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환율 오를 가능성 충분”
ASSET • exchange rate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수석연구위원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됨에 따라 환율의 출렁임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치 앞도 가늠키 어려운 외환시장에서 즉각적인 대응보다 장기적인 방향성을 읽을 것을 강조했다.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미국 금리 인상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수석연구위원(경영학 박사)은 하반기 외환시장을 흔들 요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주목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 3월과 6월 각각 금리를 인상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9월과 12월을 유력한 인상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악화된 고용지표 등으로 하반기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7월 10일 현재 0.5%포인트에서 오는 12월쯤 1%포인트 수준으로 역전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채권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갈 경우 외환시장에 충격이 크게 온다”며 “올 상반기(1~6월) 채권에서는 약 110조 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주식에서는 외국인 자금 34조5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하반기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주식, 채권에서 모두 썰물처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원·달러 환율의 향후 흐름은.

“하반기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1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 상반기 1050원에서 1090원 사이를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들어 1100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6월 금리 인상에 이어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환율 레벨은 1115~1130원으로 높아졌다. 현재 1120원 선에서 악재가 들어오면 올라가고, 좋은 이슈가 있으면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당분간 횡보세를 이어가다 9월,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되면 예상보다 크게 요동칠 수 있다.”

- 미·중 무역 분쟁 이슈가 불거진 이후 위안화 약세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수출입 물량의 차이로 중국이 맞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 수출 경쟁 구도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위안화가 절하되면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 두 국가의 교역이 작아지면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물량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도 못 올리고 수출 활력도 떨어지니 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 위기설도 있다. 원화의 체력은 어떤가.

“원화는 아직 신흥국 통화에 가깝다. 대외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 원화를 팔고 미국 달러화로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 받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아시아의 ATM’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만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위기가 온다면 충격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외환보유액이 높아지고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갔다 해도 충격이 올 때는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기초체력을 훼손할 것이 자명하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과거보다 중국, 스위스, 캐나다 등과의 통화스와프(swap)가 늘어난 점이다. 외환보유액보다 통화스와프가 외국에 신뢰를 줄 수 있다.”

- 주요 통화의 흐름을 짚어준다면.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는 2020년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은 올해 4번, 내년 3번, 내후년 1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2020년 무렵 미국 경기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경기가 정점을 찍은 후 꺾이는 신호가 나온다면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을 멈추는 원인이 경기 침체일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다시 달러가 강세를 띨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 경기를 능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강세로 가기는 어려워 방향성은 약세다. 일본의 경기도 좋아지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는 데는 미온적이다. 엔화도 약세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경우 달러화 강세에 엔화도 동조될 것이다.

위안화는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절하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의 기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데, 선거에서 승리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으로) 무역 분쟁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 현재 달러화 대비 6.8위안 안팎을 오르내리는 달러·위안화 환율은 7위안 이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 상황에서 신흥국 통화는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이 2020년 이후에도 계속 성장한다면 신흥국 통화까지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미국이 고꾸라지면 신흥국 통화절하가 심화될 수 있다.”

- 외환 투자 시 유의점은.

“현재 단기적으로는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이번주에 거액을 사야 하는데 더 빠질까요?’라고 묻는다면 답을 주기 쉽지 않다. 환율이 범위(1115~1130원) 내에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에 투자자가 저점이라고 판단하면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지표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장기적인 흐름을 읽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연내 환율 오를 가능성 충분”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