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집을 위한 특별한 DIY ①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최근 수년째 나만의 취미활동에 적극 나선 중년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목조주택 짓기 열풍이 심상찮게 불고 있다. 왜 그들은 목공에 빠져들었을까. 김수정 기자 | 사진 김수정 기자·사단법인 한옥기술인협회 제공 [사진 사단법인 한옥기술인협회 제공]이 세상에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무는 인간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이자, 안식처다. 누구나 한번쯤 팍팍한 일상과 업무에서 벗어나 가까운 공원이나 산에 올라 가만히 나무의 숨결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나무가 발산하는 음이온과 바람, 냄새를 흠뻑 마시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휴가를 활용해 해외여행 대신 고즈넉한 한옥호텔이나 절에서의 템플스테이, 통나무로 만든 펜션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목조주택을 직접 짓겠다는 사람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자기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60세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른바 ‘신(新)중년’, ‘뉴노멀 중년(new normal middle age)’으로 불리는 이들이 목공, 목조주택 짓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천히 하세요. 기초공사가 잘 돼야 집이 튼튼해요.”
“목조건물을 지을 때 기초(foundation) 단계에서 땅을 최소 1m 정도 파야 해요. 이걸 건축용어로 ‘동결심도(땅이 얼어 들어가는 정도)’라고 해요.”
김헌중 사단법인 한옥기술인협회장의 말 한마디에 16명의 수강생들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김 회장의 말 하나라도 놓칠까 끊임없이 노트하고,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수강생 중에는 앳된 청년들도 있었고,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온 주부, 법무사, 목공예 강사도 있었다. 무엇보다 수강자의 70%가량은 4060 중장년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지난 9월 4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통나무과학교실’의 수강생들이다. 총 12회로 구성된 ‘통나무과학교실’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유익한 목조주택의 10분의 1 크기 모형을 제작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목조주택 짓기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에겐 큰 부담 없이 관련 기술을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열기는 단순한 취미 그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취미활동은 물론, 더 나아가 내 집 마련과 새로운 직업에도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몰입의 즐거움이라고.
대전에 거주하는 성승식(64) 씨는 “예전부터 통나무집에 대한 로망이 컸다”며 “통나무집 자체가 주는 멋스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친환경 주택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도전하게 됐다. 물론,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막연했는데 막상 이 수업에 참관하니 무척 재밌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수강생인 전관수(65) 한국과학관협회 자문위원도 “현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목공 강좌를 가르치고 있는데, 목조주택 짓기에도 관심이 생겨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정말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또 결과물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 누구나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재미는 기본, 경제적 이득은 덤
목공 기술과 DIY 목조주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다양하다. 실제 국산 목조주택 신축 시 최대 1억 원까지 저금리 융자가 지원된다. 산림청은 귀산촌인이 올해부터 목조주택을 신축할 때 세대당 최대 1억 원의 융자금을 연 2.0% 금리에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한다고 지난 8월 10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귀산촌을 한 지 5년 이내이거나 2년 이내에 귀산촌을 계획한 예비 귀산촌인으로, 연면적 150㎡ 이하 목조주택을 건축하면서 전체 목재 사용량의 30% 이상을 국산으로 사용하면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은 관할 산림조합중앙회 또는 지역 산림조합이 접수한다. 지원 신청서류는 ▲목조주택 지원 신청서 ▲부지 조성 및 신청자 증명서류(해당 토지 등기부등본, 해당 토지대장, 토지 사용승낙서) ▲위치도, 배치도 및 현황 사진 ▲설계도·서(설계서, 설계도면 등) ▲사업비 조달 및 지출계획서 등이다.
김원수 목재산업과장은 “산림청은 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목조건축 활성화와 더불어 건축물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운영하는 ‘통나무과학교실’ 수업 모습]
김헌중 협회장도 “나날이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로 전 세계적으로 목재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목조주택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상승세”라며 “직접 목조주택을 지으면 시공비가 줄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는 철근과 콘크리트는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데, 각각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 5%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반대로 목재를 가공할 때 드는 에너지는 철강 등 다른 건축 재료를 제조할 때보다 훨씬 적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많이 이용할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목조건축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목조주택이라도 지켜야 할 조항들이 있다. 일단, 개인 주택이라고 할지라도 지난 6월 27일부터 시행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연면적 200㎡를 넘는 건축물은 자격을 갖춘 건설 업체가 시공해야 한다. 예전처럼 전원주택을 내 손으로 뚝딱 지어 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장관리인 배치 의무화도 주의할 점이다. 연면적 200㎡ 미만의 집을 지을지라도 꼭 현장관리인이 함께 해야 한다. 현장관리인으로서 인정하는 자격은 건축 분야 학과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 건축 분야 건설 관련 교육과정 6개월 이상 이수자, 건축 분야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다.
즉, 집을 짓기 위해서는 현장관리인과 함께 하거나 그에 준하는 자격증 소지가 필수인 셈이다.
김 회장은 “현장관리인 배치가 의무화 되면서 목구조시공기술자, 목구조관리기술자 등 국가전문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동시에 공인된 민간교육기관에서 발행하는 목조건축관리자·기능자·기술자 자격증들도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수료하면 얼마든지 관련 자격증을 소지할 수 있다. 자격증을 활용해 내 집 짓기는 물론, 자격증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모색할 수 있어 중장년층은 물론 전 세대에서 이 분야 관련 전망이 밝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