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기온이 낮아지면 50대 이상 남성 중 배뇨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을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전립선은 방광의 아랫부분에 위치해 요도를 감싸고 있으며 정액의 일부를 생산하는 생식기관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 불균형으로 발생하며, 18~20g 밤알 크기의 전립선이 약 10배인 200g까지 비대해지는 것을 말한다.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요도가 좁아져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방광 기능도 약해진다.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 발생
특히 전립선비대증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 몸은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이때 방광도 예민해져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참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면 밤에 자다 깨 화장실을 가거나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잔뇨감이 발생한다.
전립선비대증 초기에는 배뇨 장애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단순 노화 증상으로 인식해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떨어져 골반 근육과 전립선 부위 요도 근육의 수축과 이완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변길이 막히는 ‘급성 요폐’가 발생해 응급실을 찾게 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폐색이 발생하면 만성요폐가 유발된다.
심하면 방광의 팽창이 심해져 방광 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드물게는 지속적인 요폐로 방광결석이나 방광게실 형성, 신기능 상실, 요로감염, 신우신염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발기 문제 등 성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방광이 예민해지는 과민성방광, 소변에 든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아 요로에 쌓이게 되는 요로결석, 소변의 요독으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 이로 인해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요독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전립선은 한 번 커지면 정상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주로 요도 괄약근을 이완시키는 약(알파차단제)이나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5-알파 환원효소억제제)을 처방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3~6개월 정도의 장기간 복용이 필요하다. 만약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심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 치료는 요도경하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 절제술을 시행한다. 요도경하 전립선 절제술의 경우 출혈의 위험이 있어 레이저 절제술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레이저 절제술은 혈관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비대화된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입원 기간도 짧고 약물에 비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 절제술은 모두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고령의 환자나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50~60대의 경우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역행성 사정, 사정액 감소, 발기부전 등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다.
이에 최근에는 유로리프트(전립선결찰술)를 이용한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식형 결찰사로 조직을 양 옆으로 묶어 고정시킨 뒤 요도의 좁아진 공간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국소마취로 가능하고 시술 시간도 20분 내외로 비교적 짧고 입원할 필요가 없다.
채식·반신욕 등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상에서 흔하게 발생하므로 40대 이상이 되면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전립선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또 일부 감기약에는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에는 감기에 걸렸을 때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 중이라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
평소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요의를 느낄 때 참지 말고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또 따뜻한 물에 배꼽까지 푹 담그는 반식욕은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주기적으로 해주도록 한다. 평소 과도한 음주와 카페인 음료는 방광을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기온이 크게 낮아질 때는 내복을 착용하거나 좌욕 등으로 전립선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선비대증의 발생률이 더 낮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채소에 포함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전립선 내에서 남성호르몬의 효과를 감소시켜 전립선비대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이 있다면 육류보다는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증상]
❶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자꾸 끊겨서 나온다.
❷ 소변을 봐도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❸ 소변을 볼 때 힘을 줘야 하거나 한참 기다려야 소변이 나온다.
❹ 소변을 보고 난 후 2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배뇨감이 찾아온다.
❺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본다.
❻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렵다.
❼ 자는 도중 갑자기 찾아온 배뇨감으로 한 번 이상 잠에서 깬다.
자료: 대한비뇨기과학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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