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한국 복식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한국의 민속 복식이나 전통 복식이란 개념으로 가장 기본적인 한국의 민족 복식을 말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복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이며 한복의 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최은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풍차, 등등걸이, 누비저고리, 관복차림(민광승, 19세기)초상화, 쌍호흉배
풍차, 등등걸이, 누비저고리, 관복차림(민광승, 19세기)초상화, 쌍호흉배
삼국시대 치마저고리(수산리고구려고분벽화 재현품)숄을 걸친 여인(‘도련도’의 일부. 중국 북송대의 모사본) 예복용 치마저고리(재현품, 15세기)미인도, 해남 녹우당 소장
삼국시대 치마저고리(수산리고구려고분벽화 재현품)숄을 걸친 여인(‘도련도’의 일부. 중국 북송대의 모사본) 예복용 치마저고리(재현품, 15세기)미인도, 해남 녹우당 소장
몇 년 전부터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디자인의 퓨전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종로구가 진행한 한 ‘우리 옷 제대로 입기 한복토론회’에서 과도하게 변형된 퓨전 한복은 고궁 무료입장 등의 혜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국적 불명’의 옷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소식이 들리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이렇게라도 일상생활에서 한복을 입게 하는 것이 우리 문화의 대중화, 세계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과도한 퓨전 한복은 전통 훼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전통 한복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복, 그 다채롭고 풍부한 매력
한복은 한국인의 역사를 담은 전통 복식이자, 민족 복식이다. 한복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전통을 이어오면서 시대에 따라 부분적으로는 변화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한복의 요소는 그대로 유지해 온 세계에서 유일한 옷이다. 한복은 남자는 바지저고리, 여자는 치마저고리 위에 포(袍)를 입으며 관모(冠帽)를 쓰는 것이 기본형이다. 그 외에 허리띠, 버선, 신 등의 부속물을 갖추면 한복 차림새가 완성이 된다.

이러한 한복은 북방 계통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이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저고리와 치마의 길이, 깃과 소매의 넓이 등이 유행에 따라 변화는 있었으나, 상하가 분리된 투피스 형식의 기본 양식은 변하지 않은 채 계승됐다. 그리고 이러한 투피스 형태의 차림새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 고유의 차림새다.

한복은 한국 자연환경에 적합한 직물과 바느질로 만든 과학적인 옷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국토 길이가 길어서 북쪽의 추운 기후에서부터 남쪽의 따뜻한 지역까지 차이가 크고, 이로 인한 의복의 재료 및 봉재 방법을 각 지역에 맞게 바느질하는 융통성이 뛰어났다. 추운 계절의 의복은 직물의 가장자리나 겉·안감에 가죽과 털 등을 덧대서 바느질하거나, 솜을 두고 누비바느질을 해 보온성을 극대화했다. 무더운 계절의 의복은 모시나 삼베를 재료로 해 통기성이 좋게 하고, 등등거리나 토시를 옷 사이에 넣고 입어서 땀이 옷에 배지 않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했다.

한복은 평면(2차원)에서 입체(3차원)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옷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어떤 체형에도 어울리는 세계적인 옷이다. 한복은 평면으로 재단해 직선이었던 부분이 점차 바느질하면서 곡선으로 바뀌고, 공간이 들어간 볼륨감 있는 입체적인 옷이 된다. 버선코와 저고리 배래의 곡선, 단령(團領)의 둥근 깃은 사람이 입었을 때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복으로 완성된다. 한복의 각 요소에 따라 인체에 맞는 바느질법으로 처리하는 전통 기술은 한복의 독특한 맵시를 만들어내고, 입은 사람의 품위를 높여준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체형뿐 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떠한 체형에도 잘 맞는 세계적인 옷이 된다. 평면이므로 신체를 감싸는 듯하나, 완성된 입체감 있는 한복은 신체를 아름답게 드러내주는 실루엣이 형성된다. 또한 평면재단의 한복은 세탁하기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신체의 변화에 따라 쉽게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옷이다. 평면재단으로 만들었기에 남성들이 여러 벌의 옷을 한 벌처럼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 차림새로 멋스럽게 연출하기에도 적합하다.

한복은 가장 완성도 높은 패션이며, 토털패션이다. 한복은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차림새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속옷을 비롯해 머리쓰개, 버선, 신,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겉옷에 어울리는 부속품을 갖추어야 아름다운 실루엣이 완성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관리의 평상시 집무복인 관복(官服)은, 머리에는 사모(紗帽)를 쓰고, 품계에 맞는 흉배
(胸背)가 달린 단령(團領)을 입으며, 허리에는 각대(角帶)를 띠고, 발에는 목화(木靴)를 신어야 위엄 있는 백관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우리 옷의 미(美)는 경천사상과 풍류사상에 연유해 인공을 회피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연미’와, ‘백의에 대한 애호 현상과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의 조화’, 인간의 염원을 길상 문양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상징미’, 예복으로서 착용자의 품격을 나타내주는 ‘품격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저고리(18세기)겨드랑이와 젖가슴이 보일 정도로 짧은 저고리(조선후기)
저고리(18세기)겨드랑이와 젖가슴이 보일 정도로 짧은 저고리(조선후기)
흑립, 토시
흑립, 토시
한복은 시대의 유행과 변화를 반영한다. ‘유행’은 예부터 사용한 말로 유(流)는 ‘흐른다, 유랑하다, 돈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만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행(行)은 ‘진행한다, 행한다, 늘어서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유행이란 사물이 강물처럼 나뉘어서 세간에 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상생활과 관계가 깊은 복식은 타인과 동조하려는 욕구와 차별되려는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미묘한 감정의 균형 위에 성립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고, 동시에 공존하기도 한다.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복의 유행과 변화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삼국시대에는 태권도복 같은 차림새가 유행했다. 즉, 저고리 길이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고, 깃, 소매, 밑단 부분에 문양이 들어간 다른 천을 덧대어 장식을 한 것이 마치 샤넬풍의 투피스를 연상케 한다. 저고리 길이가 길므로 허리에는 이와 어울리는 가죽이나 직물, 금속으로 만든 벨트를 해 멋스러움을 더했다.

통일신라시대는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차림새인데, 저고리를 먼저 입고 치마를 가슴 위로 올려 입은 하이웨이스트(high waist) 형으로 하체가 매우 길고 날씬해 보인다. 반소매형 상의 위에 투명한 긴 숄을 겹쳐 입는 밝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조선시대는 100년 주기로 비교적 폭넓은 유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계급에 따라서 색과 재료가 다르고, 실루엣이 다양했다. 조선 전기는 깃과 소매가 넓으면서 품도 여유 있는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너그러운 통형(tube) 실루엣으로 저고리와 치마의 비율은 거의 1:1이었다가 1700년대에는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져 1:2의 비율이 됐다. 온몸을 품이 넓은 옷으로 넉넉하게 감싸고 살을 감추는 통형은 좌우 대칭의 안정된 상태의 균형미를 보여준다.

영·정조대(1700년대 중기~1800년대)에는 치마의 다양한 맵시가 연출됐고, 상체는 꼭 끼고 하체는 부풀린 양감 있는 항아리 실루엣이다. 저고리 길이는 짧아져 가슴 위치에 이르며, 품은 몸에 꼭 맞고 소매통은 아주 좁아 활동하기에 불편할 정도였다. 치마저고리의 비율은 1:4이나 입음새의 비율은 허리띠와의 비율, 걷어 올린 치맛자락과의 비율 등으로 인해 다양하며 리듬감이 넘친다. 작고 꽉 끼는 저고리에 비해 얹은머리의 크기가 부풀린 치마와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좌우 균형은 비대칭 균형으로 파격의 미를 느끼게 한다. 꽉 끼게 입은 저고리와 졸라맨 가슴에서 폐쇄성을 느끼며 가슴 밑에서 맨 치마말기에서 대담성과 에로티시즘을 느끼게 한다.

개화기 이후 근현대에 와서는 저고리 길이나 깃 모양의 부분적인 변화보다는 금박이나 자수 등의 장식적인 변화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으며, 문양이나 색상 등은 서양복의 유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옷을 밀어내고 양복이 들어온 지 120년, 이미 일상복의 자리를 내어준 지는 오래됐고, 예복도 간편한 서양 옷으로 대신하며, 혼례 시 폐백용 한복도 점차 대여해서 입게 됐다.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 옷이 점차 사라져 가는 위기감을 극복하고자 1996년 12월에 ‘한복 입는 날’을 제정했고,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다. 그러나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다시 한 번 한복의 문화적 가치 제고와 한복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4년 6월 한복진흥센터가 출범하게 됐다.

한복을 우리 대표 문화 상징으로 구현하기 위해 찾아가는 한복 문화 교육, 신(新)한복 개발 프로젝트, 한(韓)디자인 입고 싶은 우리 옷 공모전, 한복의 날 행사 등을 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한복 입고 세계 여행하기, 고궁에서 한복 사진 촬영하기, 내가 만든 한복 사진 콘테스트, 한복 입고 지하철 타기 플래시몹 등은 모두 한복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매우 긍정적인 중요한 가치다.

퓨전 한복 즉, 반짝이 대여 한복을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 한복보다 더 선호하는 것은 잠깐의 유행일 것이다. 한복을 놀이 문화의 하나로, 이벤트와 추억 남기기의 하나로 이러한 반짝이 한복을 입는 것을 ‘틀린 한복’이 아니라 ‘다른 한복’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어떨까.
1996년 한복 입는 날에 만든 선언문의 취지대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정말 한복이 ‘입어야 하는 우리 옷’, ‘입고 싶은 우리 옷’, ‘세계가 입는 옷’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2018 한복문화주간 개최
대한민국 대표 한복 문화 축제의 장(場)인 ‘2018 한복문화주간’의 개막식이 10월 15일(월)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지역에서 10월 21일(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018 한복문화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체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가 그간 서울 지역에 집중돼 있는 한복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전국 단위로 확산시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처음 마련됐다.

10월 15일 전주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2018 한복문화주간’ 공식 선포와 올 한 해 한복 및 한복 문화를 국내외적으로 알릴 한복 홍보대사가 위촉될 예정이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서울 외 양평, 전주, 순천, 춘천, 청주, 부산, 대구, 대전, 창녕 등지에서 공연, 패션쇼, 전시, 교육, 퍼포먼스, 상점, 여행 등 다채로운 테마의 한복 문화 프로그램으로 색다른 한복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