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중년에게도 특별한 ‘something’이 있다. 남들보다 조금 다른 삶으로 조금 더 행복한 사람들, 중년 덕후들을 만났다.


올해 나이 마흔살. 거제도에서 호텔 요리사로 근무 중인 유승훈 씨는 중년 덕후라고 칭하기에는 꽤나 젊은 편이지만, 덕력은 24년이 넘었다고. 지금은 작고한 가수 마이클 잭슨의 오랜 팬으로 그를 만나 인생이 180도 바뀐 덕후 중에 덕후다.

마이클 잭슨을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1997년, 제가 고 1때부터 좋아했으니 24년이 넘었습니다. 당시 동네 음반가게에 마이클 잭슨의 신보가 나왔다 길래 대체 얼마나 좋은지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음반을 샀어요. 그때만 해도 나쁜 뉴스가 많아서 마이클 잭슨에게 호감을 갖기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듣고 한마디로 훅 갔어요. 그 전에 들은 사운드와 완전히 달랐어요. 그때부터 음반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마이클 잭슨 관련 품목으로만 1600개 넘게 수집을 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셨나요.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마이클 잭슨의 생전에는 다른 것에 빠져 팬으로서의 활동을 등한시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황망하게 세상을 등진 후에는 그가 힘들 때 지지하지 못했던 게 미안한 마음으로 남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충성하게 됐던 것 같아요.”


수집품 중 가장 아끼는 품목이 있다면.


“LP판들은 경매 사이트에도 잘 올라오지 않아서 힘들게 구했고요. 최근에는 마이클 잭슨이 만든 <문워크>란 영화가 있는데, 개봉 당시 선착순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나눠 줬어요. 영국 수집가가 400달러(약 52만 원)에 팔라고 하는 것을 거절할 정도로 아끼는 품목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팬이 되며 친구들도 사귀었나요.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강해요. 저는 경남 거제도에 살다 보니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소통만으로도 충분히 삶에 활력이 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외 팬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커요. 그리고 지금의 아내 또한 마이클 잭슨 덕분에 만나게 됐어요. 팬카페에서 활동하며 마이클 잭슨의 팬과 팬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됐거든요.”

언제까지 그의 덕후로 활동하실 계획인가요.


“아마도 제가 죽을 때까지 아닐까요(웃음). 마이클 잭슨 덕분에 결혼도 하고, 제 인생이 180도 바뀌었으니까요. 전부 마이클 잭슨 덕분입니다.”

중년 덕후, 다른 이에게도 추천하나요.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외의 시간을 취미생활로 쓰는 것은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 지인에게도 무언가에 빠지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추천합니다. 덕후는 10대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평생 할 수 있는 취미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