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주 옥석 기준은 비용 절약 혁신”
Special Interview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부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4차 산업혁명의 빠른 물결은 작고 민첩한 물고기에게 더 적합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부장(애널리스트)은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경쟁력과 관련 기업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에도, 국내 기업들의 가능성을 강력히 설파한다.

“오히려 버블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괄목상대하게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지주회사 및 중·소형주 전문가인 이상헌 부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식의 과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4차 산업혁명과 지배구조, 그리고 지주회사’, ‘제4차 산업혁명과 문재인 정부’ 등의 리포트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유망주에 대해 투자를 제안했다. 올 4월에는 신간 <제4차 산업혁명 시대, 10배 오르는 종목>도 펴냈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의 바로미터이자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국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주가 요동쳤다. 페이스북 정보 유출 쇼크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마존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일각에서는 과거 닷컴 버블 붕괴처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주가의 거품이 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에 적기라고 강조한다. 3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1990년부터 2000년 3월까지 나스닥 지수는 990% 급등했고, 1999년 2월 24일에서 2000년 3월 10일까지 코스닥 지수는 300% 가까이 올랐다. 산업혁명은 기존에 없었던 기술이 생겨나고 커다란 사회 및 경제 변화를 일으킴에 따라 관련 주식이 상승을 넘어 버블까지 조성됐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가?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증시에서 버블이라고 볼 수 있는 주가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과열 논란 속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서 ‘투자의 기회’를 역설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4차 혁명의 용어나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 큰 변화의 시기라고 느끼지 않는가. 그 변화의 시기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FAANG주의 급등락으로 4차 산업혁명 투자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근래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조정을 겪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기간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엔비디아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업들의 주가는 5년 내 10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

미·중 무역전쟁에 ‘새우등’ 터지듯 한국 기업들이 위협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진짜 무역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것은 환율이다. 향후 원화 가치가 올라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해도, 중국으로의 수출에서 리스크가 상쇄될 수 있는 구조다. 중국 위안화 가치의 상승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바이오, 전기자동차 업종 등과 같이 중국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해외 주식에 비해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식이 강점이 있나.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주도주가 상승한 다음에는 따라간다. 스마트폰 시대는 애플이 열었고, 이어 삼성전자가 주목 받았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을 주목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의 혁신 기업 생태계 조성으로 인한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업 중 옥석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
“돈은 가치가 상승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아마존이 독점 논란에도 ‘황제주’의 힘을 갖는 것은 소비자들의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혁신이 (편리성 향상보다는) 비용 절약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키포인트다. 또한 지역적 한계가 파괴돼 판매 및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크기가 극대화되는 경우, 기술적 혁신에 의해 새로 등장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주목해야 한다.”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별 유망 종목을 꼽는다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주요 분야 중 평소 관심이 있는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이 좋다. 지배구조 및 융합플랫폼(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게임빌 등), 스마트카(에코프로,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KG케미칼, 코스모화학, LG화학, 삼성SDI, 삼화콘덴서, LG전자, 아모텍, 우리산업 등), 통신 인프라(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대한광통신 등), 블록체인(삼성SDS 등), 로봇(고영 등), 지능정보기술(코나아이, 지란지교시큐리티, 삼성전자, 더존비즈온, SKC코오롱PI, 테크윙, 원익QnC, SKC솔믹스 등), 바이오헬스(엔지켐생명과학, 마크로젠,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펩트론 등), 콘텐츠(JYP엔터, 에스엠, 덱스터, 스튜디오드레곤, 펄어비스, YG플러스)를 우선 추천한다.”

최선호(top picks) 종목을 추천해준다면.
“주가가 상승하려면 미래 가치 상승 요인과 더불어 수급 요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수혜주를 눈여겨보면 좋겠다. 우선 코스닥 종목에서 콘텐츠 분야의 펄어비스, 바이오헬스 분야의 엔지켐생명과학을 꼽고 싶다. 펄어비스는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으로 중국 등 해외 진출 및 성장성이 기대되고, 엔지켐생명과학은 암 치료의 동반자로서 글로벌 임상 진행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종목인 YG플러스는 음악 사업 및 화장품 브랜드 ‘문샷’의 중국 진출로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software)화다. 인구수가 줄어드는 미래에는 하드웨어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더 유망하다. 방송 및 게임 콘텐츠, 뷰티, 제약기술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강점을 잘 살리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