특히 SAC을 통해 개발한 항균시트는 멸균 기능이 매우 뛰어납니다. 공인기관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항균시트에 붙은 세균이 7일 후 99.9% 멸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향후 마스크, 항균복으로도 적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 CNF 시장이 중요한가요.

“CNF는 21세기 가치에 가장 적합한 소재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죠. 생산과 소비를 하는 인간이라면 친환경, 생분해성, 재생 가능성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CNF는 천연 소재로 지속 가능성이 높은 소재입니다. 특유의 물성 때문에 섬유, 제지, 시멘트, 화장품, 의약품, 전기, 전자, 바이오, 자동차, 항공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죠. CNF 시장은 그 성장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상당히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국내외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시장 예측에 따르면 세계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34%, 그 이후 연평균 25~30% 성장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다른가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성이 화두가 된 지난 20여 년 전부터 이 새로운 소재의 범용성과 친환경성에 주목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특히 일본 정부는 2014년 ‘일본재흥전략’을 통해 탄소섬유를 대체하는 산업으로 CNF 소재 섬유를 육성하는 것을 중점 사업으로 지정해 매년 수천억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 국회, 산업계 전반에서 CNF에 대한 관심이 미미해 일부 연구소와 대학이 학문적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고, 소수의 중소기업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수준이에요. 이대로 간다면 CNF 소재 섬유 분야에서 대일본 소재 종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중훈 아시아나노텍 회장 “꿈의 천연 소재 CNF로 세계 시장 두드릴 것”


사업 성장에 제약이 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국내의 경우 전후방 산업이 취약한 편입니다. 전후방 산업이 없다 보니 생산을 해도 수요가 없습니다. 자력으로 응용 산업에 도전해도 판매 능력이 없고 오히려 대기업에는 기존 시장을 위협하는 자로 몰려 공격당하기 쉽고요. 아무리 우리 소재가 획기적이라고 한들 관심을 보이고 필요성을 느끼는 대·중견기업들이 당장은 원납품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장 침투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분야에서 세계가 빠르게 변해 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 도전을 멈출 수 없지만 체력의 한계로 인해 깊은 좌절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리 기술의 독자적인 힘을 믿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으로 특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외부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 기술 개발을 위한 굴지의 연구 인력을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7월 초에는 IBK기업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고, 본사를 확장 이전하면서 국내외 중견기업들과 협업하는 등 본격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ODM 전문 기업으로 특화되면 소재의 부가가치가 크게 증가하고, 제품 개발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돼 향후 매출 신장은 물론 기술 유출의 방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훈 회장은…

아시아나노텍의 창업자 이중훈 회장(70)은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며 에쓰오일(전 쌍용정유)에서 마케팅 임원(부사장)으로 퇴직했다. 지난 2012년 11월 아시아나노텍의 전신인 ㈜아시아모빌을 설립해 무역 사업을 영위하던 중 꿈의 소재인 CNF의 사업 가능성을 보고 말레이시아 특정 수목을 원료로 하는 독자적인 CNF 개발에 성공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