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일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
글로벌 금융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는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 우려를 키우고 있고 G2(미·중) 간 무역 분쟁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최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병일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 흐름’을 예상하며 지금이야말로 국내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경 머니= 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정병일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물론 헤지펀드 운용 및 프라이빗뱅커(PB) 경력까지 두루 갖춘 자산관리 전문가다. 한국거래소(KRX)는 물론 주요 언론사가 주최하는 투자 세미나 등에서 금융경제 및 투자전략 강사로도 활동하며 투자자들과의 접점도 늘려 가고 있다. 다양한 실전 경험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자산가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투자 수익을 제공하는 게 정 팀장의 주된 업무다.정 팀장은 “증권업 종사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 기업의 과실(배당, 차익)을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져간다는 점”이라며 “올해 역시 40% 안팎의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국내 펀드에 대한 자산가들의 ‘무관심’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종합과세대상인 투자자의 경우 투자금액 한도 없이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가능하지만 대다수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서다.
그는 최근 펀드 시장 동향을 언급하며 현시점이 펀드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개별 섹터 가운데서는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높은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점쳤다. 또 해외 투자 시에는 국민소득 1만 달러 전후의 제조업 발달 국가가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봤다. 다만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의 경우 국내에 마땅한 펀드가 없다는 점에서 1만 달러 미만 국가 중 정부 차원의 자본시장 육성 의지가 강력한 베트남 시장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예상과 달리 상반기 주식시장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하반기 전망이 궁금하네요.
“지난해를 복기해보면 연초 전망이 매우 부정적이었죠. 그런데 예상 외로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증권사들도 줄줄이 지수 전망치를 올려 잡았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지수 횡보가 지속되면서 회의론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죠. 일부 증권사들은 100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KB증권은 기존 전망치를 크게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연초에 제시했던 코스피 3000포인트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G2 간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석학들 사이에서는 2019년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곳은 미국인데,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3분기 경제지표의 개선세는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증시 역시 10~15% 내외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미국의 금리 상승 추세는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고, 2019년 연 3% 수준까지 상승 추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경제지표와 주가 수익 지표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핵심은 수출인데, 반면 내수의 경우 구조조정이 급격히 진행되는 단계죠. 특히 조선업의 경우 바닥권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상장기업들인데 이들 기업들의 수익은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반도체업종 등에 국한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투자라는 것은 ‘실패’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소위 잘나가거나 잘나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주식투자입니다. 이를테면 코스피가 10% 올랐다고 가정하면 그중에서는 100% 오른 기업도 있지만 반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업의 주식도 있죠. 많은 투자자들이 체감경기와 주식시장 흐름을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상승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는 게 투자의 첫걸음이죠.” 좀 더 구체적인 사례나 설명 부탁드립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독일 등에 국한돼 경기가 좋아진다는 얘기가 나왔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유럽 내부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경기가 개선되고 중국도 구조조정 이후 숨통이 트이면서 원자재 가격도 일부 상승세로 돌아섰죠. 우리 수출 역시 불황형 흑자는 아닙니다. 실제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지표상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코스닥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의 발주 증가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덩달아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는 코스피보다 코스닥 기업의 이익 추이가 더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미국발 무역전쟁의 파급 영향을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글로벌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저희 KB증권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공화당 시절인 1985~1986년 레이건 시절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상당했는데 당시의 분위기가 지금과 비슷합니다. ‘대공황으로 다시 가자는 거냐’는 식의 언론 문구까지도 닮았습니다. 당시에는 독일과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냈었는데 결국 플라자 합의를 통해 환율 조정이 이뤄졌죠. 궁극적으로는 미·중 무역 분쟁은 위안화 절상이 진행되는 쪽으로 결론이 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당분간은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환율 및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압박과 양보를 요구하겠죠.”
최근 국내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나요.
“국내 경제주체 가운데 개인을 제외하고 잉여자금이 많은 곳은 기업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들 사이에서 증권형 상품 편입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입니다. 개인 고객들도 금리 상승기에는 정기예금에 목돈을 넣어두기 부담스러워 합니다. 이들 가운데서는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낸 뒤, 정부 규제로 부동산과 주식시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또 하나, 소액 계좌 중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이에 대한 문의가 의외로 많습니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금계좌에 들어가 있는 채권형 펀드는 듀레이션, 즉 투자 기간이 길게 들어가 있어 금리 상승기에는 마이너스 계좌로 돌변합니다. 금리형 상품에 익숙하다면 하루빨리 환매해 정기예금형(금리픽스형)으로 바꿔놓으라고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산의 20~40%가량은 주식형 펀드에 넣어서 수익률을 맞추는 게 바람직합니다.”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체투자나 채권보다 주식 관련 상품의 투자수익률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특히 아시아 주요국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우리나라 펀드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당분간 약(弱)달러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에도 달러 약세 국면에서 한국과 이머징마켓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달러 흐름은 ‘6년 강세, 10년 약세’ 흐름을 보여 왔는데 현재는 10년 약세의 초입 국면으로 보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신흥국 주식이 편입된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죠. 그리고 정부가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식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펀드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연금자산증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 대한 매매차익 과세는 상당기간 유예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개인 연금자산의 수익률 제고될 경우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은퇴 후 자금흐름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켜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고려 시, 펀드 시장의 확대는 정부정책에 있어 절실한 과제 중 하나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가 줄곧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죠.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 시점을 10년으로 보는데 실제로 지난 10년간 펀드 시장이 좋지 않았죠. 수익률에 대한 불만 때문에 펀드 잔고도 140조 원에서 50조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펀드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바닥일 때가 투자의 적기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코스피 종목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도 안 될 정도로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과 비교해도 저평가 상태입니다. 기업들의 수익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죠. 증권업 종사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11%인데 배당금은 40% 이상을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카더라’에 휩쓸리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돈을 버는 기업’에 투자해야만 배당과 매매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철저한 투자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정보기술(IT), 반도체 섹터가 유망하다고 보는 건가요. 일각에선 ‘꼭지’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렇습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번 주도주가 결정되면 그 시장이 끝날 때까지 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아마존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1, 2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죠. 당연히 외국인의 투자 수요는 관련 기업들에 몰릴 수밖에 없겠죠. 사실 ‘반도체 꼭지’ 논란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끼리도 서로 부딪히는 이슈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이클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 2003~2007년 조선업 호황 때도 꼭지 논란이 있었는데 현대중공업의 사상 최고가가 10만 원이었죠. 부딪히는 자리였죠. 하지만 결국 50만 원까지 갔습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요를 가장 잘 아는 곳은 삼성전자인데 이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예상보다 수요가 많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과거에는 PC나 휴대전화에만 반도체가 쓰였는데 지금은 드론이나 자동차 등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요.”
끝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투자 팁이 있다면.
“연기금 대표 주자인 국민연금의 투자 바구니를 참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국민연금은 620조 원의 현금을 굴리는 국내 최대 현금 부자죠.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투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주요 연기금은 연 6~7%대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주식투자 비중도 30% 이상이죠.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국내 채권 투자에서 1% 수익도 안 났지만 20%를 상회하는 국내 주식 덕분에 연 7% 수익률을 올렸죠. 소위 자산가라고 한다면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연 5%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자산가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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