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대 은행 자산관리 전략은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글로벌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 온 미·중 무역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의 선봉에 선 은행권 WM사업부 역시 연초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함께 인구 고령화가 동반되는 ‘뉴노멀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융사들의 WM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 수단으로 여겨진 지 오래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핀테크(FinTech)업체들 역시 은행의 전통적 사업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에 한경 머니는 국내 8대 은행의 WM사업부를 대상으로 2020년 사업 추진 전략과 함께 국내외 금융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KB금융그룹의 WM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길 WM부문장과의 일문일답.
WM사업부 전략 방향
“KB국민은행은 올해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해 영업점 VIP 채널 운영체계 및 PB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KB금융그룹 내 지주-은행-증권 겸직을 통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고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죠. 이를 위한 주요 전략 방향으로는 ▲채널 혁신 및 협업 고도화 등을 통한 고객 중심의 WM 본원 경쟁력 강화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확대 및 사업체계 고도화를 통한 연금 시장 리딩 지위 공고화 ▲고객 수익률 중심의 선도적 통합 자산관리 체계 구축 ▲안정적 고객 자산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투자 문화 정착 및 상품 소싱 강화 ▲고객 맞춤 컨설팅 기반 투자자문 시장 지배력 확대입니다.”
국내외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 요인
“올해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대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역분쟁의 경우 양국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리스크는 보다 완화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2단계 무역합의까지는 양국 간 여전히 큰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미국 대선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될 것 같네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크지 않겠지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통화·재정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대기업 정책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2020년 주식시장 전망
“KB의 하우스뷰는 올해 코스피 지수 밴드를 1950~2400포인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죠. 지난해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와 비(非)반도체기업 이익이 모두 감소했던 한 해였지만, 올해는 양쪽 모두 증가세가 예상됩니다. 물론 주가 상승의 모멘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장기업의 이익률 개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호 업종은 경기민감 대형주를 선호합니다. 경기민감 산업 중에서도 중후장대 산업(소재, 산업재)보다는 소프트 산업(반도체, 인터넷커뮤니케이션, 금융)을 더 선호합니다.
해외 증시의 경우 신흥시장의 투자 여건 개선이 기대됩니다. 신흥국 증시는 2년 연속 선진국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재무상태표 확대로 달러 강세가 멈추고 신흥국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면서 신흥국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블룸버그가 전 세계 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에는 통화와 주식, 채권 모두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죠.”
금리 및 채권시장 전망
“올해 글로벌 채권금리는 하락 추세를 멈추고 쉬어 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반기 중 연준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 인하 기대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네요. 이런 배경에서 올해는 지난해 대비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 모멘텀은 약화된 상황입니다. 채권 투자 시 금리 방향성(듀레이션)보다는 금리 수준(인컴)을 우선 고려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부동산 시장 전망
“2020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지역별·규모별 차이가 극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의 집중 규제 대상이었던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이 당분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9억 원 이하는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주택가격은 강보합세가 예상되지만,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을 감안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해 보이네요. 반면 지방은 적체된 공급 물량과 지역경제 위축 등으로 약보합세가 예상됩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초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도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 온라인 구매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 내수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옥석을 가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나 대학가, 오피스 밀집 지역 등의 투자는 유효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추천 상품 및 투자 TIP
“올해 KB국민은행 추천 상품은 하이브리드(Hi-BRID)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Hi-BRID는 헤지펀드(Hedge fund), 해외 분산(International), 채권(Bond), 리츠(REITs), 인프라(Infra), 배당(Dividend) 투자를 의미합니다. 우선 올해에도 저금리 장기화로 채권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리츠, 인프라, 고배당주처럼 중장기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인컴형 자산에 대한 수요도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 변동성까지 감안한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글로벌 헤지 전략 상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국내 증시는 기업실적 개선에 따라 긍정적 흐름이 예상되지만, 국내 주식과 더불어 더욱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는 해외로 분산하려는 노력도 병행하면 좋을 것 같네요. 아울러 미 달러와 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런 자산들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 들어 달러표시 상품들은 종류가 더욱 다양해져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을 뿐 아니라 금리 경쟁력도 올라갔습니다. 따라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달러 상품 투자 비중을 조금씩 늘려 나가는 전략도 권장할 만합니다.
성장률 둔화와 인구 고령화로 초저금리 현상은 심화되지만, 국내 자산가들은 금융자산 중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을 여전히 선호하며 실제 보유 비중도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초저금리 시대의 금융자산은 시장가격 하락 외에도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가치 손실 가능성이라는 위험에 직면하는데, 문제는 이 2가지가 서로 상충된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자산의 안전성을 유지하려면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우선, 안정적인 인컴을 창출하는 금융상품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 중에서 고금리를 제시하는 신흥국 채권이나 배당주, 리츠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이에 해당하며, 이러한 자산들에 분산투자 하는 인컴펀드도 있습니다. 덧붙여 가격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중수익 창출이 가능한 재간접 헤지펀드나 다양한 국내외 자산들에 분산투자를 하는 EMP펀드(ETF managed portfolio fund)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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