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한경 머니 이현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왜 미술품 투자가 중요할까.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문화가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문화 소비'의 가능성과 '키덜트 세대'의 힘, 콘텐츠의 다양한 융합과 응용 사례를 강조했다. '한경 머니 PB포럼' 3강에서 그는 "기술 중심의 시대에 감성을 채우는 미술품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8 PB포럼] "미술품도 블록체인 활용해 공동 투자"
#1 지난 10월 30일 온라인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오픈하자마자 단 7분 만에 김환기 화백의 <산월> 공동구매가 완료됐다. 김 화백이 1963년 과슈로 종이에 그린 소품으로, 선착순 19명이 거래에 참여했다. 개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국내 첫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방식이었다. 공동소유권은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추후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배분할 예정이다. 개인이 소유할 때 잠재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미술품 고유의 특성을 따르지 않으면서 실제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양우석 홍익대 신임 총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학문의 경계가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할 일은 이런 세상에서 언제든 변신하며 살아 나갈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융합 능력’을 기르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앞으로 전공 불문 모든 학생이 디자인, 미술 과목을 듣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에서 미술 과목이 사라진 것과 비교할 때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한경 머니 PB포럼’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김윤섭 소장은 두 개의 최신 기사를 소개하면서 제3강의 문을 열었다. 앞서 두 개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술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된 아트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도 하고, 새로운 융합 인재의 조건으로 미술 및 디자인 역량이 강조되기도 한다.

김 소장은 “미술의 제작 방법에 있어서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예일대에서는 인공지능(AI) 작곡 프로그램인 ‘쿨리타’가 개발되고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소설이 문학상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미술계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큰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구 급감, 노령화, 국민소득 증가, 문화형 복지 지향, 생산인구 급감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 가운데 이른바 ‘문화 소비’라는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술의 개념이 달라지고 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오는 한편,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축적한 자산을 멋있고 폼 나게 쓰길 원하는 ‘감성 소비자’들이 미술품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다양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특징짓는다. ‘1+1=2’라는 모범 정답에서 벗어나 여러 변수에 대해 말하는 융합적인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김 소장은 특히 ‘키덜트 세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인형이라도 유명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것이라면 100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뛰는데, 그것을 서로 못 사서 아쉬워하곤 한다”면서 키덜트 세대의 부상을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미술품 공동구매 사례에서, 연령대로는 30대의 구매율이 가장 높았다. 김 소장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술 시장의 큰 고객들은 기업으로 보면 창립 멤버들이었다면 이제는 2.5세대 혹은 3세대가 큰손으로 떠올랐다”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유학파로 부를 운용하는 법이 다르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남과는 차별화되는 ‘다른 것’을 요구할 때 김 소장이 제안하는 해답은 문화 안에 있다. 그는 “문화는 감성 충족도가 120% 이상 될 수 있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술품 투자를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소장하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에게로 옮겨 온다고 믿는다”며 “한마디로 좋은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스스로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소장은 ‘돈이 되는 미술’에 대해 경매 시장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00만 달러(약 4900억 원)에 낙찰되면서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김 소장은 “경매 중개 회사는 낙찰가의 약 25~30%를 수수료로 받는데 수수료를 더하면 6000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이 네다섯 시간 사이에 움직이는 셈”이라며 “뉴욕, 런던, 파리, 홍콩, 상하이 등 전 세계에서 시즌별로 경매가 진행되고, 한 작가가 파생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파워 컬렉터인 셰이카 알 마야사 카타르 공주가 1년에 사들이는 미술품 규모만 약 1조 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들도 미술 경매 시장에서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 대상으로 약진하는 중이다. 김환기 화백이 국내 미술품 최고가로 선두에 서 있으며, 천경자, 유영국 등이 최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단색화의 열기도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김 소장은 “미술품 가격 변동은 경기 변화와 밀접한데, 경기가 좋아질 때는 막차를 타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첫차를 타는 경향이 있다”며 “다시 말해 경기가 좋아지는 시점에서 작품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고 경기가 나빠져서 가격이 내려가면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사는 식으로 투자가 가능한데 지금은 미술 투자자 입장에서 호기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블루칩 작가’를 ‘인기 스타’에 비유해 설명했다. 연예계에서 연기력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얻을 때 비로소 스타 대접을 받는 것처럼,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작가를 블루칩 작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수집의 노하우에 대해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게 아닌 작가의 비전을 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윤섭 소장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월간 미술세계 편집팀장,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대 겸임교수, 계간 조각 편집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추천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