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지난해 눈부시게 질주한 해외 채권은 2020년에도 빛이 날까.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해외 채권의 투자 매력과 지역별 투자 키워드를 살펴봤다.

[special]주목받는 해외 채권 투자 키워드는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에프앤가이드 펀드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설정액 10억 원 이상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주식형에 1조51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오고, 해외 주식형에서는 3조1100억 원이 빠져 나갔다. 반면 국내 채권에는 국내 채권형에 6조36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해외 채권형에는 4조3500억 원이 들어왔다. 10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채권형에 몰려든 것이다. 수익률 면에서는 해외 투자가 질주했다. 지난해 해외 채권형 수익률은 9.25%로, 국내 채권형 수익률(2.4%)을 압도했다. 2020년 미·중 무역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자금은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채권보다는 주식시장이 미소 짓고 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도 채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상반기가 채권 매수의 적기일 수 있다는 견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 근접할수록 미국 대선을 앞둔 경계심과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 강세 압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 채권 안에서도 온도 차는 확연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 등을 위주로 선진국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면, 신흥국 채권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환 변동성도 높은 위험자산으로 선별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채권, 브라질 ‘지고’ 멕시코·러시아 ‘뜨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반기 신흥국 국채가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국가별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신흥국 채권의 대표주자는 브라질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국내에서 매수한 브라질 채권(헤알화 및 달러표시 모두 포함) 규모는 1억712만 달러다. 국내에서 매수한 해외 채권 중 유로 시장, 미국에 이어 가장 규모가 컸다.


브라질 채권은 2010년 이후 10% 안팎의 이자를 무기로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자소득, 매매차익, 환차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2020년 브라질 헤알화는 신흥국 중 달러 대비 ‘나 홀로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신환종 센터장은 “브라질은 지난해 12월 50bp(0.5%)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추가 개혁 여부와 정치적 불안이 우려를 낳으면서 투자자들은 ‘제2의 브라질’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 신흥국 채권 투자의 키워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따라 신흥국들도 금리를 크게 내렸던 반면, 올해는 대부분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면서 일부 국가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센터장은 “멕시코, 러시아 등 금리 인하 여력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채권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신흥국 중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주목했다. 박승진 연구원은 “브라질은 최근 불안정한 환율 흐름으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졌지만 점진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제2의 브라질로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채권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신흥국 통화 중 이자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인베스팅닷컴에 의하면 10년 만기(1월 18일 기준) 브라질의 국채금리는 10%, 멕시코 8.5%, 러시아 7.65%, 인도네시아 7%, 인도 6.45%다.


미래에셋대우는 중남미의 환율 변동성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멕시코는 미국 대선 무렵 페소화의 가치 급등락을 보여 왔다”며 “상대적으로 금리와 환율이 안정적인 러시아와 인도, 인도네시아에 대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쌀 때 사자” 리스크 대비하는 미국 채권

[special]주목받는 해외 채권 투자 키워드는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폭 완화되고 미·중 무역분쟁도 일부 해소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은 약보합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 등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선진국 채권시장은 주춤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언제든 다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안 요인도 웅크리고 있다.


신환종 센터장은 “최근의 위험자산 선호는 소순환 사이클상의 단기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란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불안정한 상황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반기 다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질 수 있어 미국 채권을 쌀 때 사두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관점이다. 하반기에는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승진 연구원은 “미국 채권 중 투자등급 회사채를 우선 주목하라”고 말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보다 안정성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수익이 기대된다. 박 연구원은 “2019년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비싸졌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7일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자들이 거둔 수익률은 약 14.6%에 달한다.


돋보기


[special]주목받는 해외 채권 투자 키워드는
2019년 러시아 채권 투자의 누적 수익률은 30.74%에 달한다. 터키를 제외한 주요 신흥국 대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러시아 채권의 강세 현상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중 재정·통화 완화 정책 기조 유지는 물론 충분한 완화 여력 보유가 차별점으로 부각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돌출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환율은 제한된 변동성 영향으로 62~65루블 박스권 등락이 전망된다. 시티그룹에 의하면 2020년 러시아 기준금리는 6.0% 하회할 전망이다. 최근의 저물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 초반에 6.0%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special]주목받는 해외 채권 투자 키워드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였던 멕시코의 기준금리는 2018년 말 8.25%까지 인상됐다. 2019년 7월부터 멕시코도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동참했다. 멕시코의 기준금리는 12월에도 인하가 이어졌고, 2020년에도 두세 차례 25bp(0.25%)씩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멕시코 주가지수는 지난해 이래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소폭 반등했다. 2019년 중반 이후 산업생산 지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 임금 증가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소비지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미국 하원 통과, 50조 원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 등으로 2020년 멕시코 경제 성장이 1%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2가지 방법




해외 채권은 국내 증권사나 은행 PB센터 등을 통해 직접 사고팔거나 해외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 등 2가지다. 기존에는 해외 직접투자는 투자액이 크고, 해외 채권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은 소액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채권 직접투자 비용도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해외 채권의 수익은 크게 3가지로 이뤄진다. 이자수익, 자본차익, 환차익이다.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할 경우 약속된 이자수익을 받고, 채권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자본차익과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채권가격이 올라도 환 변동성으로 인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환 변동성이 높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 환위험을 낮추려면 현지 통화 대신 달러로 발행되는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단, 달러로 발행되는 신흥국 채권의 이자는 현지 통화 대비 낮은 편이다.


해외 채권 중 세금 면에서는 브라질 채권이 가장 유리하다. 이자수익과 자본차익,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된다. 반면 기타 해외 채권은 예외 없이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15.4% 세율이 적용된다. 자본차익과 환차익에 대해선 비과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