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나를 품는 또 다른 방법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일상이 바이러스에 침범을 당한 느낌입니다. 불안과 무기력에 주눅이 들며, 나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인 거죠. 그래도 가끔 스마트폰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검색해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까지 하게 될 때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아 왔잖아. 이 정도 호사는 충분이 누릴 만해”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말이죠.

최근 트로트 열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은 최종 경연에서 문자투표 수가 773만 콜을 넘기며 서버가 터지는 초유의 사고를 겪기도 했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같은 트로트 열풍의 기저에는 평소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양보만 해 오던 중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품기 시작한 모습이 깔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로트를 먼저 예로 들었지만 피규어 수집이나 사진 촬영, 빈티지 상품 수집 등 자신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푸는 중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나를 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한 분야에 몰두하는 ‘덕후’의 모습이 돼 가는 것이죠.

라이나전성기재단이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연구·조사한 ‘대한민국 50+세대의 라이프 키워드’에 따르면 50대 이상 세대는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순서’에서 ‘나 자신’(53.9%)을 가장 앞자리에 놨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자리에 있는 중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선택해 즐기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겠지요.

한경 머니는 4월호 빅 스토리 ‘중년의 덕후’에서 이 같은 중년들의 적극적인 팬덤 문화를 다뤘습니다. 기사에서 문현선 세종대 공연·영상·애니메이션 대학원 초빙교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큰 에너지이자,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은 팬덤 문화를 통해 자신과 동일한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감정적인 안정과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전했습니다.

단, 중년의 덕질에도 밸런스는 필요해 보입니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중년의 덕질이 건강하려면 몇 가지 마음에 둬야 할 밸런스가 필요하다”며, 시간과 애정, 경제적인 밸런스를 통해 내 가족과의 삶, 내 직업생활을 보다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한경 머니는 스페셜 ‘고전, 다시 읽는 리더십’에서 현재 시점의 리더십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인문학자인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우리가 흔히 리더십이라고 하면 뭔가 컨트롤하고, 명령하고, 수행시키는 것을 떠올리는데 현재처럼 창조와 융합의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거죠. ‘나를 따르라’ 식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아닌 팀(조직)에 의해 일을 만들어 가는 ‘팀장 리더십’을 주목해야 한다는 충고는 따끔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