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자산가의 10년 상속·증여 플랜A. 가업승계

[한경 머니 기고 = 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우리나라에서 상속·증여 이슈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가업승계’이며, 그 과정에서 주식 이전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그렇다면 100억 원대 자산가들이 이 두 가지 숙제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어떤 단추부터 채워야 할까.
가업상속공제·창업지원 등 특례 활용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줌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은 세금 문제 한 가지만은 아니다. 재산을 생전에 일찍 자녀들에게 나누어서 물려주면 미리 재산 분배도 되고 세금 부담도 적을 수 있으나, 자식의 앞날을 망칠 위험이 있다. 반면에 나중에 상속으로 물려주게 되면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자녀들 간에 상속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친이 몇 천억 원의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사례가 있는데, 망자의 자녀들은 모두 개업한 의사들이었지만, 하나같이 모두 병원을 폐업했다. 이유는 형제 모두 상속재산 다툼을 위한 소송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각 가문이나 집안별로 서로 다른 특수한 사정과 형편이 있고 이는 세금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를 여기서 다룰 수는 없으니 상속·증여와 관련된 절세와 자녀 교육이라는 관점에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가업승계에 관련해 주식 증여와 10년간의 상속 플랜을 세우는 데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재산 가치 낮을 때 수입 발생하는 재산은 나눠서 물려줘야
제일 좋은 재산 승계 방안은 실제로 재산 가치가 낮거나 재산에 대한 세법상 평가액이 실제 가치보다 많이 낮을 때 증여하는 것이다. 즉 일찍 증여하는 것이다. 세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인데, 미래에 재산 가치가 증가하면 그에 대한 세 부담만큼 절세하는 효과도 있다.
재산 가치가 크게 상승한 후에 재산의 실제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어려우나, 세법상 평가액은 일부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비상장 주식이 그러했으나 최근 몇 차례의 세법 개정으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자녀에게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이나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일찍 물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자녀의 재산 증식이나 미래의 세금 납부 자금 마련을 위해서인데, 이러한 소득은 수동적인 소득이므로 자녀의 직업이나 생활 패턴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증여를 할 때, 직계자녀뿐 아니라 사위, 며느리, 손자녀를 포괄해 광범위하게 여러 사람에게 분산해서 증여하고 증여세 합산과세 기간인 10년을 주기로 반복해서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이 감소된다. 누진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며 특히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한 증여는 상속인에게 한 증여에 비해 미래의 상속세에 합산 과세되는 기간이 5년 짧아져서 이에 대한 효과도 볼 수 있다.

자녀의 창업을 지원하라
주식이나 임대부동산은 자녀가 별도의 직업이나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물려줘도 큰 문제가 없으나,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하는 자녀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증여가 해가 될 수 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배당이나 임대료라는 수입이 들어오므로 자녀의 자립 의지를 약화시킨다. 자녀에게 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자녀의 창업을 지원하는 증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자녀가 일을 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득 창출이 된다.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인데, 최대 50억 원까지 증여할 수 있고 최고세율인 50% 대신 최저세율인 10%를 적용해 증여세를 일단 납부하고 미래에 상속세를 계산할 때 세율 차이인 40%만큼을 더 내게 된다. 당장의 세금 부담은 적으므로 창업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고 증여하기에도 좋은 제도다. 다만,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 내용에 대해 잘 알아 두어야 한다.

가업을 승계하라
자녀가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할 의지가 있고 능력도 있다면, 이를 절세 방안과 접목시켜야 한다. 가업승계 주식 증여나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기 위한 사전 준비와 실행이 필요한 경우다.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와 유사하며 그 대상 재산은 중소기업 등의 주식이다. 가업의 자산액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100억 원 한도)에서 5억 원을 공제하고 100%의 세율로 증여세를 과세(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시 초과 금액은 20%)한 후 상속 시에 정산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수명의 연장으로 중소기업 등 경영자의 고령화에 따라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계획적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가업상속공제는 고율의 상속세로 인해 가업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고용 창출 등의 효과도 볼 수 있게 한 제도다. 하나의 가업을 세대를 이어가며 상속받는다면, 계속적으로 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나, 이번 세법 개정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좀 더 강화됐으며 비상장 주식의 물납 요건도 강화되는 등 앞으로 상속세, 증여세 분야는 점차 강화될 추세로 보인다.
가업상속공제·창업지원 등 특례 활용
특히, 가업상속공제의 상속세 납부 능력 요건 규정이 신설된 점이 그중 하나다. 중견기업의 경우, 가업상속인의 가업 상속재산 외의 상속재산가액(사전증여재산 포함, 부채 차감)이 가업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세액(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의 해당 가업상속인의 납부세액)의 2배보다 큰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가업승계 주식 증여와 가업상속공제에 대해서도 그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 내용에 대해 잘 알아 두어야 한다. 한편, 상속·증여세 외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자녀에 대한 승계 교육이다. 한 사례로 모 제조업 회장의 자녀가 슬하에 딸을 둘을 뒀는데, 두 딸 모두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이유는 가업인 제조업을 잇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자녀를 가업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다른 본받을 만한 사례로 형제간에 가업승계를 훌륭히 이뤄낸 경우가 있다. 제조업을 부친과 아들 둘이 함께 경영하던 중 갑자기 부친이 사망했고,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상속인인 아들 둘은 원만하게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마쳤다. 회사는 형이, 부동산 등 그 외 재산은 동생이 상속받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둘은 우애가 좋아 회사를 공동으로 상속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한 세대를 더 내려가면 그들의 관계가 어떠할지 알 수 없고 가업상속공제를 충분히 받을 목적도 있었다.
특히, 가업은 계속해서 한 자녀가 전체를 이어받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회사의 가치와 부동산 등 그 외 재산의 가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동생은 형을 도와 가며 회사 경영을 잘 해 나가고 있다. 가업을 분산해 증여하거나 상속하면 그 가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려면 가업 재산과 가업 외의 재산을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생전부터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에 신설된 가업상속공제의 상속세 납부 능력 요건 규정을 피해 갈 수도 있다.

내부 임직원과 거래처 등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부친이 경영할 때에는 임직원들, 거래처들과의 관계가 좋았으나 그 자녀세대에서는 그렇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전에 자녀를 회사 운영에 참여시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유 경영 분리와 기업 매각
만일 자녀가 부모의 사업을 이어받을 의지가 없다면, 자녀에게는 회사 주식을 물려주고, 내부 임직원이나 외부에서 전문 경영을 할 만한 인재를 키우거나 영입하는 편이 낫다. 자녀는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회사 경영을 맡길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기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때에도 기업 매각을 자녀에 대한 재산 승계와 연관해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매수자를 물색하는 데에도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회사를 매각한 자금을 증여하거나 상속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세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증여한 후 자녀가 매각할지 주식을 매각하고 매각자금을 어떻게 상속·증여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