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밥 먹기 전에 손 씻어라. 외출하고 나선 손 씻어라. 화장실 갔다 와서 손 씻어라. 어렸을 때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이 기본적인 에티켓이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될 줄이야. 순간, 한 가지 궁금증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여태껏 손을 올바르게 씻긴 했던 걸까?’
결국엔 기본으로 회귀한다 했던가. 위생의 제일 기본인 손 씻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청결한 손 위생이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이준형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바르게 손 씻는 방법의 핵심이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빠진 곳 없이 씻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손을 물로만 헹구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비누 거품으로 손바닥만 문지르는 행위 또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 30초 동안 충분히 구석구석 씻어 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에는 30초 이상 손을 씻은 사람이 드물지도 모른다. 실제로 30초는 꽤 길다. 혹자는 손을 씻는 동안 생일축하 노래를 2번 부르면 30초가 채워진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항균 기능의 핸드워시 제품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비누보다 더 효과적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교수는 비누와 핸드워시가 기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단, 올바르게 손을 씻는다는 조건 아래서다.
"핸드워시 제품 중 과거에 항균 물질로 많이 사용되던 트리클로산이 함유됐는지 살펴봐야 해요. 발암과 환경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사용을 금지시킨 상태입니다. 또한 제품에 따라 알레르기 등의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소량을 테스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교수의 조언이다.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비누는 안전할까. 이 교수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비누를 통해 병원균이 전염되지 않으며 고체 비누와 액체 비누의 차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한다. 오히려 누가 썼을지 모르는 비누가 걱정돼 물로만 손을 닦는다면 바이러스 제거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손 씻기가 전부는 아니다
손을 씻은 다음, 물기를 제거하는 것도 위생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일회용 종이 타월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깨끗한 수건과 자연건조를 권장한다. 결국 손 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을 씻는 행위’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손을 올바르게 씻은 다음, 종이 타월이나 깨끗한 수건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잘 말리기만 되는 것이다. 단지 유념할 것은, 비치된 핸드 타월의 경우 보관 케이스 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에어 드라이어의 경우도 먼저 사용한 사람이 제대로 손을 씻지 않았다면 기계 내에서 균과 바이러스가 증식될 수 있으므로 자주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손을 씻고 나서 바로 오염된 부분과 접촉한다면 그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수도꼭지나 화장실 문손잡이는 손을 씻은 후 반드시 종이 타월 등으로 감싸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종이 타월 등이 없다면 팔꿈치를 써서 잠그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비누로 손이 닿을 곳을 미리 닦은 후 최소한의 접촉으로 잠그는 것이 좋다.
손 소독제, 효과가 있을까
마스크에 이어 또 없어서 못 구하는 것이 바로 손 소독제다. 심지어 집에서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드는 방법까지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행할 정도다. 하지만 손 소독제가 정말 손을 씻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교수는 알코올이 함유된 소독제의 경우 30초 이상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을 때보다 효과가 적다고 언급한다. 특히 손톱 밑은 소독제로 위생적인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손을 씻을 수 없는 경우에만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손 소독제는 알코올 함량에 따라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고, 살균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손 소독제 또한 시중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교수의 조언이다. 덧붙여 손 씻고 나서 건조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손 소독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써야 한다면 보습 기능이 있는 것을 사용하고, 손을 씻은 후에는 핸드크림을 발라 줘야 한다.
손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곳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얼굴과 머리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눈, 코, 입과 얼굴을 만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하지만,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손을 자주 씻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신체 어딘가에는 바이러스가 남아 있지 않을까.
사실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은 그 종류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을 확률을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옷이나 신체 부위에 짧게는 몇 시간에서 2~3일까지 생존해 있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따라서 손으로 신체 부위를 만지지 않도록 하고, 특히 코와 입 등 호흡기 주변에 손을 접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있었다면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스마트폰의 위생을 강조한다. "손 씻기 만큼 중요한 것이 스마트폰의 청결입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만큼 항상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처럼 딱딱한 금속이나 유리 등에서는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손 씻기 전에 스마트폰을 비눗물 또는 60% 정도의 알코올을 적신 티슈나 천으로 닦는 것을 권장합니다."
정말 제대로 손 씻는 법
대한의학회가 올바른 손 씻기 6단계를 제시했다. 시작은 흐르는 물에 양 손을 적신 후, 손바닥에 충분한 양의 비누를 묻히면서 부터다.
향긋하게 손 씻는 법
불안함과 짜증이 만연한 요즘, 손을 씻는 잠깐의 30초라도 기분이 좋아지면 어떨까. 향긋한 내음과 촉촉한 보습력까지 갖춘 핸드워시를 모아 봤다. 당신의 손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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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이준형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홍보이사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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