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한경 머니=김남규 <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 저자] 자신의 마음속에 어린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쓸모없다 여긴다든가, 자신을 온전히 미워한다든가 혹은 사랑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오늘의 동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뽀르뚜까를 만난 적이 있나요
“제제는 브라질에 사는 다설 살짜리 소년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철부지, 말썽쟁이, 심지어는 악마라고 말하곤 했지만 제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제제는 자신에게 모욕을 준 어느 포르투갈인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그가 발을 다친 제제를 도와주면서 둘의 우정이 싹튼다. 제제는 그를 ‘뽀르뚜까’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따르게 되는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제가 사랑하던 뽀르뚜까는 열차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자신을 구원해주다시피 해주었던 뽀르뚜까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따스함이었을 텐데,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저도 제 인생의 뽀르뚜까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저의 뽀르뚜까에게 썼던 편지 중 일부입니다.

선생님이 매일 숙제로 내주셨던 일기, 처음에는 너무 싫었는데, 일기 밑에 달아주셨던 선생님의 따뜻한 글이 좋아서 열심히 쓰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국어 시간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어주셨어요. 초등학교 3학년에게 그렇게 어려운 소설책을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겐 그 책이 꼭 동화책 같아요.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읽었는데, 참 신기한 건 읽을 때마다 늘 다른 깨달음을 주네요. 선생님은 옛날 제자들이 괌으로 여행을 보내준다며 무척 좋아하셨어요. 아마도 제자들을 자랑하고 싶으셨던 거겠죠.

그 여행길에서 선생님이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제제가 뽀르뚜까를 잃고 그랬던 것처럼 저는 정말 많이 울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비행기 같은 건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 이렇게 호주에 있네요.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할머니라서 실망했니?”라며 당당한 웃음을 보이셨던 그 순간부터 당신은 정말 좋은 스승이셨어요. 비록 당신을 만났던 순간이 제 인생에서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은 저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나의 뽀르뚜까,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뽀르뚜까 덕분에 저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기까진 아니어도, 여전히 저의 생각을 메모해 두는 게 버릇이 됐죠. 글재주도 없던 제가 책도 내고, 칼럼도 쓸 수 있게 된 지금의 저는 그녀가 만들어준 거죠.

여러분은 뽀르뚜까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다면, 아직 당신의 뽀르뚜까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도 타인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 당신의 뽀르뚜까가 분명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