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렌딧 대표

[한경 머니=이현주 기자]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라이프는 ‘흔적’을 남긴다. 바로 데이터다. 이 축적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뽑아내는 빅데이터 기술이 개인 간(P2P)금융과 만나 금융의 사각지대에서 소액 맞춤 금융시장을 열고 있다. 국내 P2P 기업 선두주자 렌딧의 김성준 대표를 만나 데이터 시대의 금융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데이터 시대 금융에서 개인 습관은 신용이죠”
“사람들의 소비 생활이 모바일로 옮겨 오면서 전자상거래가 성장했다면 디지털 컨슈머의 다음 선택은 금융일 겁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금융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정통 금융맨 출신이 아니면서도 금융시장에서 야심 찬 행보를 보인다. ‘기술에 금융을 담는다’는 렌딧의 비전에 자신 있는 이유가 있다. 김 대표는 핀테크와 같은 듯 다른 ‘테크핀’이라고 했다.
렌딧은 은행과 증권사 없이도 대출과 투자를 한다. 대출을 원하는 개인과 투자를 원하는 개인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 금융의 한 축으로 떠오른 P2P(peer to peer) 금융이다.
최근 모바일 채널을 통한 금융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P2P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약 2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됐다.
P2P금융은 기술 혁신의 과정에서 싹튼 금융 서비스다. 기술과 금융이 만난 핀테크(FinTech)의 영역이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분야가 P2P대출이다. ‘적정 금리’를 제공하기 위한 신뢰의 기반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 모델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테크핀은 핀테크에서 기술을 앞세운 신조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라도 기반이 무엇인지에 따라 향후 방향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디지털 온리(digital only)의 유무가 테크핀의 기준이다”라고 했다.
렌딧은 100% 비대면 방식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개인신용대출 한 가지에 집중한다.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421% 성장했다. 오프라인 지점의 금융 서비스를 온라인화하는 모델이 아닌, 온라인에서 신뢰 기반(평가 모델)을 더한 ‘플랫폼’을 선뵌 게 빠른 성장의 비결로 꼽힌다.
“금융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기술로 금융의 불편한 점을 해결해 나간다는 관점은 분명 다릅니다. 해외의 아마존, 알리페이나 국내의 카카오뱅크, 캐시노트, 토스 등 기술 기반의 테크핀 회사와 서비스는 태생이 다른 만큼 분명 다른 갈래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입니다.”
데이터는 모이면 모일수록 엄청난 ‘자원’이 된다. 렌딧은 다양한 금융 정보에 더해 렌딧 사이트에서 보이는 사용자 행동 양식과 소셜 데이터를 수집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분산투자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이다. 향후 더 정교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 혁신이면서도 동시에 개인정보보호 등의 규제에 부딪힌다. 현대인들의 생활 전반이 모바일 속으로 들어오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기록되고 ‘습관’이 곧 ‘신용’이 되는 ‘데이터 사회’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규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P2P금융의 어떤 점에서 가능성을 찾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핀테크가 화두가 된 건 이미 5년이 넘은 일입니다. 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기술을 도입해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들이 계속 시도되다가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게 기술 회사가 아예 금융 분야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알리페이 서비스를 만들 때 이커머스 기반의 기술 회사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포지셔닝을 했거든요. 기술 회사들이 금융 분야로 뛰어들어서 금융 회사와 다른 앵글을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 흐름이고, 실리콘밸리에서 테크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P2P대출로 볼 때 수요는 다양한데요, 부동산이나 기업대출 등도 있지만 렌딧은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대출의 종류 가운데 완벽하게 비대면화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소상공인 관련 대출은 직접 사람이 사업성을 판단해야 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직접 물건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제주도에 있는 사람이라도 모바일을 통해 대출이 가능합니다.”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하는 이유가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인데요. 왜 비대면이 중요합니까.
“테크핀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여러 사람의 데이터가 쌓이면 이 데이터를 가지고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가 수월해집니다. 부동산의 경우 같은 중구 수화동에서도 어느 위치인지에 따라 입지가 다릅니다. 개인은 소득이나 직업, 회사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체계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는 지난 18개월간 사용해 온 추이를 보면 500만 원의 한도 중 어떤 사람은 꾸준히 30~40%만 소비를 할 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변동 폭이 클 수도 있겠죠. 그럼 어느 사람의 패턴이 더 안정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사람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기술에 의해 평가되는 건데요. 개인신용대출은 비대면화했을 때 오히려 사람이 개입한 것보다 더 정교한 심사가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렌딧은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서 대출자 개개인에게 맞는 적정 금리를 산출하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모델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건가요. 참고했던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하는 회사 중에서 기술에 기반을 둔 심사 평가 모델을 만든 최초의 회사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2008년 무렵 국내에서 P2P 기업이 몇 개 있었는데 그때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신용평가 모델을 주로 만든 게 아니라 개인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하는 매개체 정도로 선보였습니다. 매개의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빅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 모델입니다. 렌딧이 2015년 3월 법인이 설립되고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 무렵 여러 개 회사들이 유사한 시점에 P2P금융을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 2015년부터 자체 평가 모델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렌딧은 법인을 설립할 때 해외 사례 중 미국 최대 P2P 기업인 렌딩클럽을 참고해서 초창기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라서 빠른 시간에 확 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P2P대출보다는 마켓플레이스랜딩(marketplace landing)이라는 단어로 더 많이 불립니다. 거래의 장이라는 개념이 더 들어가 있는데요. 그 이유가 P2P라는 단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에만 한정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P2P금융은 2005년 영국에서 설립된 조파가 세계 최초이고, 2006년과 2007년 미국에서 프로스퍼와 렌딩클럽이 등장한 이후로 P2P금융이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이 새로운 사업모델의 투자자로 참여하는 주체가 개인에서 기관으로 빠르게 옮겨져 갔습니다. 사람과 기관, 기관과 기관이 연결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 대출과 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자체로 확장된 것입니다. 렌딧의 사업을 쉽게 보면 어느 정도 검증된 물건을 선별해서 선보이는 시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성장은 꽤 가파른 편인데요. 올해 1월 2일 기준으로 누적 대출 금액 906억 원인데 조만간 1000억 원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2016년 3분기 대비 2017년 3분기 성장률이 421%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 성장세가 계속해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P2P 기업이 시장에 침투하는 속도를 봤을 때 한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지금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렌딧의 성장이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져다고 하셨는데요. 근거가 있었습니까.
“가장 큰 근거는 미국과 한국 시장과의 비교였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의 금융 모델을 많이 가져오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금리 절벽’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문제인데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1~3등급을 받으면 약 4~5% 금리가 적용됩니다. 그게 안 되면 신용카드가 있을 때 약 16~17% 정도의 카드론을 사용합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저축은행에서 22~23% 수준으로, 그것도 안 되면 대부업체를 통해 법적 최고 금리인 27% 이상을 다 내고 대출을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형태가 유사한 데 비해 2005년 이후 P2P금융이 들어가면서 금리 사이의 간격이 살짝 완만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한국으로 와서 3000만 원을 대출받으려 했는데, 미국에서 5년간 거주하면서 한국에서의 신용 점수가 없다 보니 제1금융권에서 6등급을 받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국내 성인 인구 중 40%가 4~6등급에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등급마다 100만 명, 2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과연 150만 명이 동일한 6등급으로 분류돼야 할까, 그 안에서도 다양한 등급이 분포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미국 P2P금융을 케이스스터디하게 된 것입니다. Y축이 위험도라고 할 때 완만한 곡선 형태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금리 체계는 4~5% 아니면 17%로 절벽이 존재하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고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선보이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 시장의 유사성 또한 한국 시장을 뜯어볼 때 너무 단순하게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진 것이고,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P2P금융을 시작한 렌딩클럽이나 프로스퍼를 분석해 예상치를 뽑았던 게 실제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의 틈새를 잘 포착하신 것 같습니다. 여전히 P2P 업체에 대해 대부업체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은행의 경우 급여나 연체 기록 등 약 20가지 정도의 자료를 확인합니다. 리스크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분석하지 않아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이죠. 저희는 은행하고 직접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금융기관은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또 저희는 저희만의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제2금융권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부도 날 가능성에 대비해서 더 높은 금리를 받아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인데요. 저희는 이들에 대해 더 세밀하게 분석해서 사람마다 리스크를 다르게 적용합니다. 또 운영 방식을 완전히 온라인화해서 영업비용을 낮추는게 제2금융권과 갖는 차이점입니다.”

관건은 등급을 더 세분화할 수 있는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일 텐데요. 금융권에서 참고하는 신용평가의 자료와 무엇이 다른가요.
“저희가 집중하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금융 데이터입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용한 단어나 카카오톡에서 쓰는 단어 등 비금융 데이터도 영향을 줄 수는 있는데,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금융 소비 생활의 패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금융 소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미국만큼 잘 갖춰져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나 KCB와 같은 곳에 정보 집중이 잘 돼 있어서인데요.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고 또 2003년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다중 채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어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신청해도 즉각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보 집중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받은 데이터를 보는데, 한 개인에 대해 약 250가지 자료를 통해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적정 금리를 제공합니다. 약 7000명의 대출 신청자 가운데 각 개인마다 250여 가지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또 대출자는 매달 250여 개 정보가 업데이트 되면서 수만 개의 데이터 유닛이 쌓였다고 보면 됩니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예를 들어 제1금융권에서 4등급을 받은 두 명의 대출자가 있다고 할 때, 렌딧에선 다른 등급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연봉이 3000만 원으로 같고, 주택담보대출 1억 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은행에서는 똑같은 등급이 나올 겁니다. 렌딧에선 한 명은 2등급, 또 한 명은 4등급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6개월간의 금융 소비 활동에서 현금 서비스가 늘어났다든지, 카드 한도에 변화 폭이 컸다든지 등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과거 18개월의 금융 생활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현재 기준에서 동일한 4등급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하향 곡선인지 상향 곡선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현재 시점의 등급이 아닌 등급의 정보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변화 추이가 더 중요합니다.”

렌딧의 다음 목표는 무엇입니까.
“기존 금융시장의 사각지대에서 불편한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 강화될 것으로 봅니다. 렌딧은 지금은 개인신용대출만을 취급하고 있는데 920억 원이 아니라 9200억 원이 된다면 자산을 다양화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개인신용대출에서도 풀 문제가 많아서 당분간 여기에만 집중할 계획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창업가이자 대학원 은사인 스티브 블랭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스타트업은 반복적으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임시적인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렌딧도 안정적인 회사가 될 만큼 확장하기 위해 지금보다 10배 더 성장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데이터 시대 금융에서 개인 습관은 신용이죠”
김성준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기계공학 제품디자인을 공부한 후 NHN인터랙티브 그래픽 디자이너와 올라웍스 UX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기부 프로그램인 1/2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1년 미국에서 스타일세즈를 창업했다. 2015년 P2P금융 렌딧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