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잠을 잘 못 자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하지 않고 낮에 졸리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로 잘 때 코를 고는 것이 원인인데 코를 고는 것이 단순한 코골이인지, 자다가 호흡을 잠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인지 구분해봐야 한다.
코골이 우습게보면 ‘큰 코’ 다쳐
코골이는 코부터 기도를 거쳐 폐까지 정상적인 호흡에 관여하는 신체 부위 중 일부가 막히거나 기능이 떨어져 잡음이 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려 일시적으로 코 한쪽이 막혀 코를 골게 되는 것이다. 주로 음주를 많이 하는 남성들의 경우 밤에 코골이를 심하게 하기 때문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히 코를 골며 비정상적 소리를 내는 것을 병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골이와 함께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면 질환으로 봐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심장이나 뇌에 5회 이상 영향을 주면서 최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상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심한 코골이와 매우 거친 숨소리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다가 호흡이 정지된 후 조용해졌다가 다시 반복된다. 이외에도 뒤척임, 발차기 등의 움직임이 있고 화장실을 자주 다녀오기 때문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정서적인 불안감과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뇌졸중은 물론, 돌연사, 수면 중 심장마비, 부정맥, 급사 위험성까지 발생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히 진단해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산소포화도·뇌파·심장 기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검사를 통해 시간당 5회 이상 혈중 산소 포화농도 저하가 있고, 심장과 뇌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한다.
코골이로 진단된다면 목젖 주위가 떨려서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소리를 없애주면 된다.

보통 목젖 주위를 잘라 주거나 고주파 혹은 레이저를 통한 수술적 치료로 가능하다. 소리만 조절해주면 해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숨골·폐·심장·횡경막 기능의 저하, 기도 협착, 코와 목젖의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면 중 혀 뒤쪽 기도가 막혀 발생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라 한다. 수면 중 혀가 뒤로 밀리면서 기도를 막아 호흡이 멈추는 것이다. 이 수술을 시행할 때, 주로 혀의 턱 아래 부착된 부위를 뼈와 함께 절개해 앞으로 빼는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이 경우 혀를 어느 정도를 빼야 수면 중 무호흡이 치료되는지는 개인의 차가 크다.

뇌에서 호흡 신호를 보내지 않아 발생하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도 있다. 수면 중 뇌에서 숨을 쉬는 리듬을 관장하는 숨골이라는 곳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장기화되면 뇌가 숨 안 쉬는 것을 정상 리듬으로 오해해 뇌에서 숨 쉬는 신호를 보내지 않아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지 말고 조기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두 가지 원인이 함께 발생하면 복합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 원인 따라 양압기나 수술 치료
수면무호흡증은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일단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체중 조절이 필수다. 체중이 늘어나면 혀도 살이 붙기 때문에 기도를 막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잘 때 양압기(CPAP)를 끼고 자는 것과 수술을 하는 것이다. 수술이 필요한 코골이 환자의 경우에도 어떤 문제 부위를 수술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 질환이나 목젖이 문제인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노화 등으로 늘어진 목젖이 호흡을 막고 있다면 목젖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삐뚤어진 코 구조가 문제라면 비강 수술을 통해 교정한다.

선천적으로 기도가 좁아진 경우나 폐 기능 자체가 떨어진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때에는 양압기 치료를 통해 호흡을 교정한다. 양압기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압력의 바람을 넣어주는 것으로 기도의 공간이 좁아지거나 협착이 됐을 때 기계에서 나온 바람이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원리다.

이 때문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물론 중추성·복합성 수면무호흡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 뇌에서 신호가 오지 않더라도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압기 치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개인마다 코를 고는 정도에 따라 필요한 공기의 압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면다원검사, 압력처방검사 등을 통해 각자에게 적합한 치료 압력을 찾아야 한다.

가벼운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코골이를 한결 줄일 수 있다. 높은 베개를 피하고 잘 때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취해 기도에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준다. 또 금연과 절주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골이 우습게보면 ‘큰 코’ 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