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
[한경 머니=이현주 기자]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국내 신생 안경 브랜드로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몬타나 최 인스타그래머가 운영하는 ‘프레임몬타나’. 지난 8월 초 공식 론칭한 이후 어떠한 광고나 협찬 없이도 열성팬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프레임몬타나는 신생 브랜드로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사진 이승재 기자 소비시장에 ‘취향’이라는 단어가 개입한 이후, 개성과 가치를 담은 ‘개인 브랜드’, ‘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개인이나 소규모 자본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최근 ‘프레임몬타나
(@frame_montana)’라는 신규 안경 브랜드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지난 8월 13일 프레임몬타나는 자사 몰을 오픈하자마자 2시간이 채 안 돼 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안경 가격은 약 30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은 주머니를 열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생산물량의 70%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온라인 역사상 신생 브랜드, 그것도 국내 안경 브랜드로 이와 같은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사람들은 흥미로워했다.
알고 보면, 몇 가지 인기 비결이 숨어 있다. 파워 인스타그래머로서 몬타나 최가 전달하는 콘텐츠에는 유익한 ‘재미’나 ‘정보’가 있다. 안경, 운동화, 패션, 빈티지를 비롯해 확실한 취향과 안목을 글과 사진으로 전달하는데, 그의 메시지에는 ‘일관성’이 있다. 무엇보다 퍼즐의 한 조각 한 조각을 완성하듯 ‘스토리’를 구축했다. 브랜드라는 퍼즐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갔다면 그 마지막 조각은 고객의 몫으로 남겨 두며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프레임몬타나는 브랜드의 탄생 과정이 남다르다. 2년여 전 안경 브랜드 출시를 예고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덕후질에서 길 찾기’, ‘실전 MBA’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그리고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실제 출시에 나섰다. 무엇보다 ’종이 안경’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온라인 판매의 한계를 돌파했다. 사람들은 종이 안경을 쓰고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이를 재밌는 놀이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미가 곧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프레임몬타나는 잘 보여주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자기표현의 도구이자 문화로 받아들이는 달라진 소비자들과 만나면서 작지만 확실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몬타나 최 프레임몬타나 대표를 만났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JC석유화학 대표 최영훈’이라고 쓰여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취미로 빈티지 안경을 수집하고, 나아가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셨는데요. 요즘 사람들의 로망을 직접 실현하면서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직장인이었습니다. 현대그룹에 다니다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하고 15년 정도 컨설팅(재무 전문)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삶에 회의가 오더군요.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100세 시대에 성공의 척도라는 게 대기업 임원이 맞는 것일까. 일요일 저녁이 되면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옷과 패션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 제 구두가 예뻐 보여서 사진을 찍어 네이버의 남성 복식 카페에 올린 적이 있어요. 반응이 매우 좋았는데,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SNS에 무관심했던 사람인데, 제가 즐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것입니다. 제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재밌게 즐겼는데 어느 순간 제 인생의 한 부분이 된 것이죠.”
브랜드를 만들기 이전에도 파워 인스타그래머로서 5만 명 이상(현재는 7만8000명)의 팔로어를 자랑했는데요. 빈티지 안경과 신발의 덕후로 유명하죠. 왜 오래된 것을 수집하고 좋아하나요.
“취미라면 옷과 패션을 좋아했죠. 안경도 예쁜 것을 하나 둘 써보고 눈이 트이면서 주로 1950년대 프랑스와 미국의 빈티지 안경을 수집했어요. 300~350개가량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운동화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빈티지라는 게 단지 낡고 오래돼서가 아니라 예쁘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안경이든 신발이든 또 시계도 뭐든 처음 나왔을 때 오리지널 디자인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가장 심플하죠. 나이키 운동화도 처음 나왔던 모델이 가장 아름답거든요. 안경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시계는 수집을 하다가 지금은 중단한 상태입니다. 사람들은 다 제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인 줄 알았대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더 신기해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자기 사업을 가지고 있는데, 석유화학과는 다른 별도의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평소에 자주 했던 말이 청년 실업보다 심각한 건 노년 빈곤이라는 겁니다. 100세 시대인데 정년은 짧아졌기에, 남은 50년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긴 직장 생활을 끝내고 JC석유화학을 실질적으로 인수해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한 게 3년 정도 됐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제가 진짜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덕후질에서 길 찾기’, ‘실전MBA’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인생 후반부를 위해 자기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구장창 던졌는데 말만 하지 말고 제가 직접 한 번 해보자면서 시작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왜 안경이었습니까.
“직접 쓸 수 있는 안경을 만들자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옷을 생각했는데 경쟁도 심하고 차별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데다 재고 부담도 있습니다. 안경의 경우 평소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제가 맘에 드는 안경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성공할지 망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취향을 담아서 제가 쓰고 싶은 안경을 만들어보면 어딘가 틈새시장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덕후질에서 길 찾기’, ‘실전 MBA’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안경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약 2년에 걸쳐 팀 구성, 펀딩, 디자인, 마케팅 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런 방식을 택한 건지, 콘텐츠를 올리는 특별한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하려니 막막했습니다. 빈티지 안경 사업을 하는 파트너와 의기투합해서 6개월 정도 구상을 했고, 어느 순간 결단을 했습니다. 이후에 디자이너도 합류했고, 어느 정도 진척이 될 무렵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입니다. 매일같이 떠드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오픈하고 그 과정들을 하나 하나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건 A to Z의 과정이거든요. 스타트업의 펀딩부터 생산, 디자인, 재무, 마케팅 등 주요 주제별로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다. 또 댓글을 통해 같이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올리는 콘텐츠는 패션,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데 한 가지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펀(Fun)’입니다. 혹은 교훈이 있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할 때 항상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했습니다. 재미가 있든지 정보를 주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왜 보겠습니까.”
실전 MBA 앞에 ‘덕후질에서 길 찾기’를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전 MBA는 무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 ‘덕후질에서 길 찾기’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덕후질에서 나온다는 의미였습니다. 100세 시대의 인생 후반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성공할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팀원들끼리 치열하게 회의했던 것들, 출장에 가서 고민했던 것들, 프로토타입을 만든 과정 등을 보여주고 저의 생각을 더해서 풀어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봐줄 줄은 몰랐어요. 경영에 관한 이야기라서 지루할 수도 있는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의 단일 채널을 활용해서 오프라인 매장 없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점이 남달랐다고 자평하는지요.
“결국은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저는 사업을 시작하면 꼭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장난으로 하는 건 아니었고,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마인드로 했는데 보는 분들도 ‘취미 삼아 한 번 해보고 싶은 것 해본다’고 생각했으면 공감을 해주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 이름을 걸고 꼭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저를 옛날부터 봐 왔던 사람들은 사업을 한다고 저의 스탠스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게 글을 통해 진정성으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마케팅에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정보와 도움을 주려는 노력으로 봐준 것 같습니다. 또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몇 만 명이 보는 채널이기 때문에 100% 솔직할 수는 없지만, 제 성격 자체도 가식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거든요.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스토리 라인이 있었던 것, 거기에 레슨스 런드(lessons learned)가 있었던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진짜 브랜드를 만들고 론칭한다는 관점에서 혁신 포인트들을 적어 놨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유하고 싶은 혁신 포인트가 있다면요.
“첫째는 마인드입니다. 우리는 안경산업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인습은 배격하고 창의적으로 하자. 우리 감각이 최고라고 믿자고 했는데 내부적으로는 이 마인드가 혁신의 비결이 된 것 같습니다. 그 관점에서 트렌드를 무시했어요. 최근 안경 트렌드가 철사테 중심이었는데, 모두가 트렌드를 따라갈 때 저희는 그 반대로 뿔테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하고, 트렌드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따라가는 순간 우리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레임몬타나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클래식, 빈티지. 대를 물려주는 안경입니다. 제가 팔로어들에게 약속했던 부분이 최상의 퀄리티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대부분 중국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을 하는데, 저희는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일본 후쿠이현 사바에시에 안경 단지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협회가 있는데 이메일을 보내서 추천을 부탁하고, 3개 업체를 추려서 프로토타입의 퀄리티를 살펴본 뒤 함께 일할 업체를 선정하는 식이었습니다.”
프레임몬타나는 회원 가입만 하면 종이 안경을 모두에게 보내주고 있는데요. 종이 안경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겁니까.
“그렇게 하나하나 진행을 하다 보니, 제조 원가가 비싸지고 최소 4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를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안경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판매 채널을 직판 온라인으로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나오죠. 사람들이 안경을 그냥 사진 않거든요. 직접 써보고 선택을 하죠. 그렇게 종이 안경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 밸런스를 강조하는지요.
“안경은 1mm의 미학입니다. 가운데 브리지가 1mm 줄어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삶의 모토가 모든 것에 밸런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옷을 입을 때도 단추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 그게 밸런스거든요. 이제까지 우리나라 안경업계에서는 ‘사이즈’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사이즈만 보는 게 아니라 밸런스를 보는 게 새로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이나 간격, 크기 등이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운 안경이 나옵니다. 한국 사람의 얼굴이 크고 코가 낮다고 생각해서 대부분의 안경이 안경알은 너무 크고 브리지는 길게 나와 있거든요. 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큰 안경을 쓰고 있었던 거예요. 한국 안경 시장에서는 까만 뿔테 안경이 많이 팔리는데 저희는 브라운 톤이 훨씬 인기가 많다는 점도 다른 부분입니다. 직접 보면 색감이 너무 예쁘거든요. 앞으로의 목표는 일단, 안경을 세계로 진출시키는 것입니다. 또 실전 MBA의 내용을 모으고 추가해서 책으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최영훈 대표는…
2018~현 프레임몬타나 대표
2016~현 (주)JC석유화학 대표이사
2012~2015년 액센추어 코리아 상무
2003~2012년 IBM 코리아 이사
2000~2003년 Pwc 컨설팅
2000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MBA
1994~1996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1999년 US CPA
1995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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