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4월은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부동산 규제의 핵심인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이 시행되며 부동산 시장에 심상찮은 기운이 돈다. 과연 지금 집을 사도 될까? 강남 부자들의 멘토로 널리 알려진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투자 시점보다 미래 가치가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를 보면 3.3㎡당 1000만 원인 곳도 있고, 8000만 원 수준에 이른 곳도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현재의 가격을 인정하는 것이 부(富)를 이루는 첫걸음입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흔히 과거의 아파트 가격과 오늘의 가격을 비교한다. 급등한 가격에 투자를 망설인다.
“외환위기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죠. 금융위기 당시도 그랬고요.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질까 두려워서 외면합니다. 그러다 다시 가격이 오르면 가격 탓을 하죠. 지금도 집값이 오르는 곳이 있는 반면 떨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고 센터장은 “투자의 적기에 목숨 걸면 언제(when)만을 기다리다 오히려 매수 시점을 놓치기 쉽다”고 충고했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부자들은 ‘언제’가 아닌 ‘무엇(what)’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자수성가형 부자, 부를 지킬 확률 높다 ‘강남 부자들의 멘토’로 널리 알려진 고 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스타 강사다. 지난 2002년부터 우리나라 금융기관 최초 프라이빗뱅커(PB) 겸 부동산 전문가 1호로 활동해 왔다. 지난 1994년부터 부동산(경매)과 인연을 맺고 5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2000건이 넘는 경매물건을 처리하면서 은행권 최초의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가 됐고, 이후 수많은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 등 대한민국 명사들의 부동산 컨설팅을 도맡아 왔다. 현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동국대 대학원 겸임 교수로서 강단에도 서고 있다.
고 센터장은 신간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에서 그간 자산관리를 담당했던 고객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부동산 성공 투자법을 소개했다. 부를 가지고 태어난 부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평범했던 사람들이 부자가 된 생생한 이야기에 초점을 뒀다. 그는 “당나라 태종이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했는데,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라며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익혔기에 상속형 부자들보다 부를 지킬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현재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부자의 습관을 익히고,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자산관리 전문가인 멘토의 조언을 듣는 경우가 위험을 낮출 확률도 높다. 그는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듯이 365일 자산관리를 해야 하고, 기혼이라면 부부가 함께 관리하면서 공유하고, 지출은 1원이라도 통제하는 것이 현명한 자산관리의 기본 수칙이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몸을 담고 있지만,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자산이 자산 형성과 관리의 큰 축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 센터장은 “부동산이 아닌 금융을 중심으로 자산관리를 하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단언했다.
노후 자산 역시 부동산을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노후에는 현금흐름이 원활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일반적인 금융권의 시각과 거리가 있다.
“금융자산으로 노후 준비를 한다면 쉽게 말해 그 돈은 ‘며느리 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노후 준비의 70% 이상은 부동산으로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어느 날 며느리가 ‘애아빠 사업이 부도가 났다’며 손주를 앞세워 찾아와 일부만 달라는데 외면할 수 있을까요?”
고 센터장은 “은퇴자금을 금융자산으로 갖고 있으면 곶감 빼먹듯 1억 원, 2억 원씩 사라지게 된다”며 “은퇴 시기에는 부동산 수익으로 과실(노후자금)을 따먹다가 사후에 자녀에게 물려주는 형태가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자로 가는 첫걸음은 내 집 마련(아파트)을, 노후 대비 투자 수단으로는 수익형 부동산을 추천했다. 꼬마빌딩, 상가, 소형 월세 임대 아파트 등을 주목하는 대신 다세대가구나 오피스텔은 피하라고 전했다. 다세대주택, 다가구(원룸)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튼튼함과 편리성이 떨어지고, 오피스텔은 소형 아파트처럼 재건축에 따른 자본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단지에도 생기면서 오피스텔만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투자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미래 가치가 있는 지역에 대해 물었다. 그는 “통화량이 늘어나고 중산층이 증가하는 지역을 주시하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마곡과 위례를 보세요. 위례는 근래 거품이 꺼지고 있지만, 마곡은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분당과 판교의 차이도 그렇습니다. 헌집과 새집의 차이도 있지만, 판교는 기업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집값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것입니다. 중산층이 유입되려면 베드타운만으로는 어렵고, 일자리가 수반된 지역이어야 합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교육환경이 갖춰지고 좋은 주거 요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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