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자 초일류 기업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휴대전화와 TV, 반도체 등의 제품을 곳곳에 수출하며 변방의 나라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이 글로벌 위상만큼 우리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 그리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냉전시대의 종식 기대감. 2018년 한 해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큰 이슈가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으로서는 앞서 언급된 이슈와 맞물리면서 지난 1938년 창립 이후 또 한 번의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던 해이기도 하다.

5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해야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구속수감이 됐고, 삼성은 지난 2월까지 1년 가까이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1년간의 총수 공백 사태가 독(毒)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 입어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인 코스피 상장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과거 총수 1인 중심의 제왕적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흔들림 없는 경영…압도적 수익창출력
올해 한경 머니의 ‘2018 오너리스크 설문조사’(10월 29일~11월 5일)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온전히 반영됐다. 지난 2013년 첫 설문조사 이후 처음으로 오너리스크가 적은 기업 1위(4.29, 100점 환산 85.7)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내년 초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처럼 삼성이 ‘오너메리트’ 1위 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은 단연 경영 전문성이다. 삼성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하부 항목(5점 만점)인 비전 제시(4.56)에서는 SK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위기관리 능력(4.65)과 수익창출 능력(4.94)에서는 압도적 선두를 지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 입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공석과 함께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연루, 노조 와해 의혹,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논란 등과 같은 각종 악재가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앞서 언급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업윤리 측면에서 LG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위 항목별로는 주주와 채권자 보호(4.39), CSR(4.40)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준법경영(3.94)은 기대에 못 미쳤다. 현재 진행형인 부정적 이슈가 설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아쉬운 부문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로 이 역시 정부의 재벌 개혁 이슈 등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하부 항목별로는 이사회와 의사결정 구조(4.07)는 양호했지만 소유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3.81),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3.81)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를 나타냈다.
‘존중과 뚝심’…‘NEW 삼성’에 거는 기대
삼성에 2018년은 ‘파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커다란 변화가 수반된 한 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오랜 숙원이자 해묵은 과제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재용 부회장 특유의 ‘존중과 뚝심’의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 7월 무려 11년 넘게 지속돼 온 백혈병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삼성전자가 100% 수용하기로 한 것.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5개월 만에 나온 결단이다.

이후 11월에는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 8700여 명에 대한 경력직 채용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직후인 지난 4월 수리협력사 7800명, 상담협력사
(콜센터) 900여 명에 대한 직접 고용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뿐 아니라 상담 업무 인력의 70% 이상이 여성임을 고려해 모성 보호 및 육아 지원 등 근무환경 및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백혈병 분쟁과 삼성 협력사 이슈의 경우 사회·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며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켰던 사안들이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과오 청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비 확대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지난 8월 삼성은 기존 주력 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사업과 함께 인공지능(AI), 5세대(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신성장 동력에 3년간 총 18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130조 원을 국내에 투입해 4만 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사업의 기반이 됐던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및 5대 신수종 사업 발표와 맞먹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4차 산업혁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1년 가까이 끊어졌던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도 적극 나서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